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포럼] '나는 빼고…' 증후군

입력 2013-08-27 17:57   수정 2013-08-27 22:08

오형규 논설위원 ohk@hankyung.com


올여름도 한국 사회는 무더위보다 뜨겁다. 127석 제1야당이 국회를 나와 천막을 친 지 벌써 한 달이다. 국가정보원 댓글사건은 이제 진영논리에 따라 듣고 싶은 것만 듣는 인지부조화의 극치가 돼버렸다. 감사원장의 느닷없는 사퇴로 진실게임이 하나 더 추가됐다. 한쪽에선 블랙아웃(대정전)을 걱정하고, 다른 쪽에선 송전탑 결사반대다. 연봉 1억원의 귀족노조들은 더 내놓으라고 으름장이다. 물론 올여름 백미는 봉급쟁이를 봉으로 여긴 ‘봉봉세’ 파동이다.

늘 그렇듯 우리는 상상 이상의 것을 본다. 외국 경제학자나 사회학자가 보면 눈이 휘둥그레질 만하다. 사회과학은 실험이 어려운데 한국에서는 온갖 실험이 실제 상황이다. 이런 이슈들을 보노라면 ‘내집 뒷마당에선 안 된다’는 님비(NIMBY·not in my back yard)부터, ‘내 임기만 피하자’는 님트(NIMT·not in my term), ‘내 주머니에선 안 된다’는 눔프(NOOMP·not out of my pocket) 현상까지 저절로 머릿속에 정리된다.

지상낙원 약속한 정치권의 업보

세제개편 파동은 경제학의 공공재게임을 연상시킨다. 장하준 교수는 복지를 ‘공동구매하는 공공재’라고 했지만, 공공재는 수혜자를 배제할 수 없기에 무임승차가 우월전략이 된다. 나중에 받을 국민연금보다 한 번 내면 끝인 건강보험료의 체납자가 더 많은 이유다.

정부가 들이민 수정안은 소득 상위 7%(연봉 7000만원 이상)에게 세부담을 전가하는 것이었다. 더구나 복지증세는 반대가 60%이고, 대기업과 고소득층부터 쥐어짜라는 여론이 70%다. 이미 소득세 세수는 상위 20%가 84.7%를, 법인세는 상위 1%가 86.1%를 낸다는 사실쯤은 아무 상관없다. 내 주머니에서 안 나가면 그만이니까.

‘복지는 공짜가 아니다’란 사실을 국민이 증세청구서를 받고서야 깨달았다고 여긴다면 그야말로 순진한 착각이다. 누가 먼저 무상복지 해달라고 했나. 경쟁적으로 지상낙원을 약속한 건 여야 정치권이다. 더구나 ‘증세 없는 복지’라니 국민은 각자 합리적으로 반응하고 있을 뿐이다. 이 와중에 경제수석만 솔직하게 “안 아프게 거위 털을 뽑아드리겠다”고 했다가 염장의 종결자가 됐다.

공무원들이 임기만 피하고 보자는 게 바로 연금 문제다. 정부는 국민연금 고갈은 염려하면서 정작 진작에 구멍 난 공무원·군인연금과 사학연금에는 입을 봉했다. 흥미로운 것은 지난달 연금보험료 인상(9%→13~14%) 의견을 낸 국민연금 제도발전위원 15명 중 10명이 교수와 관료란 점이다. 공무원·사학연금 가입자다. 그렇다면 특수직역 연금 개혁은 국민연금 가입자들이 논의해야 형평에 맞지 않을까.

'내가 먼저' 실종된 후안무치 시대

언제부턴가 한국 사회에 ‘내가 먼저’는 흔적 없이 사라지고 ‘나는 빼고’ 증후군이 만연해 있다. 너도나도 복지, 상생을 말하지만 본인은 무엇을 부담하고 양보하겠다는 말은 없다. 이런 증상이 심해지면 이중잣대, 도덕불감증을 넘어 후안무치에 도달한다. ‘특권학교’ 저격수라던 교육계 인사들은 자식을 외고·자사고로 보내고, 반미·반재벌 목청을 돋우는 강남좌파의 자식들은 조기유학, 이중국적, 글로벌 투자은행(IB)·대기업 입사라는 3종 세트가 필수다. 다 들통나도 버젓이 얼굴 들고 다니는 게 신기할 정도다.

공짜가 늘어날수록 부담을 함께 져야 지속가능하다. 하지만 공동책임은 대개 무책임이기 마련이다. 개개인은 정말 합리적인데 나라는 엉망이 되는 구성의 오류다. 한국 사회가 언제부터 이렇게 뻔뻔해졌는지….

오형규 논설위원 o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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