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데스크] 양적완화의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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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09-15 17:25   수정 2013-09-15 21:05

이재창 국제부장 leejc@hankyung.com


역설도 이런 역설이 없다. 미국의 경제지표가 나쁘게 나오길 고대하는 글로벌 시장. 안 좋은 지표에 일제히 뛰는 주식. 거꾸로 경제여건이 좋아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기가 무섭게 곤두박질치는 시장. 경제여건이 좋아지면 미국의 양적완화(경기부양을 위해 중앙은행이 초저금리로 돈을 푸는 정책)가 조기에 종료될 거라는 불안감이 낳은 극도의 비정상이다. 출구전략이 임박하기까지 지난 6개월간 글로벌 경제를 지배해온 양적완화의 역설이다.

이런 글로벌 경제의 비정상은 이제 곧 막을 내린다. 17, 18일 열리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양적완화의 종말을 고하는 자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850억달러 규모인 채권매입 규모를 일단 150억달러 정도 줄이는 것으로 시작해 내년 초 한 차례 조정을 거쳐 5월에 완전 중단하는 스케줄로 갈 가능성이 높다. 내년 중반까지 적어도 두세 차례 위기의 파고가 예상된다.

막 내린 저금리시대에 시장 요동

양적완화 축소는 저금리 시대의 종말을 의미한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유동성을 줄이면 미국 내 돈이 줄게 되고 미국 국채와 대출금리 등이 올라가게 된다. 당장 미국 독일 영국 일본의 국채금리가 급등하고 있다. 자연 신흥국에 있던 돈이 수익성과 안정성을 찾아 미국 등 선진국으로 향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예측하기 어려운 금융불안이 야기될 가능성이 높다.

일부 신흥국은 이미 직격탄을 맞았다. 한때 세계의 성장동력으로 꼽혔던 BRICS의 추락이 대표적이다. 통화가치가 급락하고 있다. 미국이 푼 값싼 돈이 이들 국가로 흘러들어갔다가 출구전략에 썰물처럼 빠져나간 결과다. 올 들어 주가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건 한국이 위기에 비켜서 있다는 점이다. 위기의 신흥국과는 확실히 다르다. 17개월째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했고 3310억달러의 비상금(외환보유액)을 확보한 상태다. 원화가치는 상대적으로 안정돼 있다. 글로벌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신흥국들과는 달리 이달 들어서만 5조원 가까운 돈이 국내 증시에 유입됐다. 최근 10억달러의 외평채를 별 어려움 없이 최저금리에 발행하는 데도 성공했다. 외신들은 앞다퉈 한국을 ‘위기의 승자’라고 평가한다. 마치 한국은 위기에서 벗어나 있다는 착각이 들 정도다.


정치리스크 해소땐 한국에 기회

정부는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지만 여전히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당장 1000조원이 넘는 가계부채는 큰 부담이다. 만에 하나 출구전략에 따라 금리를 인상하게 되면 가계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져 가계부채발 위기가 현실화될 가능성도 없지 없다. 제조업 경쟁력도 미국과 일본에 추월당했다고 한다. 게다가 한국은 글로벌 자금이 가장 빠져나가기 쉬운 대표적인 나라로 꼽힌다. 수출 기업들엔 달러당 100엔을 넘나드는 엔저기조도 복병이다.

그렇다고 겁낼 것도 없다. 양적완화 축소는 미국 경제가 살아나고 있다는 방증이다.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엔 수출을 늘려 성장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이 시점에서 우리가 할 일은 위험요소를 최대한 선제적으로 없애는 것이다. 대표적인 게 정치리스크다. 포퓰리즘과 정치불안이 경제의 발목을 잡는 건 위기의 신흥국들이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문제점이라는 점에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의 정치가 경제에 부담이 돼 온게 어제 오늘의 얘기는 아니다. 정치 리스크만 해결한다면 위기의 절반은 극복한 것이나 다름없다. 양적완화 축소는 한국엔 분명 위기이자 기회다.

이재창 국제부장 leej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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