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史實을 사실대로 알려야 한다

입력 2013-09-15 17:27   수정 2013-09-15 22:04

터무니없는 거짓 주장과 왜곡으로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세력에 맞서
역사를 바로세우는 일에 힘 모아야

이인호 서울대 명예교수·역사학, 아산정책연구원 이사장



한국사 교과서를 둘러싼 논란이 날로 가열되고 있다. 논란이 아니라 이미 ‘전쟁’이다. 지난 5월 책 내용이 공개되기 전부터 유언비어에 기초한 표적공세에 시달려온 권희영 팀 교과서의 교학사 발행인은 자사가 발간하는 다른 책에 대해서까지 불매운동이 이는 데 대한 공포에 더해 생명에 대한 위협까지 받고 있으니 말이다.

순진한 국민들이 매체를 통해 받는 인상은 검인정에 합격한 8개 중 하나인 이 교과서는 극우적 입장에서 친일과 독재를 옹호하고 있을 뿐더러 사실적 오류투성이이기 때문에 역사교육을 걱정하는 학계와 민주화운동 측이 분개하고 있다는 것 정도다. 사실 교학사 한국사에는 쉽게 바로잡을 수 있었을 사실적 오류들이 간혹 눈에 띄며 저자들은 물론 검인정 기관이 어떻게 그런 것들을 놓치고 지나갔는지 유감스럽다. 그렇다면 왜 대한민국 교육부 장관을 지낸 분들 절대 다수와 70세가 넘은 원로 사학자들이 교학사 교과서에 대한 공세를 규탄하며 국민의 교과서 선택권을 보장하라고 나섰을까.

그것은 교학사 교과서에 대한 공격이 순수한 학문적, 교육적 관심에 근거한 것이 아니고 대한민국의 정통성 인정 여부에서 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교학사 교과서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처음부터 저자들이 ‘뉴라이트’계열이며 ‘현대사학회’와 ‘교과서포럼’ 관계자들이라는 것을 문제 삼았다. ‘뉴라이트’란 반체제 운동을 하다가 친대한민국으로 전향한 사람들을 총칭하는 말이며 ‘교과서포럼’과 ‘현대사학회’는 현행 교과서 대다수가 친북적 편향을 보인다고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 학자들의 모임이다.

그렇다면 친대한민국적 입장에서 역사를 보는 것은 이제 안된다는 이야기인가. 금성사 근현대사 교과서를 비롯한 현행 교과서 대다수가 반대한민국적 편향을 보인다는 지적이 나왔을 때, 옹호론자들이 내세운 것은 ‘색깔론’은 배제해야 한다는 논리였다. 문화권력 장악에 성공했다고 자신하는 그들은 이제 친대한민국적 시각을 가진 사람들은 교과서 집필에 참여할 수 없다는 역색깔론을 펴는 것이다.

교학사 교과서 공격에 앞장서는 사람들은 대한민국이 자유민주주의를 기치로 1948년에 태어난 나라였음을 부정하는 사람들임을 내세운다. 그들은 ‘민족문제연구소’니 ‘역사정의실천연대’니 하는 그럴듯한 이름을 내세우고 이승만과 박정희, 백선엽으로 대표되는 대한민국 국가 건설 주역들을 모두 반민족 친일세력으로 몰며 그들과 김구, 여운형, 장준하 등 민족주의 진영 사이에는 100년 전부터 지금까지 역사전쟁이 계속되고 있다고 역사를 왜곡하는 사람들이다. 터무니없는 거짓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사료를 조작하고 왜곡하는 그들의 수법은 사진을 합성해 인터넷에 올려 순진한 방문자들을 속이는 데에까지 이른다.

그런 사람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사실이 사실대로 알려지는 것이다. 그 때문에 그들은 대한민국 국민이면 반드시 갖춰야 하나 다른 교과서에는 누락돼 있는 새로운 지식을 많이 담고 있는 교과서의 출현을 저지하려고 결사항전을 벌인다. 그 때문에 대한민국 탄생에서 지금까지 국가 건설의 전 과정을 경험해온 구세대 역사가와 교육자들은 시정돼야 할 사소한 사실적 오류가 있다 해도 우리 역사를 따뜻한 눈으로 보는 새 교과서가 필요하다고 보는 것이다.

지금 일고 있는 전쟁은 역사책 하나가 살고 죽고의 문제가 아니다. 대한민국을 만든 세력을 ‘범죄 집단’으로 규정하는 과거 종북 세력은 운동권 특유의 항일 투쟁과 민주화 투쟁, 평화통일에 대한 이상주의적 집착을 이용해 젊은이들이 친북적 시각을 갖도록 세뇌시켰다. 그렇게 세뇌받은 386세대가 이제 중진으로 사회 각 부문, 특히 역사교육에 포진돼 있는 것이다.

반대한민국적, 전체주의적 의식구조는 그동안 물밑에서 암처럼 퍼져 나가다가 이제는 공공연하게 표면화되기에 이른 것이다.

이제 자유민주주의 국가로의 대한민국의 사활을 건 투쟁이 시작된 것임을 국민 모두, 특히 가장 혜택을 많이 누려온 사람들이 깨닫고 일어서지 않으면 이 나라 장래는 아무도 보장할 수 없을 것이다.

이인호 서울대 명예교수·역사학, 아산정책연구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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