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 대표주자' 인도의 위기] 경기 침체로 델리 공단 곳곳 압류딱지…유가 급등에 소비 '싸늘'

입력 2013-09-08 17:33   수정 2013-09-09 03:33

(1) 위기의 진원지는 '허약한 제조업'

7월 자동차 판매 7.4% 급락 등 내수시장 침체
루피화 가치 하락에 생필품값 줄줄이 올라




인도에 진출한 산업재료 분야의 수출기업 A사는 요즘 신용장 거래에 애를 먹고 있다. 현지 수입상들이 신용장 개설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어서다. A사 관계자는 “거래업체들이 달러로 결제하기 때문에 루피화 환율이 안정되기를 기대하면서 신용장 개설을 늦추고 있다”며 “거래가 자꾸 늦춰져 손실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호소했다. 환율 상승으로 제품 가격이 오르는 것도 좋아할 처지가 아니다. 갑자기 오른 수입 원가를 그대로 반영했다간 거래처가 다 떨어져 나갈 판이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델리 시내에 총 5개 영업장을 운영하는 슈미 케어는 “매달 600대 정도 팔리던 인도 마힌드라 SUV 차량의 경우 판매대수가 최근 400대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경제가 어려워진 인도시장의 단면이다.

◆생산현장도 환율 상승 직격탄

올 들어 달러당 52~55루피 사이를 오가던 인도의 루피화 환율이 본격적으로 오르기 시작한 것은 5월 하순부터다. 정점을 이룬 건 사상 최고치인 68.83을 기록한 지난달 28일. 스타 경제학자 출신 라구람 라잔이 인도 중앙은행(RBI) 총재로 임명된 지난 4일을 고비로 환율은 다소 진정되는 모양새지만 달러당 65.24루피(6일 기준)로 5월 이전보다는 아직 통화 가치가 20% 정도 떨어진 상태다.

루피화 절하 쇼크는 생산현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3일 방문한 마네사르 공단도 환율의 파고가 덮친 흔적이 역력했다. 자동차용 부품을 생산하는 인도 기업 루맥스의 경우 지난 4월부터 7월까지 매출이익이 7%가량 떨어졌다. 주력 상품인 도어핸들, 미러 등을 제작할 때 필요한 수입 원재료 조달비용이 올랐기 때문. 이 회사의 수크비르 싱 기술·무역담당 이사는 “전체 제품 비중 가운데 수입 원재료 비중이 32%가량을 차지해 경영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며 “비용 절감을 위해 비정규직을 해고하고 신규 고용을 중단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주변 공장의 사정도 녹록지 않다. 공단 내엔 외벽에 압류 딱지가 붙은 채 주먹만한 자물쇠가 채워진 공장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인근 공장에서 근무하는 한 직원은 “은행빚을 갚지 못해 법원 청산절차에 들어간 공장”이라며 “주변에만 10개 정도의 공장이 판로 부진으로 은행이자를 감당하지 못해 문을 닫았다”고 귀띔했다.

◆휘발유 값 대폭 인상

루피화 가치 하락은 인도의 내수시장에도 상당한 충격을 주고 있다. 우선 각종 생필품 가격이 치솟고 있다. 전체 물량의 80%를 수입하는 원유가격 인상에 따른 충격도 상당하다. 인도 석유회사들은 2일 항공유 가격을 6.87% 올렸다. 휘발유 가격도 6월 이후 L당 11.1루피(181원·이달 3일 기준), LPG 가격은 1월 대비 한 통에 46.5루피(758원)가 올랐다.

물가가 오르면서 내수시장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인도 최대의 명절인 디왈리(Diwali) 축제를 겨냥한 특수는 기대할 수 없다는 비관적 전망이 팽배하다. 오는 11월 디왈리 축제를 앞둔 2~3개월간의 예비 축제기간은 친인척끼리 선물을 주고받는 풍습 덕에 매출이 급신장하는 성수기다. 인도 경제를 떠받치는 황금시즌이자 기업으로선 한 해 농사가 이때 판가름 난다. 사감 일렉트로닉스의 디팍 반살 사장은 “이맘때면 제품 최종 구매에 앞서 방문객이 크게 늘면서 분위기가 고조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올해는 전혀 그런 기미를 느낄 수 없다”고 전했다. 인도 일간 힌두스탄타임스는 3일 머리기사로 “연료비 상승이 축제의 열기를 짓밟기 시작했다”고 꼬집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가전제품 업체들은 공급 일정조차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 푸네의 한 외국계 완성품 대형가전 업체에 부품을 납품하는 K사 관계자는 “원청업체에서 판매 부진으로 한 달치 계획을 세우지 못해 보름 단위로 물량 납기 일정을 건네받고 있을 정도”라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기업들 비상대책 수립

자동차 시장도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있다. 인도자동차공업협회(SIAM)는 7월 자동차 판매가 전년 동기 대비 7.4% 줄어든 13만1163대로 9개월 연속 감소세를 나타냈다고 지난달 19일 발표했다. 인도 경제지 이코노믹타임스에 따르면, 시장 점유율 1위인 마루티 스즈키를 비롯해 2위인 현대차, 폭스바겐 등은 부품 현지화 전략이나 수출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현대차의 경우 인도 전용 모델인 소형차 ‘Eon’ 등을 내세운 공격적인 내수 판로 확충과 더불어 아프리카 등의 수출 물량을 늘리기로 했다. 김언수 델리 판매마케팅팀 부장은 “현대 인도법인은 그나마 내수와 함께 수출을 병행하고 있어 환리스크를 어느 정도 헤지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현재 30%가량의 수출 비중을 더 늘려 충격파를 최소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반면 벤츠는 루피화 하락과 수입 관세 증가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이달부터 인도 판매 차량 가격을 4.5% 올렸다.

델리·뭄바이·푸네=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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