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금융산업의 '생존 부등식'

입력 2013-09-10 17:54   수정 2013-09-10 23:25

재무건전성도 우려되는 금융산업
서비스 가치 높이고 비용 절감해
'가치〉가격〉비용' 구조 이루어야

윤창현 한국금융연구원장 chyun3344@daum.net



주지하다시피 기업들은 시장경제 내에서 고용을 창출하고 세금을 납부하며, 투자를 하고 이윤을 낸다. 기업이 지속적으로 기업활동을 하는 경우 임금에 대한 소득세가 걷히고 이윤에 대한 법인세가 납부된다. 정부는 이 세금을 다양한 용도에 사용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 일석삼조의 상황이 된다. 기업이 지속되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요소가 필요하지만 가장 기본적인 것 중에 소위 ‘생존부등식’으로 불리는 중요한 관계가 있다.

제품의 가격이 100이라 하자. 누가 이 제품을 사들이는가. 바로 이 제품의 가치를 100보다 높게 평가하는 소비자들이다. 예를 들어 소비자 A가 이 제품의 가치를 150으로 평가하고 소비자 B는 90으로 평가한다면 A만 이 제품을 사들인다. ‘가치>가격’이 돼야 제품이 팔리는 것이다. 경제학적으로는 이 차이를 ‘소비자 잉여’라고 부르는데 소비자 잉여가 플러스인 소비자가 해당 제품을 사들이게 된다.

또 하나의 관계는 생산비용에 관한 부분이다. 기업은 해당 제품을 100보다 낮은 비용에 만들어야 이윤을 창출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가격이 100이면 생산비용은 80으로 ‘가격>비용’이 성립해야 한다. 이제 정리해보자. 기업은 150의 가치가 있는 제품을 100에 팔되 생산비용은 80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 팔기 위해서는 ‘가치>가격’이 필요하고, 이윤을 내기 위해서는 ‘가격>비용’이 필요하다. ‘가치>가격>비용’이 생존부등식으로 불리는 이유다.

생존부등식이 성립하지 않아도 생존하는 예가 있다. 은행의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서비스다. 많은 소비자들은 ATM을 이용한 현금인출 수수료가 비싸다고 지적한다. 수수료가 곧 서비스 가격인 만큼 많은 소비자들은 ATM 서비스 가치가 가격만 못하다고 평가하는 셈(가치<가격)이다. 게다가 한국금융연구원 분석에 의하면 ATM 기기 1대당 연간 160만원 정도 명시적 적자가 난다. 가격이 비용보다 낮은 것(가격<비용)이다. <br />
종합해보자. ‘생존부등식’ 관계는 ‘가치>가격>비용’인데 은행 ATM 서비스는 ‘가치<가격<비용’의 관계가 성립한다. 단순하게 보면 은행 ATM 서비스에 대해서는 ‘도태부등식’이 성립한다는 얘기가 된다. 물론 ATM 서비스는 일종의 인프라 역할을 하고 있고, 은행이 제공하는 많은 서비스 중 하나이므로 다른 분야에서 낸 이익으로 이를 공급하면 되기는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 최근 금융산업의 수익성이 엄청난 속도로 줄면서 건전성까지 위협받는 것은 아닌지 우려되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생존부등식’ 관계가 금융서비스 전반에서 무너지면서 ‘도태부등식’ 방향으로 가는 것은 아닌지, 또 이런 현상이 금융산업을 둘러싼 외부적 요인에 의한 것은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br />
우리 사회의 서비스 전반에 대한 인식은 초보적이다. ‘서비스’라는 단어가 왜 ‘무료’ 내지는 ‘공짜’라는 단어와 동일시되는가. 이런 분위기가 지식재산권, 소프트웨어, 문화콘텐츠, 나아가 금융서비스 같은 무형의 서비스에 대한 대가의 지불에 인색한 사회적 분위기로 이어지면서 금융산업에 위험요인이 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깊은 성찰이 필요한 상황이다.

금융회사는 금융서비스 가치가 소비자들에게 높게 부각되고 비용이 절감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금융서비스 수요자인 금융소비자들도 금융서비스 가치를 적정수준보다 너무 낮게 보는 것은 아닌지, 나아가 최근 나타나는 지나친 금융산업 때리기의 분위기가 금융서비스 가치에 대해 부정적 평가를 유도하는 부작용을 가져오는 것은 아닌지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한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 조절이 이뤄져야 한다면 정부도 나서서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서비스산업의 꽃인 금융산업이 제대로 발전할 수 있는 토양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가치를 제대로 평가해주는 소비자와 효율적 공급자의 존재가 잘 어우러져야 한다. 금융서비스를 둘러싼 각종 현안이 해결되면서 금융산업에 ‘생존부등식’이 제대로 성립할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윤창현 < 한국금융연구원장 chyun3344@daum.net</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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