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 해외진출 10년 명암 上]잇따른 진출 실패…'규제의 덫'에 허우적

입력 2013-08-29 10:39  

-발목 잡는 '49% 룰', 이익 극대화 어려워
-저조한 카드 사용률·택배 환경 등 인프라 역시 전무




장기불황에도 불구하고 성장가도를 달려온 국내 홈쇼핑 업계가 남몰래 깊은 고민에 빠졌다. 향후 성장동력인 해외진출 시도가 올해로 10년째를 맞았지만 여전히 성과를 못낸 채 '우물안 개구리'란 평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서다.

국내 홈쇼핑 '빅4' 가운데 해외에서 수익을 내고 있는 법인은 CJ오쇼핑의 '동방 CJ' 뿐이다. 현지 정부의 규제가 심해 사실상 이익을 낼 수 없는 구조적인 한계가 가장 큰 문제점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토로했다.

가장 먼저 해외 진출을 시도한 곳은 현대홈쇼핑이다. 꼭 10년 전인 2003년 업계 최초로 중국에 진출한 현대홈쇼핑은 그러나 5년째인 2007년, 모든 사업을 정리해 국내로 복귀했다. 현지 정부의 강력한 규제 탓에 이익을 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2004년 대만 금융지주회사인 '푸방(富邦)그룹'과 합작회사를 만들어 해외 첫 진출한 롯데홈쇼핑도 6년이 지난 2010년에서야 두 번째 해외진출을 시도했다. 이번엔 중국 현지 홈쇼핑업체인 '럭키파이 홈쇼핑'의 일부 지분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나갔다. 역시 정부 규제가 걸림돌이 됐다.

롯데홈쇼핑은 하지만 당초 6개 지역이던 사업영역을 3년 만에 중경, 운남, 산동 등 3개 지역으로 대폭 줄여놨다. 갈수록 쌓여만 가는 영업손실을 감당하지 못해서다.

GS홈쇼핑도 어려운 상황은 매한가지다. 이곳은 2005년 업계 최초로 현지 회사와 합작 없이 중국 충칭에 진출했지만 다시 재허가를 따내지 못해 2010년 이후로 아직까지 사업을 못하고 있다. 첫 진출 당시 중국 정부에서 상대적으로 낙후돼 있던 충칭을 개발하기 위해 GS홈쇼핑에 허가를 내줬지만 재허가 과정에서 탈락한 것이다.

GS홈쇼핑은 고심 끝에 지난해 '차이나홈쇼핑그룹' 지분 20%를 인수한 뒤 베이징 지역으로 옮겨 다시 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들의 잇단 해외사업 실패는 현지 정부의 잦은 정책 변경이 가장 큰 이유로 꼽혔다. 우선 국내 홈쇼핑 '빅4'라 불리는 기업들 가운데 눈에 띄는 수익을 올리는 곳은 CJ오쇼핑의 '동방 CJ'가 유일하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에 대해 "국내 홈쇼핑사들이 해외사업에서 이익을 실현하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모든 채널이 국가 소유인 중국에선 외국 회사가 방송 채널의 지분을 절반 이상 소유할 수 없는 '49%룰'이 있다"면서 "국내 홈쇼핑 기업들이 중국에 진출해도 이익을 극대화할 수 없는 구조적 한계가 바로 이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홈쇼핑사들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곤 거의 현지 기업들과 합작회사(조인트벤처) 형태로 해외 사업에 발을 들인다. 방송사업권이 필수인 홈쇼핑 산업의 특성상 현지에서 종합유선방송사업(SO)채널허가가 필수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국가가 외국 회사에 SO사업권을 넘겨주는 일도 없다. 이 뿐만 아니라 저조한 신용카드 사용률, 택배 환경 및 고객센터 운용 등 인프라 부족도 헤쳐나가야 할 난관이다.

일각에선 '49%룰'보다 열악한 인프라 환경이 영업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국내 소비자들의 신용카드 사용률은 80% 이상으로 많게는 90%를 넘는 곳도 있다"며 "신용카드 사용률이 높다는 것은 카드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다는 뜻도 있지만 소비자-홈쇼핑-카드사간 신뢰 관계가 구축돼 있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GS홈쇼핑 관계자도 "국내와 달리 현지 홈쇼핑 결제 문화는 고객이 물건을 주문하면 홈쇼핑 회사가 제품을 배달해 소위 '현관문 앞에서 현금으로 결제'하는 방식이 대부분"이라며 "이런 문화가 형성된 이유는 소비자들이 현지 홈쇼핑 업체들의 제품 품질을 믿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중국 동남아 등 현지 홈쇼핑 채널은 사업자들이 돈을 주고 일정 방송 시간을 구입하는 형태로 이뤄진다. 국내 홈쇼핑 채널 처럼 24시간 홈쇼핑 방송을 내보내는 경우는 우리나라가 외엔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짧은 시간 안에 최대의 수익을 창출해야 하는 현지 홈쇼핑 문화는 자연스럽게 품질 저하의 문제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소비자가 제품을 수령하기까지 5일 이상 소요되는 배송 문제, 반품 및 환불 제도 등 프로세스가 잘 갖춰져 있지 않은 점도 어려움으로 작용하고 있다.

GS홈쇼핑 관계자는 "현지 홈쇼핑 회사들은 방송 시간 10분을 구입해 과장 광고를 내보내고 물건을 배송한 뒤 도주해 버리는 경우가 태반"이라며 "이런 환경 때문에 홈쇼핑 사업자들에 대한 신뢰가 바닥에 떨어진 상태"라고 토로했다.

해외사업은 국내 홈쇼핑 기업들의 신성장 동력이다. 출범 15년 만에 9조원 대로 성장한 홈쇼핑 산업은 여전히 '호황'이란 평가가 많다. 그렇지만 5년 전에 비해 5분의 1수준으로 업계 성장률은 서서히 정체되어 가고 있다.

현대홈쇼핑 관계자는 "국내 홈쇼핑 기업들이 해외로 진출하는 이유는 국내 홈쇼핑 산업이 서서히 정체 상태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라며 "현재까지는 수익을 내기보단 투자한다는 개념이 크지만 해외 인프라가 서서히 갖춰지기 시작한다면 중장기적으로 이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노정동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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