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 스토리⑬] 치어스! 13년된 프랜차이즈 '치어스'의 장수비결

입력 2013-08-25 09:36  

끝모를 불황의 터널에서도 남다른 노력과 혁신,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우뚝 선 성공기업들의 숨은 이야기로 독자들을 찾아갑니다. 한경닷컴 산업경제팀 기자들이 취재현장에서 발굴한 기업들의 생생한 성공스토리는 독자 여러분들에게 도전과 위로가 되어 드릴 것입니다. <편집자 주>



"프랜차이즈 10년 하기? 쉬워요. 음식과 고객에게 정직하면 됩니다."

국내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동일한 브랜드로 3년 이상 인기를 끄는 업체는 거의 없다. 프랜차이즈 시장 자체가 트렌드에 민감한 분야이기 때문이다. 기획형 부동산 업자들이 가세한다면 그 업체는 장수 브랜드로 살아남기가 한층 더 어려워진다. 단기적 수익을 쫓아 부실 가맹점들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13년째 한가지 업종에서 프랜차이즈 사업을 계속해 온 경영자가 있다. 외국에선 '펍'이라 부르고 국내에선 '맥주점'이라 부르는 생맥주 전문 브랜드 '치어스'의 정한 대표(45·사진)다. 그는 10여 년 전 경기도 성남 분당에 첫 매장을 낼 당시 이 사업을 10년 이상해야겠다고 꿈꿨다. 그리고 그는 지금부터 다시 10년을 꿈꾼다.

그는 급변하는 국내 프랜차이즈 시장에서 오랜 기간 살아남을 수 있었던 비결로 '고객에 대한 정직함'이라는 다소 밋밋한 답을 내놨다. 트렌드 한 이 시장에서 오히려 반대 방향으로 걸은 것도 주효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하반기 중소기업청의 우수 프랜차이즈 기업에 선정된 데 이어, 한국프랜차이즈대상 국무총리상 등 국내 간판급 프랜차이즈 기업으로 자리 잡은 치어스. 경기도 분당 치어스 본사에서 '프랜차이즈 오래 하기'에 대한 정한 대표의 비법과 성장 스토리를 들어봤다.

◆ IMF에 휩쓸려 시작했던 치킨호프집…"남들과 다르게"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국내 프랜차이즈 시장은 급성장했다. 일자리를 잃은 40~50대 가장들이 모조리 가맹사업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개인들이 프랜차이즈 사업에 쉽게 진입할 수 있는 이유는 본사의 시스템 때문이다. '돈'만 있으면 누구나 자기 사업을 할 수 있다는 점이 가맹사업의 매력이다.

정 대표도 이 시기에 누구나 가는 길을 걸었다. 분당 신도시 이매동 상권에 치킨호프집을 열었다. 테이블 5개에 26.4㎡(8평) 짜리의 조그만 가게였다. 1993년 미국 유학을 마치고 국내로 돌아와 인테리어 사업을 시작했던 정 대표는 부동산 시장의 호황을 등에 업고 꽤 많은 돈을 벌었지만 외환 위기를 피해 갈 순 없었다.

"치킨호프집을 오픈한 뒤 6개월은 하루에 10만 원을 파는 게 고작이었어요. 장사 경험도 없어서 고객들이 도와주기도 했고요. 가게 근처에 군인 아파트가 있었는데, 퇴직한 군인들이 맥주 500cc 하나를 주문한 뒤 온종일 테이블을 차지하고 있을 때는 진땀을 뺐죠. 하나부터 열까지 제대로 돌아가는 게 없었어요."

반전의 기회는 어느 순간 찾아왔다. 가게 운영이 엉망인 것처럼 보였지만 충성고객이 쌓이고 있었던 것. 맥주 한 잔을 시켜 놓고 하루 종일 앉아 있는 고객에게도 최고의 친절을 베풀었던 것이 고스란히 단골손님으로 돌아왔다.

"당시 별명이 '예스맨'이었어요. 고객이 요구하는 것이면 무조건 들어준다고 해서 손님들이 붙여준 별명이었어요. 술이면 술 안주면 안주 달라는 대로 퍼줬어요. 6개월이 지나자 10만 원 정도에서 맴돌던 일 매출이 100만 원으로 10배 넘게 뛰었어요. 성수기엔 200만 원 가까이 기록한 적도 있고요."

그러던 어느 날 정 대표의 경영철학에 영향을 준 큰 사건이 있었다. 가게 운영의 핵심 인력인 주방장이 갑자기 그만두겠다고 한 것. 요리를 전혀 할 줄 몰랐던 정 대표에겐 청천벽력과도 같은 얘기였다.

"주방장이 그만두면 다른 주방장으로 쉽게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겠지만 그리 쉬운 문제는 아니에요. 주방장을 쉽게 구할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그동안 일하던 주방장의 요리에 익숙해져 있던 고객들도 변한 맛을 알아차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은 인력을 운영하는 문제인데 이 사건으로 큰 깨달음을 얻은 거죠."

◆ 치어스 장수 비결 '인력 풀' 시스템…"주방장 상비군을 만들어라"

정 대표는 치킨점을 운영하면서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2001년 '치어스' 가맹본사를 설립해 본격적인 맥주점 시장에 뛰어들었다.

정 대표가 프랜차이즈 법인을 만들며 가장 먼저 한 일은 사업 인력을 안정적으로 정비하는 것이었다. 먹는 것과 관련된 사업을 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점은 주방장 인력을 관리하는 것이라고 느꼈던 경험 때문이었다.

치어스가 장기적으로 운영될 수 있었던 이유의 핵심은 본사 차원에서 주방장을 직접 고용해 인력 풀을 만들었던 것에서 비롯된다. 이른바 '주방장 상비군' 시스템을 도입한 것. 기존 프랜차이즈 회사에서 비정규직으로 고용된 주방장 인력들을 전원 정규직으로 전환시키고 고용을 보장해 장기간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

"언제 어떤 가맹점의 주방장이 아플지 모르는 거죠. 항상 일어나고 있는 일이고요. 주방장이 하루 자리를 비웠다고 해서 음식 맛이 현저히 떨어진다면 그날 방문한 손님들은 그 매장에 다시 안 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런 불안전한 요소들을 제거하기 위해 주방장 인력 풀을 갖추는 일을 제일 먼저 한 겁니다."

프랜차이즈 사업을 오래 할 수 있었던 정 대표의 두 번째 깨달음은 트렌디한 시장일수록 유행을 쫓지 말아야 한다는 것. 대신 기존 경쟁 업체들이 하지 않았던 방향을 쫓아가면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치어스는 기존 맥주점들과는 다르게 낮 시간대를 공략했다. 매장 위치도 대부분 A급 상권과는 거리가 먼 아파트 단지 인근이나 주택가에 자리 잡고 있다.

"그동안의 맥주점들을 떠올려보면 주로 최고 상권에 위치해 밤 시간대에 영업을 하고 분위기는 어두침침한 모습이 그려졌죠. 거꾸로 생각해보면 밤 시간에 지역 중심에 위치해 있는 상권으로 나가 성인들만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은 곳에서 술을 마시는 연령층은 한정될 수밖에 없다는 뜻입니다. 치어스는 다양한 연령대를 고객층으로 확보하기 위해 이를 거꾸로 활용했죠."

정 대표의 생각은 그대로 적중했다. 일례로 주부들 사이에서 치어스는 어린이들의 생일파티 장소로 유명하다. 주택 단지 인근에 위치해 있고 넓은 장소도 확보돼 있기 때문. 또 아이들의 생일 파티를 위한 별도의 프로그램도 구성하는 등 다양한 연령층을 확보하기 위한 정 대표의 숨은 전략이 들어 있는 것.

"치어스는 점심시간부터 주부들이 앉아서 수다를 떠는 장소가 된지 오래입니다. 동네 할아버지 할머니들도요. 주부들이나 연령대가 높은 고객들은 주로 밤보단 낮에 활동하기 때문이지요. 그동안 이러한 소비자 층이 갈만한 맥주점이 없었던 게 사실이에요."

◆ 위기 극복은 정면 돌파로…'가맹점 매입 실험'

사업을 시작한 지 4~5년이 지났을 때쯤 정 대표는 큰 위기를 맞았다. 가맹점주들이 본사의 운영 방침에 반발해 집단 행동을 시작한 것. 프랜차이즈 가맹본부들과 가맹점주들 사이의 '연례 행사'처럼 벌어지는 로열티 갈등, 식자재 사입(私入) 문제 때문이었다.

"가맹점주들은 가맹점 매출이 어느 정도 수준에 오르면 본사의 도움이 필요 없다고 생각해요. 노하우도 쌓이니까 혼자 운영해도 성공할 것이라고 착각하는 거죠. 그러니까 당연히 매달 본사에 지불해야 하는 로열티에 대한 불만이 쌓일 수밖에 없는 거죠."



정 대표는 위기를 정면돌파하기로 결정하고 가맹점주들을 일일이 직접 찾아다녔다. 지역별 가맹점주 그룹을 구성하고 그들과 차례대로 소주잔을 기울였다. 돌아서가는 법이 없는 정 대표 특유의 경영 방식이 여기서도 나타났다.

"본사가 가맹점을 위해 무엇을 하는지 직접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 중요해요. 마케팅비다 판촉비다 해서 가맹점으로부터 돈만 거둬가는 식이면 가맹점주들도 불만이 쌓일 수밖에 없죠."

정 대표는 치어스 매장 중 실적이 가장 부진하던 3곳을 직접 사들이고 직영점으로 바꾼 뒤 본사 매뉴얼 대로 가게를 운영했다. 안주 요리들은 기존에 하던 대로 본사에서 검증된 재료를 썼고 가게 운영도 원칙대로 했다. 치어스 가맹점주들에게 보여주려는 일종의 실험이었다.

"일부 가맹점주들은 마진율을 높이기 위해 일부 식자재들을 본사 것이 아닌 개인적으로 싸게 구한 것들을 쓰기도 해요. 본사에서 제공하는 것은 매뉴얼에 나와 있는 검증된 재료들인 만큼 비쌀 수 있겠죠. 시스템대로만 운영하면 장사가 잘 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매입했던 3곳은 현재 장사가 가장 잘 되는 곳으로 탈바꿈했어요."

◆ 치어스 13년, 다시 신발끈 맨다…'유행 거부'

치어스는 지난해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최고 권위 있는 상인 '한국프랜차이즈대상'에서 5년 연속 수상하는 등 업계 간판 맥주점으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했다.

특히 소상공인진흥원이 주관하는 '제6기 우수프랜차이즈 지정식'에서는 가맹본부 특성, 가맹사업자 특성, 계약 특성, 시스템 운영 특성, 관계 특성, 성과 등 총 6개 분야에서 우수 등급을 기록해 3년 연속 우수프랜차이즈 기업으로 선정됐다.

정 대표와 업계 종사자들은 치어스 장수 비결로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초심과 기본을 지켰던 점을 꼽는다. 유행에 휩쓸리지 않고 처음 세웠던 원칙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급격히 변화하는 프랜차이즈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는 이야기다.

"직원들에게 '음식' 갖고 장난치면 안된다는 얘기를 많이 해요. 덜 신선하고 질이 조금 떨어지면 재료를 써서 마진을 더 많이 남길 수도 있겠죠. 그런데 결국 그런 유혹에 버티지 못하고 수많은 프랜차이즈 브랜드들이 사라진 겁니다. 처음 장사를 시작할 때의 마음을 지키는 게 가장 어려워요."

정 대표는 다시 한번 신발끈을 조이고 있다. 과거의 세월을 벗어나 13년 전 분당에 1호점을 오픈했을 때의 초심으로 돌아가기 위한 노력이다.

셀 수 없이 많은 프랜차이즈 본부들이 도산하고 없어질 때도 업계 최전선에서 묵묵히 버텼던 그는 어려울 때일수록 정직하게 승부해야 살아남을 수 있음을 몸으로 경험했다.

"인테리어 사업을 하다가 부도가 나서 잠시 노숙자 생활을 할 때 얻은 깨달음을 지금도 간직하고 있어요. 고객들과 정직하게 승부해야 한다는 것. 눈앞에 이득을 얻고자 소비자들을 속이면 안된다는 것이죠."

한경닷컴 노정동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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