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를 위한 미술산책] 형태·색채 무한자유 추구…이성을 억제하고 마음껏 느껴라

입력 2013-10-04 17:05   수정 2013-10-04 23:10

<15> 추상미술의 두 갈래



“작업실 문을 여는 순간 나는 형언하기 어려울 정도로 아름다운 그림 한 점을 발견했다. 순간 너무 놀라 그 자리에 멈춰 서서 바라봤다. 그 그림은 주제도 없어 보이고 어떤 (구체적) 대상을 묘사한 게 아니라 단지 밝은 색면으로 구성된 것이었다. (중략)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맙소사, 그것은 바로 옆으로 놓인 내 그림이었다.”

러시아 화가 바실리 칸딘스키(1866~1944)는 1910년께 어느 날 스케치를 마치고 작업실로 돌아와서 본 자신의 작품에서 예기치 못한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충격에 빠진다. 독일의 표현주의 그룹인 청기사파에 참여하며 표현성이 강한 그림을 그려온 그였지만 아직 형태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림의 내용과 관계없이 색채만으로 감정을 전달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그는 구상회화의 전통을 청산하고 완전추상화로 나아간다.

칸딘스키는 자신의 생각을 ‘구성(composition)’과 ‘즉흥(improvisation)’이라는 두 가지 시리즈로 실험했는데 ‘구성’은 기하학적 형태를 의식적으로 배열한 것이고, ‘즉흥’은 어떤 의식에 얽매임 없이 자유롭게 그린 것들이었다. 현란한 색채와 자유분방한 붓질로 그는 자신의 감정을 마음껏 쏟아부었다.

관객도 자유롭게 자기 방식으로 느끼면 그만이었다. 같은 세모꼴이라도 보는 사람에 따라 나무로 볼 수 있고, 산으로 혹은 지붕으로도 볼 수 있었다. 그런 해석의 다양성이야말로 의미가 하나로 제한되는 구상회화보다 감상의 묘미를 배가시킬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칸딘스키 등 일군의 화가가 추상으로 나아간 것은 초현실주의자와 같은 이유에서였다. 세계 1차 세계대전으로 이성과 합리성만을 추구했던 서구 문화의 모순이 극단적으로 적나라하게 드러나자 이성을 부정하고 감성과 무한 자유의 영역에서 꾸밈 없는 아름다움을 발견하려 했던 것이다.

칸딘스키가 주로 자유로운 곡선적 미감을 추구한 데 비해 피에트 몬드리안(1872~1944)은 엄격한 질서를 중시하는 또 하나의 추상화 흐름을 제시했다. 네덜란드 출신의 이 완벽주의자는 칸딘스키와 마찬가지로 추상회화를 지향했지만 그와는 다르게 감정을 자유롭게 쏟아내는 행위를 혐오했다.

제1차 세계대전을 통해 극도의 혼돈을 경험하면서 그는 “자연은 불쾌하고 무질서한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그리고 자연계에 결여된 한치의 오차도 없는 정밀하고 기계적인 질서를 창조하기로 마음먹는다.

자연에는 직선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믿음을 바탕으로 그는 오로지 직선과 직사각형만으로 이뤄진 ‘차가운’ 추상회화를 창시했다. 그에게 수직선은 생기를 의미하고, 수평선은 평온함을 나타내는 것이었다. 그는 이 두 가지 직선을 적절히 교차시킴으로써 ‘다이내믹한 평온함’에 도달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색채도 빨강, 노랑, 파랑 같은 삼원색과 흰색, 검정 같은 무채색만 사용했다. 이렇게 해서 창조된 그의 추상화는 그가 공언한 대로 자연의 어떤 대상과도 관계를 맺지 않은 완전한 추상화였다.

몬드리안은 자신의 신념을 생활 속으로 연장하기도 했다. 그는 화실 내부를 온통 흰색과 검은색으로 칠했고, 전축만 붉은 색으로 처리했다고 한다. 벽은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삼원색과 무채색의 네모꼴로 장식했다. 심지어 꽃병에 꽂힌 튤립의 초록색 잎이 거슬린다며 흰색으로 칠해버릴 정도였다.

우리가 추상화라면 무조건 어렵다고 생각하는 것은 그림에는 작가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는 선입견 때문이다. 그러나 추상회화는 작가가 해석의 주도권을 감상자에게 넘기고 자신은 무한한 표현의 자유를 누리는 그림이다.

추상회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무제(untitled)’라는 제목은 “해석은 당신이 알아서 해”라는 작가의 무 개념 선언이나 다름없다. 관객은 주눅들 필요 없이 작가가 보여주는 무정형의 형태감과 감각적인 색채를 자기 방식으로 느끼면 그만이다.

‘이성에 집착하지 말고 감성에 충실하라.’ 추상회화는 그렇게 우리에게 부르짖고 있는 것이다. 추상회화 전시장에 들어섰을 때 당신은 적어도 머리를 쓸 부담은 없지 않은가.

이성을 무장해제하고 감성의 날것을 마음껏 느끼라.

정석범 문화전문기자 sukbum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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