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지만 지어놓고…서울시 뒷짐에 '교통지옥'

입력 2013-10-01 17:46   수정 2013-10-02 01:11

서초 우면2지구 차량정체 심각…1㎞ 가는데 40분
입주단지~강남대로 연결로 관계기관 갈등에 착공 못해
삼성R&D센터 입주땐 더 혼잡




올해 초 서울 서초구 우면2지구 아파트에 입주한 장모씨는 출퇴근 시간만 되면 짜증이 난다. 직장이 강남역 인근인 장씨는 지난해까지 서울 상계동에 살다 대출까지 받아 회사와 가까운 우면2지구로 옮겼으나 출퇴근 시간은 각 1시간 남짓으로 오히려 더 늘어났기 때문이다.

장씨가 아파트에서 강남역으로 가려면 태봉로(왕복 4차선)~지하차로(4차선)~양재천길(2차선)을 빠져나와 강남대로로 들어서야 한다. 태봉로~양재천길은 1.1㎞로 서초 우면2지구에서 강남대로로 이어지는 유일한 도로다. 올초 우면2지구에 3200여가구가 입주하면서 차량 통행량이 급격히 늘었다. 4차선인 태봉로에서 2차선인 지하차로와 양재천길로 차선이 줄어 병목현상에 따른 정체도 심각하다. 이 때문에 신호등 한 개를 지나는 데 평균 5번가량 신호를 받기 일쑤다. 출퇴근 시간 1.1㎞를 가는 데 40분이나 걸린다. 연말까지 LH(한국토지주택공사) 보금자리주택 3400가구의 입주까지 끝나면 거주자만 2만여명으로 늘어 극심한 교통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이 지역의 교통 체증이 심각한 이유는 아파트 입주가 본격화됨에도 우면2지구와 강남대로를 잇는 도로 건설이 늦어지고 있어서다.

아파트 단지 조성에 맞춰 인근 도로도 개통돼야 하는데 시행사가 주택 건설에만 매달리면서 도로 건설이 지연됐다. 우면2지구 시행사인 서울시 SH공사는 2011년에야 뒤늦게 570억원의 예산을 책정, 당초 내년 상반기까지 기존 ‘태봉로~양재천길’을 현재보다 2차선을 추가 확장해 완공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이에 대해 양재천길 인근의 양재1동 주민들은 “양재천 녹지가 훼손돼 주거환경이 나빠지고 인근에 학교가 있어 사고 위험이 크다”며 도로 확장 공사에 반대했다. 대신 양재천 건너 쪽 시민의 숲을 지하로 지나는 대체 도로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대체 도로는 ‘교총 사거리~양재천 교량~시민의 숲~강남대교’(1.2㎞)를 잇는 왕복 4차로로, 사업비는 당초 계획보다 150억원이 더 들어간다.

관할구청인 서초구는 “대체 도로가 기존안보다 교통량이 분산되고 차량 정체도 크게 줄어든다”며 찬성했다. 대체 도로 용역을 수행한 삼보엔지니어링에 따르면 기존안대로 도로를 건설하면 1.1㎞ 전 구간에서 정체 현상이 발생하지만 대체안을 따르면 200m가량만 정체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 주민들도 이 대체안에 대부분 찬성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도로 건설은 2년 넘게 지연되고 있다. SH공사가 난색을 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SH공사 관계자는 “국토교통부 승인을 받아 고시까지 했는데 주민 민원을 이유로 계획을 바꿀 수 없다”고 말했다. 박원순 서울시장 취임 이후 부채 감축 목표가 최우선 과제가 됐다는 점도 SH공사가 추가 공사비 부담이 드는 대체안을 반대하는 이유다.

문제는 2015년 5월 삼성전자 연구개발(R&D)센터가 우면2지구에 들어선다는 점이다. 연면적 33만㎡에 상주 인력만 1만여명에 이를 전망이어서 교통 대란이 우려된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서초 우면2지구 교통 관련 긴급대책회의를 2일 열 계획이다. 그러나 서울시는 SH공사와 서초구가 직접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향후 협의 과정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우면2지구 주민 최모씨는 “서울시와 시행사가 주민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고 도로인프라는 외면한 채 대규모 임대 주택을 짓는 데만 혈안이 돼 이런 사태가 초래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화제] "30초에 380만원" 돈 버는 네비게이션 등장
▶ 별장으로 쓰면서 은행이자 3배 수익 받는곳?


관련기사
<ul><li>경상도·전라도 가로지르는 S-트레인 개통</li><li>목포~제주 고속철도 해저터널 재추진</li><li>서울 심야버스 9개 노선으로 확대</li><li>[사설] 용인경전철 문제, 지방 포퓰리즘의 표본이다</li><li>서울 택시 기본요금 오른다</li></ul>



[한국경제 구독신청] [온라인 기사구매] [한국경제 모바일 서비스]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경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국온라인신문협회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관련뉴스

    top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