[안현실의 산업정책 읽기] 원전도 경쟁시켜라

입력 2013-08-22 16:55   수정 2013-08-22 21:21

안현실 논설·전문위원 경영과학博 ahs@hankyung.com


정치권과 정부가 내놓는 원전 비리대책이 갈수록 가관이다. 원전 비리를 때려잡자는 건지, 원전을 때려잡자는 건지 도무지 분간하기 어렵다. 이러다 원전 비리를 없애기 위해서는 원전의 문을 모조리 닫으면 된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당장 새누리당 에너지특별위원회가 발표한 대책만 해도 그렇다. 서류 위·변조 등 불법 행위자에 대해서는 가중 처벌과 양벌 규정을 신설하는 등 처벌 강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 과징금도 현행 최고 5000만원에서 원자력 분야는 50억원, 방사선 분야는 5억원으로 각각 상향 조정하고, 과태료도 3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올린다고 한다. 기기를 검증하는 기관 종사자도 공무원으로 의제해 민·형사상 책임을 강화한다는 방안까지 내놨다. 무슨 포퓰리즘도 아니고 온통 처벌 강화 얘기들로 가득 찼다.

처벌 강화가 능사인가

정부 역시 원전 관련 퇴직자들이 부품회사나 협력사에 재취업하는 것을 금지한다는 원전 비리 재발방지 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원전 비리 제보자에 대해 공익신고자보호법의 책임감면 규정, 형법의 자수규정 등을 적용해 법적 책임을 감면하고, 최고 10억원의 포상금을 지급한다는 후속 대책도 나왔다.

죄를 지었으면 처벌받는 거야 당연하지만, 이런 식이라면 어디 살벌해서 앞으로 누가 원전 분야에 뛰어들 마음이 생기겠나. 원전이 아예 기피업종으로 전락하는 것도 시간문제가 될지 모른다. 아무리 대통령이 네 번씩이나 원전 비리를 질타하고 국무총리는 천인공노할 중대 범죄라는 표현까지 동원했다지만, 이건 원전을 죽여 비리를 없애자는 얘기밖에 안 된다.

더구나 정부가 전력대란이 마치 원전 비리 때문인 양 몰아가는 상황도 본질을 호도하기는 마찬가지다. 원전 1기만 멈춰도 전력수급에 비상이 걸리는 불안한 상황을 도대체 누가 만든 건가. 바로 정부의 정책 실패와 무능력 탓 아닌가. 이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말도 없이 전력거래소는 원전의 예기치 못한 가동 중단에 따른 한국전력의 손실분(추가 전력구입비용) 9600억원을 한국수력원자력이 부담하도록 결정했다. 코미디 같은 일이다. 지금의 상황이 초래된 책임에서 도대체 누가 자유로울 수 있다는 건지.

원전 독점 메스 가해야

정부는 지난 수십 년간 원전업계에 만연한 ‘폐쇄주의’로 인한 불투명한 제도, 유착관계, 무사안일이 원전 비리의 근원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폐쇄주의의 정점에 서 있었던 건 다름 아닌 정부였다. 그런 정부가 사돈 남 말 하듯 하니 산하기관들도 승복을 못 하는 거다. 대통령은 “원전관리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가 원전 공기업에 대한 적극적인 관리감독을 해 달라”고 말했다. 모두 한통속이라고 생각하는 국민이 과연 그렇게 해서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믿어주겠나.

물론 정부도 ‘견제와 감시’ ‘개방과 경쟁’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정작 내놓는 제도적 개선책들은 변죽만 울리거나 이랬다저랬다 하는 수준이다. 일각에서는 한전과 한수원의 재통합 주장까지 한다. 정말 ‘견제와 감시’ ‘개방과 경쟁’을 원한다면 오히려 공기업의 ‘원전 독점구조’부터 다시 생각해 볼 때다.

차라리 원전을 쪼개 경쟁체제를 도입하는 건 어떤가. 원자력안전위원회가 ‘독립된, 힘을 가진 규제기구’로 작동한다면 원전사업자가 꼭 공기업이어야 할 이유도 없다. 원전 일부를 유능한 민간사업자에 매각, 시장 진입의 길을 터주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정부가 원전을 포기할 생각이 아니라면 원전의 안전도 높이고, 원전 산업도 키우는 구조적 해법을 찾아야 한다. 처벌 강화는 너무나 후진적 대응이다.

안현실 논설·전문위원 경영과학博 a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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