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류 강자 등극"…신성통상 미얀마의 꿈

입력 2013-09-10 17:23   수정 2013-09-11 05:12

양곤 현지 공장 르포

인건비 중국의 5분의 1…독자브랜드 '탑텐'으로 유니클로에 도전장
올해 생산량 1000만벌 돌파…전기·항만 등 인프라는 취약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 중심지에서 북쪽으로 30분 정도 차로 가면 쉐파우칸이 나온다. 신성통상 미얀마 공장이 있는 곳이다. 대지 1만2500㎡, 건평 8500㎡의 공장 안에선 2100명의 직원이 재봉기에 앉아 옷을 만들고 있었다. 가을·겨울용 다운재킷 점퍼 등을 생산했다.

이곳에서 만들어진 옷은 배편으로 20일 정도 걸려 한국 매장에 온다. 브랜드는 제조·직매형 의류(SPA·패스트패션)인 탑텐과 지오지아 올젠 유니온베이 등이다. 서승철 신성통상 미얀마 법인장은 “중국 인건비는 1인당 약 500달러, 베트남은 290달러인 데 비해 미얀마는 100달러 수준”이라며 “유니클로나 H&M 등 세계적인 SPA 브랜드와 싸우기 위해 생산비가 적게 드는 이곳에서 옷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미얀마에서 1000만벌 생산

신성통상은 미얀마 양곤 인근에 4개 공장을 두고 있다. 생산직원은 모두 6100명에 달한다. 공장별로 점퍼 재킷 셔츠 바지 등 생산품이 전문화돼 있다.

서 법인장은 “올해 미얀마에서 생산하는 옷은 1068만벌”이라며 “작년(182만벌)의 약 6배”라고 말했다. 신성통상이 미얀마에 진출한 것은 2010년이었다. 첫해 생산량은 18만벌에 그쳤다. 이듬해인 2011년과 2012년 의류 공장을 잇따라 사들이면서 생산량을 늘렸다. 미얀마를 ‘자가 브랜드제품 생산기지’로 삼은 것이다.

1968년 설립된 신성통상은 그동안 니카라과 온두라스 베트남 등에 공장을 두고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옷을 만들어 주로 수출해왔다. 그러나 지난해 SPA 브랜드 탑텐을 내놓으면서 달라졌다.

이 브랜드는 한국시장뿐만 아니라 중국 등 해외를 겨냥해 만들었다. 더 이상 OEM 의류업체가 아니다. 서 법인장은 “유니클로나 H&M 등과 정면 승부를 하기 위해 탑텐 브랜드를 만들었고 미얀마 공장을 계속 늘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값싼 인건비가 최대 장점

미얀마는 투자환경이 녹록하지 않다. 중소기업이 많이 진출해 있는 중국이나 베트남과 비교하면 전기와 항만 사정이 좋지 않다. 기자가 현지 공장을 취재 중일 때에도 두 번이나 정전이 됐다.

양곤항의 수심은 낮아 큰 배가 들어오지 못한다. 수출품을 싱가포르 등에서 환적해야 한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상당수 업체는 과감하게 투자 결정을 하지 못한다. 시장 조사만 하면서 주저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기업의 미얀마 투자 건수는 77건(KOTRA 양곤무역관 통계)에 불과하다. 세계적인 의류 업체들도 중국이나 베트남에서 위탁 생산을 하고 있다.

신성통상이 미얀마에 과감하게 투자하기로 결정한 것은 ‘풍부한 노동력’ 때문이다. 서 법인장은 “중국은 요즘 사람 구하기가 쉽지 않고 베트남에서도 지역에 따라 인력난이 생기고 있다”며 “미얀마는 임금이 낮고 노동자를 구하기가 쉬운 게 가장 큰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김동하 1공장장은 “미얀마 노동자는 손재주도 매우 좋다”며 “골무를 끼고 섬세하게 바느질할 수 있는 국민은 한국을 제외하면 미얀마가 유일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공장장은 20세부터 골무를 끼고 바느질부터 시작한 기능공 출신이다.

○수직계열화로 세계시장에서 승부

신성통상은 전기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직접 전봇대를 세우고 전력을 끌어왔다. 발전기도 따로 설치했다.

신성통상은 또 한국에서 간 직원들이 현지 직원들과 잘 어울리도록 하기 위해 미얀마어를 반드시 배우도록 했다. 김 공장장을 포함한 관리담당 직원들은 선물을 사들고 주말마다 직원 가정을 방문한다.

김 공장장은 “비가 줄줄 새는 판잣집에 8명의 식구가 한방에서 지내는 것을 보기도 했고, 자기가 결혼하면 노모를 모시고 살 사람이 없어 결혼을 포기한 여직원을 보기도 했다”고 말했다. 현지 직원들과 어려움을 공유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공장 관리가 이뤄지고 직원 숙련도도 높아졌다는 것이다.

서 법인장은 “다른 나라의 유명 의류업체들은 대부분 외주생산에 의존하고 있지만 우리는 상품기획에서 디자인 생산 판매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수직계열화했다”며 “원가경쟁력을 높이고 소비자 취향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만큼 앞으로 세계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양곤=김낙훈 중기전문기자 n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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