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지도 않는 건강보험증, 발급비용만 연 55억

입력 2013-09-22 15:58   수정 2013-09-23 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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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793만장…업무처리에 인력도 낭비
법에 규정돼 있지만 주민번호로 확인 가능




지난 21일 서울 잠원동의 한 내과. 환절기 감기환자들로 하루종일 북적였지만 건강보험증을 내미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병원 측도 따로 요구하지 않았다. 주민등록번호와 이름만 대면 접수 완료. 바로 진료를 받을 수 있었다.

이 병원만 그런 게 아니다. 전국 병원·의원에서 접수할 때 건강보험증을 요구하는 곳은 거의 없다. ‘가입자 또는 피부양자가 요양급여를 받을 때에는 보험증을 요양기관(병원 등)에 제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국민건강보험법 12조 2항은 완전히 무력화돼 있다. 하지만 이미 용도폐기된 건강보험증을 관리하는 데 들어가는 예산과 인력은 전혀 줄지 않고 있다.

○쓰지도 않는 보험증 매년 발급

22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발급된 건강보험증은 총 1793만8890건. 신규로 발급된 건강보험증이 1094만7254건, 재발급은 699만1636건이었다. 신규 보험증은 직장을 새로 얻거나 가입 자격이 바뀔 때 발급되며 재발급은 분실, 훼손, 기한 만료 등의 사유로 이뤄진다. 2008년 이후 건강보험증은 매년 1800만건 안팎 발급되고 있다. 전 국민이 3년마다 보험증을 발급받는 셈이다.

건강보험증 발급에 들어가는 비용은 매년 50억원 정도. 지난해에는 총 55억4000여만원의 예산이 들어갔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인력 낭비다. 건보공단 직원 8000여명 중 2000명이 이와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시급한 민원이나 현안을 처리해야 할 인력이 쓰지도 않는 보험증을 만드는 일에 매달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건보공단이 예산과 인력 낭비인 줄 알면서도 보험증 발급 업무를 계속하고 있는 이유는 건보법 규정 때문. 현행 건보법 12조 1항은 ‘건보공단은 가입자에게 보험증을 발급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애매한 보험 규정에 혼란 가중

하지만 같은 법 3항은 1항과 2항의 규정을 무력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가입자 또는 피부양자는 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 여권, 그 밖에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본인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신분증명서로 요양기관이 그 자격을 확인할 수 있으면 건강보험증을 제출하지 않을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즉 건강보험증 없이 신분 확인이 가능한 상황이 되면서 병원도, 환자 측도 보험증을 휴대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그나마 병원 측의 편의로 신분증 확인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게 현실이다.

이 과정에서 보험증을 도용하거나 남에게 빌려줬다가 적발되는 건수만 매년 3만건에 달한다. 병원 일선 창구에서 신분증 확인을 거의 하지 않는 현실을 감안할 때 실제 도용 사례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건보법 규정의 이런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민주당의 최동익 의원 등이 주도해 병원 측의 건강보험증 확인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을 발의했지만 의사들의 반대로 논의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보험증 발급은 건보공단이 했는데 이를 확인하는 책임을 일선 병원에 지우는 게 합리적이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서울의 한 종합병원 원무팀장은 “이미 건보법에서 신분증으로 보험증을 대신할 수 있도록 해놓았는데, 매년 수십억원씩 들여서 보험증을 발급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며 “도용이 쉽고, 사진이 없어 개인 식별도 안 되는 건강보험증을 폐지하고 신분증만 사용할 수 있게끔 건보법을 고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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