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만큼 쓰는 논술] (18) 사회적 기업

입력 2013-09-06 14:53  

사회적 기업에 대해서는 2011학년도 두 문제가 출제됐다. 대중에게 ‘사회적 기업’이 알려진 시점이 방글라데시의 은행가이자 대학교수인 무함마드 유누스가 자신이 설립한 그라민은행과 함께 노벨평화상을 공동으로 수상했던 2006년 이후니까 다분히 시사적이면서도 학문적인 논술 테마라고 볼 수 있다. 그라민은행은 방글라데시의 빈민들에게 무담보 소액 대출 운동을 전개해 빈곤퇴치에 앞장섰다. 재력이 없는 빈민들의 가능성만 보고 대출해주었음에도 불구하고 대출금 상환율이 95%를 넘겨, 그들을 ‘저신용자’로 낙인찍었던 다른 은행들을 무안하게 만들었으며, 총 400만명에 달하는 방글라데시의 신용소외자들을 빈곤으로부터 탈출시켰다. 대부분의 사회적 기업이 그라민은행처럼 잘된다면 논술문제로 출제될 이유가 없다. 여기에는 어떤 난관이 있을까.

2011 성균관대 수시 3교시
2011 경희대 수시

일단 개념부터 알고 들어가자. 사회적 기업이 뭔지 성대 제시문을 통해 알아보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사회적 기업을 ‘기업적 전략에 따라 조직을 운영하되 공익을 추구하고, 이윤을 극대화하기보다는 특정한 경제사회적 목적을 이루고자 하며, 사회적 소외와 실업 문제에 대해 혁신적인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는 모든 민간 활동’이라고 규정하였다.

여기에서 ‘기업적 전략에 따라’라는 말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이 말은 영리행위를 한다는 뜻이다. 어떤 단체가 영리행위(돈을 버는 행위)를 하느냐 하지 않느냐는 꽤 중요한데 보통 장학회나 보육원과 같은 ‘복지단체’는 비영리단체 혹은 비영리법인으로서 단체의 등록단계부터 영리사업을 할 수 없게끔 되어 있기 때문이다. 반면 사회적 기업은 ‘기업’이다. 이 때문에 영리법인으로 등록해야 하고 회사법의 규제를 받는다. 물론 비영리단체와 사회적 기업은 ‘사회적 가치’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고 있다.

국내에서도 다수의 사회적 기업이 활동하고 있다. 재활용품을 수거·판매하는 ‘아름다운가게’, 지적장애인이 우리밀 과자를 생산하는 ‘위캔’, 폐타이어 등 재활용품을 활용하여 만든 악기를 통해 소외계층을 위한 공연을 하는 ‘노리단’, 컴퓨터 재활용 기업 ‘컴윈’, 친환경 건물청소업체 ‘함께일하는세상’, 장애인 모자생산업체 ‘동천모자’ 등이 그 예이다.

기업의 목적과 존재 이유는 1차적으로 ‘이윤 획득’이다. 돈을 벌지 못하는 기업은 기업으로서의 존재가치를 상실한다. 기업이 이윤을 얻기 위해서는 보다 적은 자본을 들여 보다 많은 생산을 이끌어내야 한다. 이것은 공공성이라고 하는 사회적 가치와 본질적으로 충돌하기 마련인데 이 때문에 사회적 기업은 태생적으로 그 성공 가능성이 도마에 오를 수밖에 없다. 사회적 기업의 성공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견해가 경희대 문제의 제시문으로 나왔다. 논제 요구는 이 제시문의 견해를 비판하라는 것이었다.

일반적으로 ‘사회적 기업’이란 사회적 목적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며 생산과 판매 등 영업 활동을 수행하는 기업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사회적 기업은 이윤 추구를 우선시하는 ‘기업’이 ‘사회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상호 모순된 기능을 동시에 수행하기 때문에 부작용을 초래하고 제대로 운영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매출 신장과 이윤 확대를 위해서는 보다 공격적이고 도전적이며 시장지향적인 정책을 추진해야 하는데, 이것은 사회적 서비스 제공을 어렵게 한다. 반대로 사회적 서비스를 위한 민주적 의사결정체제의 구비, 취약 계층의 고용 비율 확보, 사회 서비스 제공 의무화 등의 요건은 수익 창출을 근본적으로 막게 한다. 이런 이유로 사회적 기업이 외부로부터 재정 지원 없이 사회적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자립할 수 있다고 기대하기란 불가능하다.

그 결과로 정부는 사회적 기업에 재정 지원을 하는데, 정부 지원이 단지 인건비를 지불하는 수단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사회적 기업에 대한 일반인의 호의적 인식 때문에 정부는 사회적 기업의 승인을 남발하여 예산을 무분별하게 사용할 가능성이 있을 뿐 아니라, 일반 기업에 사회적 기업을 도와주도록 암묵적으로 강요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사회적 기업가로 하여금 독립적이고 자율적으로 기업 활동을 하게 하기보다는 정부에 더욱 의존하게 하는 동시에, 취약계층 사람들에게는 사회적 기업 이외의 일반 기업에 취업하려는 자유의지나 새로운 일을 개척하려는 자발적 노력을 포기하게 한다.

이 견해를 뒷받침이라도 하듯, 사회적 기업의 자립 확률은 약 10% 미만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렇다고 해서 이것이 심각하게 낮은 것도 아니다. 우리나라의 소상공인의 창업 성공률이 15% 정도니까 일반 기업에 비해 낮은 것만큼은 확실하다.

이 제시문의 비판점은 첫째, 정부 지원 없는 사회적 기업의 자립을 ‘불가능’이라고 보았다는 점이고, 둘째로 정부의 지원 활동이 관료주의적 구태와 취약계층의 무기력한 행태로 인해 ‘돈 낭비’로 전락할 것이라는 부분이다. 두 번째가 더 심각한 편견이다.

과연 사회적 기업이 우리 사회에 뿌리내릴 수 있을까? 이론적으로는 사회적 기업의 자립과 유지에 두 가지 요건이 필요하다고 한다. 성대 문제의 제시문에 나와 있다.

이러한 사업은 단순히 사회적 약자에게 기부하는 자선 사업이 아니다. 사업의 궁극적 목적이 공익의 실현에 있음은 분명하나, 그 방법은 철저히 자본주의적이다. 그러나 이처럼 착한 일을 하면서 돈을 벌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일반 기업이 성공하려면 그 기업이 생산하는 경제적 가치가 소비자와 생산자 모두에게 이익이 될 수 있어야 하듯이, 사회적 기업이 성공하려면 사회적 가치를 실현해야 함은 물론 기업 경쟁력까지 갖추어야 한다. 시장에서 팔리는 가격보다 낮은 원가로 제품을 생산해낼 수 있는 기업적 역량이 사회적 기업이 성공하기 위한 필요조건이라면, 그 기업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그 회사 제품의 가치를 높이 평가해주는 ‘선한 소비자’의 존재가 그 충분조건이 된다.

여기서 말하는 기업적 역량은 사실 모든 기업이 유지되기 위한 필요조건이다. 사회적 기업은 여기에 더하여 선한 소비자도 있어야 한다는 것이 이 글의 논지다. 방글라데시의 선한 소비자들이 [Citi은행]이 아닌 [그라민은행]에 저축하여 그것을 키웠듯이.

우리나라의 소비자들은 어떨까. 아직까지는 선한 소비자들이 곳곳에 많이 있는 것 같다. 정부로부터 사회적 기업 인증을 받은 기업들이 6년이 지난 지금 도산한 경우가 6% 정도라니 말이다. 대부분의 사회적 기업들은 꾸준히 유지, 성장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소비자들이 ‘착한 기업’ 내지는 ‘사회적 기업’에 대해 높은 선호도를 보이는 이유를 바꾸어 말한다면 기존의 기업들이 보인 이기적 행태에 염증을 느꼈을 수도 있다. 만일 우리 사회에 ‘선한 소비자’들이 다수가 된다면 사회적 기업이 기업의 기본 형태가 될 것이다. 이것은 ‘지속 가능한 성장’이라는 경제 개념과도 관련이 있다. 본래 기업은 이윤 획득의 주체이기도 하지만 사회적 책임의 주체이기도 하다. 소비자들에게 많은 이윤을 가져가기만 해서는 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힘들다.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않는 기업은 언젠가는 외면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경제학의 아버지 애덤 스미스는 이렇게 말했다. “제빵업자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좋은 빵을 만들고, 정육업자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좋은 고기를 생산한다”고. 여기에는 어떤 이타심도 필요하지 않다. 하지만 “이러한 이기심들이 모여 소비자는 좋은 빵과 좋은 고기를 누릴 수 있고 이러한 이기심들 때문에 사회는 풍요로워진다”고. 그가 죽은 지 200여년이 흐른 지금 그의 말대로 오늘날의 시장경제는 사회를 풍요롭게 만들기도 했지만 ‘이타심을 가진 기업’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 취약계층의 사람들도 많아졌다. 오늘날 사회적 기업이 각광받는 이유는 빈곤층의 증가와 ‘이기심만 가진 기업’들 때문일 것이다.

이지나 S·논술 인문 대표강사 curitel200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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