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창조경제, 5년 내 성과는 과욕

입력 2013-08-26 18:03   수정 2013-08-26 23:24

창조의 결실엔 시간·노력이 필요
임기 5년 안에 이루려는 건 과욕
긴 호흡으로 100년 미래 도모해야

조장옥 서강대 교수·경제학 choj@sogang.ac.kr



성경은 기독교인들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읽어야 하는 불후의 고전으로 알려져 있다. 종교서적이지만 너무나도 논리적인 성경의 첫 부분은 우주와 인간의 창조로부터 시작된다. 빛과 어둠을 가르고 하늘과 땅, 그리고 물이 제 모습을 갖추면서 우주는 창조되는 것이다. 해, 달, 별, 그리고 이 세상의 모든 존재들이 창조되고 흙으로부터 인간이 만들어지면서 창조는 완성으로 나아간다.

지금 종교계와 과학자들은 창조와 진화 사이에서 많은 논쟁을 하지만 그 끝은 너무나 멀어 보인다. 많은 논쟁에도 불구하고 놀라운 것은 그와 같은 창조가 1주일에 이뤄진 것으로 묘사되고 있다는 점이다. 유한한 인간이 무한한 하느님(조물주)의 능력을 전혀 이해할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한다고 해도 이 거대하고도 심오한 우주와 생물이 1주일에 창조됐다는 것을 읽으면서 겸손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창조의 경험은 하느님만이 하는 것이 아닐 것이다. 예를 들어 학문을 하는 사람들은 새로운 이론이나 모형을 만들었을 때 그것이 아무리 사소한 것일지라도 창조의 어떤 것을 느낀다. 더구나 그와 같은 이론이나 모형의 타당성이 검증됐을 때의 희열은 작은 것이 아니다. 성공한 기업가들이 느끼는 창조의 희열 또한 학자들의 그것에 비해 작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기업이 만들어진 다음 성장하고 사회에 기여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기업가의 희열을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정치도 하나의 창조 과정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정치적인 과정을 통해 한 나라와 사회가 나아갈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것은, 그것이 정치적이든 경제적이든 사회 문화적이든 작지 않은 창조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그리고 그와 같은 업적을 이룬 정치가가 느낄 창조의 경험을 우리는 어렵지 않게 상상할 수 있다. 눈에 보이지 않고 손에 잡히지 않을 수 있지만 정치적인 리더십이 창조의 어떤 것임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결국 인간사의 모든 것이 창조의 일면을 갖지 않은 것이 없어 보인다. 하루하루가 진행돼 나아가는 것이 창조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그러나 하느님의 창조와 달리 인간사의 창조가 의미 있는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오랜 기간을 두고 숙성되지 않은 인간의 창조가 허망하게 실패하는 경우를 우리는 역사에서 자주 본다.

지금 우리는 창조경제라는 조금은 모호하지만 매우 중요하게 느껴지는 캐치프레이즈를 자주 접한다.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 핵심이라고 한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부가가치로 연결하겠다는 발상인 것 같다. 창조경제를 통해 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말도 들린다. 단기적인 경기활성화를 창조경제를 통해 이루겠다는 것인데 1주일에 세상을 창조한 창세기의 어떤 것을 가능하게 할 수 있는 리더십이 지금 존재한다는 것인지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다.

창조경제라는 개념에 이의를 제기하자는 것이 아니다. 창조경제는 장기적인 개념이고 계획이고 실천이어야 한다는 것을 지적하고자 하는 것이다. 과장해서 말한다면 지금 오히려 이 나라가 겪고 있는 경제적인 어려움의 대부분은 민주화 이후 대통령들이 하나같이 창조경제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주장을 하고 싶은 것이다. 무언가를 창조하기 위한 장기적인 계획과 투자는 없이 임기 안에 무엇인가를 달성해 보겠다는 과욕 때문에 지금의 현실이 초래된 것이다. 기대를 걸고 선출한 대통령들이 하나같이 창조경제의 측면에서 실패한 것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과정을 멀리 보지 못하고 지나치게 짧게 본 근시안 때문인 것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길게 보지 못한 것이 외환위기의 원인이었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단견이 벤처 거품과 카드대란을 초래한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동산시장 못 박기 결과가 지금 우리 경제의 목을 조르고 있고, 이명박 전 대통령의 조급한 4대강이 우리를 쓸어가고 있는 것이다. 모두 멀리 보지 않은 결과인 것이다. 창조경제가 이와 같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는 것은 나라의 장래가 거기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긴 호흡을 가지고 앞으로 5년이 아닌 10년, 50년, 100년의 미래를 도모하는 창조경제를 꿈꾸어 보는 것이다.

조장옥 서강대 교수·경제학 choj@sog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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