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임단협 또 무산…노조, 일괄 타결 '고집'

기아차와 공동파업 가능성…사측 "노조 요구 지나쳐"


현대자동차 노사가 올해 임단협 협상이 중단된 지 보름 만인 22일 재협상에 들어갔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노사는 이날 오후 울산공장 본관 아반떼룸에서 윤갑한 대표이사 사장과 문용문 노조위원장 등 교섭대표 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18차 본교섭에 들어갔으나 합의점을 찾는 데 실패했다.

노조는 일괄타결안 제시를 요구한 반면, 회사는 75개 조항 180개 항목에 대해 지금까지 1회독(전체 임단협 요구안을 한차례 논의)한 데 그쳤는데 충분한 실무협의 없이 일괄 타결안 제시를 요구하는 것은 무리라고 맞서면서 협상은 결렬됐다.

노조는 곧바로 2차 쟁의대책위를 소집해 파업일정 논의에 들어갔다. 노조는 이날 쟁대위 소식지를 통해 “일괄 타결안 제시 때까지 강력투쟁하겠다”고 밝혀 지난 20일과 21일 벌어진 2시간 파업 때보다 파업 강도가 한층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노조는 또 23일 기아차 노조 등 12개 현대차그룹 계열사 산하 노조 수석단 회의를 열어 공동 투쟁 문제도 논의키로 해 경우에 따라서는 현대차그룹 계열사 노조가 모두 참여하는 총파업으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현실이다. 현대차그룹 12개 노조는 이날 공동성명을 내고 “현대차뿐 아니라 그룹 전체에서 교섭 해태와 지연 등 임단협 무력화 음모가 진행되고 있다”며 공동투쟁 가능성을 내비쳤다.

노사는 이날 교섭에서 해외공장 신설과 노조 간부 면책특권 등 회사 경영에 영향을 미치는 단협개정안 수용 여부를 놓고 갈등을 빚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해외공장 신설과 신차종 투입 때 노사공동위원회에서 심의·의결하자는 요구를 했다. 기존 단협에는 ‘고용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에 노사공동위원회에서 심의·의결하도록 돼 있지만 올해는 노조가 ‘고용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라는 전제조건을 없애자고 요구한 것이다. 회사는 개정요구안을 수용할 경우 해외공장 경영 전반이 노조의 영향권에 들어갈 수 있다며 난색을 표했다.

회사는 노조 간부 면책특권 요구에 대해서도 “현행법을 위반하면 법대로 처리해야 하는 것이 당연한데 면책을 강화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윤 사장은 “노조가 악화일로의 국내외 경기상황, 실적 악화 속에 회사가 도저히 수용할 수 없을 정도로 과도한 요구를 하고 있다”며 대화를 촉구했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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