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파도소리 벗 삼아 느릿느릿…'동해의 꽃' 보러갈까

입력 2013-09-22 16:12   수정 2013-09-23 03:08

경주 양남'파도소리길'



걷기 여행의 미덕은 길과 사람과 풍경, 무엇보다 자기 자신을 가장 잘 들여다볼 수 있다는 데 있다. 그곳이 세월의 더께가 겹겹이 쌓인 풍광 좋은 길이라면 감상은 더 각별할 터. 뜨겁고 치열했던 여름을 이겨낸 가을의 초입에서 문득 혼자만의 시간이 간절하다면 경주로 가자. 고도(古都) 경주의 동해안, 양남면 읍천항과 하서항을 잇는 1.7㎞ 해안 산책로를 걸으며 복잡다단한 일상사를 잠시 내려놓고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한 송이 꽃 같은 독특한 주상절리

걷는 내내 푸른 바다와 흰 파도가 곁에서 벗이 돼주는 산책로 이름은 파도소리길.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걸을 수 있고 경치가 빼어나 개통 1년 만에 인기 여행지로 떠올랐다. 어디서 시작해도 상관없지만, 넓은 주차장과 공원, 활어 직판장 등이 있는 읍천항에서 출발하는 것이 편하다. 출발한 곳으로 돌아오는 데 2~3시간이면 충분하므로 1.7㎞가 짧아 아쉬운 여행객은 원점으로 회귀한다.

천연기념물 제536호로 지정된 경주 양남 주상절리군이 파도소리길의 주인공이다. 읍천항에서 남쪽으로 내려가는 코스를 택하면 왼쪽에 바다를 끼고 출렁다리, 부채꼴 주상절리, 위로 솟은 주상절리, 누워 있는 주상절리, 기울어진 주상절리를 차례로 만난다. 오랫동안 군부대의 해안 작전지역이어서 공개되지 않다가 2009년 군부대가 철수하고 산책로가 조성되면서 그 기기묘묘한 모습을 드러냈다.

경주의 동해안은 신생대 말 현무암질 용암이 광범위하게 분출한 지역이다. 뜨거운 용암이 빠르게 식으면서 만들어진 다각형 기둥(주상절리)은 수직으로 발달하는 게 일반적인데, 이곳 양남 주상절리는 기울어지거나 수평으로 누워 있거나 부채꼴 등 독특하고 다양한 모양이다. 압권은 부채꼴 주상절리다. 국내에서 처음 발견됐을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드물다. 사방으로 펼쳐진 모습이 곱게 핀 한 송이 해국처럼 보인다 해서 ‘동해의 꽃’이라고 불린다. 나무계단, 흙길, 몽돌 해안길이 섞인 산책로 곳곳에 쉬어 가기 좋은 벤치와 정자, 포토 존이 설치됐고 해가 지면 경관 조명이 비쳐 야간에도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다.

작은 어촌인 읍천항은 벽화 마을로도 유명하다. 해마다 공모전 형식으로 마을 벽면을 크고 작은 그림으로 장식한다. 2010년부터 시작된 공모전은 올해 네 번째를 맞이했다. 파도소리길을 걸은 뒤 벽화를 구경하고 활어 직판장에서 자연산 회를 사서 방파제에 앉아 먹는 맛도 기가 막히다.

○감은사, 가람배치와 석탑의 조형미

파도소리길 지척에는 경주 동해권을 여행할 때 빼놓아선 안 될 곳이 세 군데 있다. 통일신라 삼층석탑의 시원(始原)이 된 경주 감은사지 동서 삼층석탑(국보 제112호), 경주문무대왕릉(사적 제158호), 이견대다.

감은사는 삼국 통일의 위업을 이룬 문무왕이 왜적을 막고자 경주로 통하는 동해 어귀에 짓기 시작한 사찰로, 아들인 신문왕 때(682년) 완공됐다. 지금은 금당 터와 탑 두 기만 남았지만, 동해를 바라보며 1300여년간 한자리를 지켜온 두 탑에는 장중한 기백과 기품이 서려 있다. 금당 하나와 쌍탑으로 구성된 가람 배치, 삼층석탑의 조형미는 이후 통일신라에서 사찰을 세우고 탑을 쌓을 때 일종의 본보기가 됐다.

감은사지를 둘러보고 동해 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대종천을 중심으로 왼쪽은 이견대, 오른쪽은 대왕암 가는 길이다. 이견대는 용이 되어 나라를 지키겠다고 유언한 문무왕이 동해에 나타나자, 용을 본 자리에 세워 호국 의지를 기렸다는 정자다. 이곳에선 봉길해변과 문무대왕릉이 한눈에 들어온다. 한국 미술사학계의 태두였던 우현 고유섭 선생이 자신의 책 ‘나의 잊히지 못하는 바다’와 ‘경주 기행의 일절’에서 경주에 가거든 꼭 찾으라고 했던 바로 그 문무대왕릉이다.

○경주 최부잣집 고택의 아름다움

파도소리길, 문무대왕릉, 이견대, 감은사지로 이어지는 동해권 여행은 하루면 충분하다. 1박2일 여행을 계획한다면 경주 시내에 숙소를 잡고, 다음날 아침 성동시장과 경주교동 최씨고택(중요민속문화재제27호)에 들러보자. 경주역 맞은편에 있는 성동시장은 중앙시장과 더불어 가장 규모가 큰 재래시장이다. 이른 아침 식사가 가능한 5000원짜리 한식 뷔페와 10~30년 된 분식집의 김밥, 순대, 떡볶이 등이 인기다. ‘경주 최부잣집’으로 널리 알려진 교동최씨고택은 조선 시대 양반 가옥의 전형으로, 단정한 한옥의 아름다움을 엿볼 수 있다.

최병일 여행레저전문기자 skycbi@hankyung.com

◆ 여행팁

서울에서 신경주까지 가는 KTX는 하루 21회 운행하며 2시간10분 걸린다. 버스는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 하루 17회 운행하며 4시간30분 걸린다.

여행에서 가장 고민스러운 것은 역시 숙소와 음식. 고속버스터미널 인근에 개장한 지 두 달쯤 된 ‘경주디와이관광호텔’(054-701-0090은 시설과 서비스, 청결도 모두 만족스럽다. 시내 관광지까지 접근성도 뛰어나다. 경주역과 시외버스터미널에서 가까운 ‘게스트하우스 바람곳’(054-771-2589)은 4인실이 기본으로, 깨끗하고 조용해 여성들에게 인기가 많다. ‘경주게스트하우스’(054-745-7100)는 2·4·8·10인실로 선택의 폭이 넓고 방마다 욕실을 갖추고 있다.

경주 향토 음식 브랜드 ‘별채반 교통쌈밥’(054-773-3322)은 경주의 명물이다. 놋그릇에 음식을 담아 1인상으로 제공하므로 나홀로 여행자에게도 안성맞춤이다. 교동최씨고택 옆골목의 ‘교리김밥’(054-772-5130)은 달걀지단이 듬뿍 들어간 담백한 김밥으로 출출한 속을 달래준다. 잔치국수도 맛있다. 초밥과 돈가스는 어심(054-772-1110)이 유명하다.

첨성대 앞 첨성로와 대릉원 후문 길 건너편의 봉황로 커피 골목에는 로스팅 카페를 비롯해 개성 있는 카페가 많다. 감은사 주변의 골굴암과 기림사, 감포항도 같이 둘러보면 좋다.




▶[화제] "신기해서 난리" 주식용 네비게이션 드디어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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