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문소리, '스파이' 웃겼던 만큼 많이 울었던 작품

입력 2013-09-23 17:35   수정 2013-09-23 22:01


[김보희 기자 / 사진 장문선 기자] "'스파이' 이제는 훌훌 털어버리는 기분."

문소리(39), 대한민국 여배우 중에서 이처럼 극과 극의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해내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영화 '오아시스'에서 파격적인 장애인 연기로 여배우로서 재기는 어려울 것이라 했지만, 영화 '바람난 가족'을 통해 도발적인 관능미를 내뿜으며 화려하게 스크린 신고식을 마쳤다. 이후 다양한 매력을 발산하던 그는 영화 '사랑해, 말순씨'에서 우리 엄마 같은 푸근한 매력으로 감동을 선사했다. 그야말로 다음 작품은 어떻게 변신할지 기대되는 배우.

그런 문소리가 이번에는 영화 '스파이'(감독 이승준, 제작 JK필름)를 통해 코믹 연기에 도전했다. '스파이'는 대한민국 스파이 철수(설경구)가 작전을 수행하던 중, 자신의 정체를 모르는 마누라(문소리)가 작전에 휘말리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코믹 액션 영화다.

특히 '박하사탕'과 '오아시스' 이후 11년 만에 다시 호흡을 맞춘 설경구와 문소리의 조합으로 화제를 모았으며 오랜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다니엘 헤니의 등장으로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이 영화는 한 차례 홍역이 있었다. 당초 윤제균 감독 제작, 이명세 감독 연출로 이목을 끌었지만 촬영 도중 감독이 교체되면서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면 당시 현장 분위기는 멘붕에 빠진 상태. 다행히 윤제균 감독이 '으쌰으쌰' 배우와 스태프들을 다독이면서 촬영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그렇다면 현장에서 모든 상황을 지켜본 문소리의 심경은 어땠을까. 한경닷컴 w스타뉴스는 최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문소리를 만나 솔직한 이야기를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문소리는 '스파이' 개봉 소감에 "영화가 여러 가지로 마음고생이 많았던 작품이다. 또 코믹 장르라고 하지만 그에 못지않은 액션도 많아서 몸도 힘들었다. 그러나 그 시간을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은 서로 격려해가며 이겨냈던 끈끈한 동료애와 스태프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큰 욕심은 없다. 정말 고생한 만큼 손해만 안 봤으면 좋겠다"고 조심스레 입을 뗐다.

"사실 이 작품은 '윤제균 제작, 이명세 감독, 설경구 출연' 이 세 사람의 조합을 보고 출연을 결심했다. 하지만 이명세 감독님이 하차하게 되면서 현장 분위기는 다소 어두워졌다. 나 역시 하차까지 고민했지만 (설)경구 오빠가 옆에서 많이 다독여줘 끝까지 촬영할 수 있었다."

사실 배우들의 마음고생은 '스파이' 미디어데이 현장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윤제균 감독이 배우들의 손을 꼭 잡고 우는 장면은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이는 영화가 개봉했다는 기쁨과 그동안 수고했다는 격려, 마음고생에 대한 위로 등 많은 의미가 담겨있는 듯 보였다.

이에 문소리는 "윤제균 감독님은 너무 잘 운다"고 폭로해 반전 웃음을 선사했다. "사실 나도 잘 우는 편인데. 윤제균 감독과 설경구 씨는 더 잘 운다. 오히려 내가 울지 말라고 눈물을 닦아준 적이 많다.(웃음) 사실 이 영화 촬영하면서 두 사람이 제일 힘들었을 텐데 끝까지 주변 사람들을 챙겨주느라 고생 많았다. 그 마음 다 안다."

문소리와 '스파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니 자연스레 설경구의 이야기로 넘어갔다. 두 사람은 1999년 '박하사탕'(이창동 감독)부터 이어온 인연이 벌써 14년째 이어오고 있다.

"설경구 씨는 정말 친오빠 같다. 같이 있으면 편하고, 연기할 때도 별다른 대화를 안 하고 촬영에 들어가면 호흡이 척척 맡는다. 이번 작품에서도 순간적인 애드리브가 들어간 장면이 많았다. 특히 정선 폐광촌 촬영에서 둘이 숨어 이야기를 나누던 중 머리를 딱 때리는 장면이 있다. 그건 정말 나도 모르게 손이 먼저 나간 건데 (설)경구 오빠가 그걸 자연스레 받아줬다. 오랜 시간을 함께 하니 굳이 미리 호흡을 맞춰보지 않아도 서로 느낌을 알고 있는 것 같다."

"사실 설경구 씨랑은 이창동 감독님의 작품을 같이 해보고 싶다. '박하사탕'과 '오아시스'를 같이 했을 때가 그립다. 사실 그 당시에는 경험도 없고, 철이 없어 감독님을 많이 괴롭혔다. 하지만 지금 이창동 감독님과 작업한다면 눈빛만 봐도 알 것 같다. 설경구 씨와도 그런 이야기 많이 한다. 언젠가 이창동 감독님의 작품을 꼭 해보자고. 그런데 감독님이 요새 작품이 뜸하셔서 아쉽다. 어떤 역할이라도 괜찮다. 이창동 감독님이 부르시면 꼭 할 것이다."


문소리에게 애틋한 존재인 설경구, 그렇다면 같이 호흡을 맞춘 다니엘 헤니는 어땠을까. 그는 "다니엘 헤니는 그냥 그림 같다. 정말 대한민국이 인정한 훈남 배우지 않냐. 같이 호흡을 맞추는데도 가끔 보고 있으면 무슨 그림이나 조각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 정말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잘 생겼다"며 "근데 어느 날은 설경구 씨가 오더니 '영 안 어울릴 줄 알았는데 의외로 (다니엘 헤니와) 잘 어울리더라'라고 말해 빵 터진 적이 있다"고 웃으며 털어놨다.

"다니엘 헤니 출연 소식을 듣고 당시에는 '출연하는가 보다'라고 별 느낌 안 들었는데. 주변에서 반응이 뜨겁더라. 특히 결혼한 친구들이 '네가 드디어 해내는구나' '완전 계탔다'라는 등의 부러움을 표시했다. 또 극중 내용 역시 유부녀가 잘생긴 남자한테 반하는 내용 아니냐. 아무래도 여러 가지로 대한민국 여성들의 로망을 채워준 것 같다. (웃음)"

문소리에게 '스파이'는 코믹 액션 장르라는 새로운 도전이었지만 감독 교체라는 홍역과 여자가 감당하기에는 고된 액션도 많았다. 하지만 '스파이'는 힘들었던 시간만큼 외롭고 지친 관객들에게 시원한 웃음을 안겼다. 이 영화는 누군가에게는 힐링을, 누군가에게는 웃음을, 또 누군가에게는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영화가 될 것이다. 

"개봉하기 바로 직전에 이명세 감독님을 만났어요. '영화 하는 선배로서 잘 되길 바란다. 잘 될 것 같다. 고생 많았다'고 말씀해주시더라고요. 뭉클했죠. 저에게 '스파이'는 정말 힘들었던 작품이었지만 그만큼 고생한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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