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 스토리⑭]제노포커스 "노보자임·듀폰 게 섰거라"…'한국형 효소'로 바이오화학 시장에 '도전장'

입력 2013-08-26 10:39  

'맞춤형 효소' 카탈라아제, 원천기술로 독자 개발


끝모를 불황의 터널에서도 남다른 노력과 혁신,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우뚝 선 성공기업들의 숨은 이야기로 독자들을 찾아갑니다. 한경닷컴 산업경제팀 기자들이 취재현장에서 발굴한 기업들의 생생한 성공스토리는 독자 여러분들에게 도전과 위로가 되어 드릴 것입니다. <편집자 주>


효소는 바이오화학 산업의 필수 재료다. 전세계 산업용 효소 시장 규모는 약 5조원, 국내의 경우엔 아직까지 1000억원 안팎 수준이다. 하지만 효소를 이용한 바이오 소재로 진출 시장을 확대한다면 무려 100조원에 이른다. 효소는 산업용뿐 아니라 의약품용·식품용·연구용으로 무궁무진하게 활용되고 있어서다. 이제는 특정 효소 없이 완제품을 만들 수 없을 정도로 '바이오 효소' 시장은 급성장 중이다.

전세계 효소시장은 노보자임(시장점유율 1위)과 듀폰(2위, 제넨코 인수)라는 두 다국적 기업이 시장을 양분(약 70%)하고 있다. 이런 '골리앗 기업'이 지배하는 독점적 시장에서 국내 바이오 벤처기업이 제대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 주인공은 '맞춤형 효소' 카탈라아제(Catalase, 과산화수소를 물과 산소로 분해)를 원천기술로 독자 개발, 마침내 바이오화학 분야의 장을 연 '제노포커스(GenoFocus)'다. 카탈라아제는 면섬유 표백공정과 반도체 후처리 공정 등에 두루 쓰이는 효소다.

◆ 바이오화학의 핵심부품 '효소' 95% 이상 수입…11년 만에 핵심 원천기술 확보

대전시 유성구 대덕연구단지에 본사를 둔 제노포커스는 13년 전인 2000년 KAIST 생물공학 박사인 반재구 현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책임연구원(단백질산업기술기반센터 센터장)이자 CTO(최고기술경영자)가 창업한 곳으로, 돌연변이 단백질을 개량하는 분자진화(directed evolution)와 초고속스크리닝(필요한 단백질만 골라내는 기술)의 핵심인 디스플레이 기술(display technology)을 기반으로 다량의 산업용 단백질을 얻어내는 시스템(바실러스·곰팡이 발현 시스템)을 보유한 국내 유일한 '국보급 벤처'다.

국내 최초로 상업화에 성공한 산업용 바이오 효소가 바로 카탈라아제다. 창업한 지 11년 만에 나온 첫 '국산 효소'의 효시인 셈이다. 제노포커스도 이 때부터 지금까지 연간 30~40억원 정도의 매출을 바라보고 있다.

카탈라아제는 인체에 유해한 과산화수소를 물과 산소로 분해한다. 주로 과산화수소는 면섬유 가공 시 표백제로 사용되거나 반도체 공장의 폐수 후처리 공정에 쓰이고 있다. 국산 카탈라아제는 급기야 세계 최대 반도체 기업들이 구입해오던 일본산 효소의 자리를 빼앗아 '한국형 효소'로 공급계약을 따내고 있다. 활성력이 뛰어난 데다가 고열 속 안정성이 탁월하며 싼 가격도 막강한 경쟁력이다.

제노포커스는 여전히 다른 용도의 카탈라아제를 추가 개량하고 있다. 단기적으로 카탈라아제 분야에서 만큼은 전세계 1등 공급자가 되는 것이 최우선 목표다.



◆ 911테러 여파에서 공장 임대까지 잇단 좌초 위기 딛고 탄생한 첫 국산 '맞춤 카탈라아제'

제노포커스의 모든 경영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김의중 대표이사(41·사진)는 연세대학교에서 유전공학연구에만 빠져 살던 생명공학 박사다. 석사 과정이던 1995년부터 바이러스를 이용한 디스플레이 기술 개발에 뛰어든 몇 안되는 국내 연구진이었다. 반재구 박사 역시 한국생명공학연구원에서 박테리아로 디스플레이 개발에 도전, 두 박사는 그렇게 여러 학회에서 연을 키워오다 반 박사의 창업 시도로 손을 잡았다.

"2001년 2월 박사 과정을 마치고 주저없이 반 박사님의 제안을 받아들였어요. 제가 연구팀장을 맡았는데 뜻을 모은 박사 연구진도 10여명에 달했죠. 창업과 동시에 단백질 개량 기술과 미생물에서 단백질을 고농도로 얻어내기 위해 거의 모든 시간을 보냈어요. SKKTB 그리고 현대기술투자에 이르기까지 잇단 대기업들의 투자도 이어져 출발은 정말 순조로웠습니다."

제노포커스의 위기는 소리없이 찾아왔다. SK쪽으로부터 2차 투자를 받기로 한 직전 미국 뉴욕에서 911테러가 터졌다. 당시 SK 역시 직·간접 피해가 막심했고 투자계약서 사인도 백지화됐다. 이후로 R&D 비용은 고사하고 월급도 절반으로 쪼그라들었다.

"생활고에 시달리던 인력들이 하나둘씩 빠져나가기 시작했어요. 창업주이던 반 박사가 사재까지 털어봤지만 갈수록 임직원들 월급은 줄었죠. 많은 인력들이 다시 연구소로 돌아가거나 대기업으로 취업해 떠나갔습니다. 도저히 붙잡을 수 없는 상황이었죠."

당시 바이오기업들 대부분이 애초 연구분야에서 벗어나 건강식품쪽으로 눈을 돌렸다. 당장 돈을 벌 수 있었기 때문. 제노포커스는 그렇지만 '맞춤형 효소' 개발을 위한 연구를 그만 둘 수 없었다고 한다. 고집스럽게 한 우물을 판 제노포커스는 2008년, 곰팡이를 이용한 단백질 발현 기술 1차 개발에 성공했다. 이 기술은 다시 2010년께 획기적인 발현기술로 완성됐다.

"그래도 위기는 또 찾아왔어요. 산업용 효소를 한꺼번에 생산한 수 있는 기술 개발은 끝났는데 공장 지을 돈이 없었죠. 공주 나주 진주 춘천 등 일부 지역에 수t 규모 발효조를 사용할 수 있는 센터가 있었는데 그곳에서 겨우 시제품을 만들 정도였어요. 기술 유출 리스크를 감수하고도 결국 중국 공장을 찾아나섰습니다. 그리고 반 박사님이 프랑스 유학시절 잘 알고 지내던 중국계 프랑스인 스승의 도움을 받아 35t짜리 발효조 9개를 보유한 한 노후된 공장을 사용할 수 있게 됐어요."

가장 먼저 회사에 매출을 올려준 효소가 바로 카탈라아제다. 이 효소의 대량 생산은 아이러니하게도 노보자임과 제넨코 등 다국적기업들이 국내에 지사를 세워 독점 판매하면서 기회를 얻게 됐다.

"10여년 전만 해도 국내 섬유산업이 활황이었어요. 면섬유 표백 시 과산화수소를 반드시 써야하는데 염색하기 전에 다시 제거해 줘야 해요. 이때 카탈라아제를 뿌리는데 다국적기업이 독점하면서 비싼 단가를 견디지 못한 몇몇 기업들이 요청해와 2005년에 처음으로 개발했었어요. 그러자 노보자임과 제넨코가 단가를 확 낮췄죠. 그 당시 공장도 없었고 대량 생산은 포기했죠."

그렇지만 이내 과산화수소가 반도체 공정뿐 아니라 온갖 화학공정에 사용 중인 것을 파악, 친환경 수(水)처리 기업들을 노려 제노포커스는 2010년께 곰팡이 발현 기술로 카탈라아제의 2차 보완 개발을 완료했다.



◆ 빠르면 6개월 내 생산…다국적제약사 납품 제안 그리고 증시 진출 준비까지 '착착'

제노포커스는 이제 발현 가능한 모든 효소를 맞춤형으로 만들어 낼 수 있다. 든든한 원천기술 덕분에 '맞춤형 효소'의 시제품이 나오기까지 빠르면 6개월, 늦어도 1년 밖에 안 걸린다. 1년 안에 사업이 가능한 효소 개발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한 대기업이 '맞춤형 효소' 개발 의뢰를 해왔어요. 이 대기업은 그간 미생물을 이용해 A라는 제품을 만들어왔는데 미생물 안에 제품 가격을 확 올릴 수 있는 B라는 효소가 다소 부족했던 것이에요. 물론 이 기업은 먼저 노보자임 쪽에 효소 제공을 요구했어요. 하지만 이 B 효소의 경우 일본기업이 한 발 빠르게노보자임과 독점 공급을 맺은 겁니다."

이후 이 대기업은 차선책으로 제노포커스에 B 효소의 납품을 의뢰했고 실제로 이 효소를 제품에 첨가해 판매 가격을 올릴 수 있었다. 기존 대비 수익도 20% 가까이 뛰었다는 것. 지난 10여년 동안 제노포커스는 이렇게 기업들이 요구한 '맞춤형 효소'를 고작 3000~5000만원 정도 개발 비용만 받아오며 숱한 시험 생산으로 내공을 쌓아왔다. 그 결과 드디어 2011년부터 직접 공장을 확보해 글로벌 기업에 '맞춤형 효소'를 공급할 단계까지 다다랐다.

"카탈라아제를 직접 판매한 이후로 운좋게 다국적제약사에서 맞춤 효소 개발과 납품 요청도 받았어요. 생산 균주 개발을 성공하고 중국 OEM 공장에 대한 실사까지 마무리된 상황이에요. 그래도 여전히 설비투자가 미비한 건 사실이에요. 지금까지 중국으로 균주 3개가 나갔는데 기술이 유출되는 경험도 해봤고 여전히 안전장치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제노포커스는 일단 고부가가치 위주의 효소 생산을 위한 국내 공장을 세울 계획이다. 동시에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증시 진출까지 진행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5월 한국투자증권과 상장주관사 계약을 맺고 기술 상장을 준비중이다.

"갈수록 산업용 효소의 경우 독점 판매 시장으로 바뀌고 있어요. 이미 많은 효소 개발 기업들이 1~2등 글로벌 대기업에 인수·합병(M&A) 됐어요. 국내 기업들의 수입 의존도도 높아질 수 밖에 없다는 뜻이죠. 그래서 더욱 연구에 매달려 국내 바이오화학 산업을 일으키기는데 일조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갈 예정입니다."

바이오화학 분야에 보다 많은 사회적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는 조언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한동안 바이오산업으로 줄기세포와 동물복제만 떠올리다가 최근엔 바이오시밀러와 바이오에너지 위주"라며 "산업계는 물론 학계도 장기적인 시각으로 접근해 바이오화학 분야에 더 많이 투자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제서야 대기업들이 바이오화학 분야에 관심을 내비치고 있지만 산업계와 학계의 가교 역할을 맡아줘야 할 전문인재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는 게 김 대표의 우려섞인 지적이다.

대전=한경닷컴 정현영 기자 j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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