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것이 법이다! 의원 8명 수갑 채워 체포하는 미국

입력 2013-10-10 22:18  

어제 한경 2면에 실린 미국 워싱턴발 사진 한 장은 참으로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든다. 의사당 앞 대로에서 민주당의 현직 의원이 뒤로 손이 묶인 채 경찰에 연행되는 모습이다. 현장에서 체포된 찰스 랭글 의원은 1971년부터 줄곧 하원을 지켜온 무려 22선 의원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정치적 멘토로도 잘 알려진 83세의 노정객. 이런 비중 있는 인사가 이민법 개정을 촉구하는 도로점거 농성에 동참했다가 현장에서 바로 연행된 것이다.

이것이 법치주의다. 미국식 준법정신의 현장이다. 미 전역에서 모인 수천명의 시위대는 공화당 주도의 연방하원이 이민법 개정을 미루는 것을 규탄했고, 랭글 의원은 시위에 동참했다가 우리로 치면 집시법과 도로교통법을 위반했던 것이다. 다른 7명의 연방의원들도 같은 혐의로 현장에서 체포됐다. 경찰은 이들에게 집회장소 이탈과 교통방해 혐의를 적용할 것이라고 한다. 공공질서의 위반자에 대해선 지위의 고하도 예외도 없다. 이런 일이 처음도 아니다. 2011년엔 워싱턴 현직 시장이 수갑을 찬 채 체포되는 사진이 현지신문 1면에 대문짝만하게 실렸다. 연방정부 예산편성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다 통행방해 혐의 등으로 검거됐던 것이다.

우리 현실은 어떤가. 수도 서울 한복판의 문화재 코앞에서 치외법권지대인 양 1년짜리 장기 불법농성을 벌이다 고궁 담장까지 태우는가 하면 국가안보와 장기전략상 필요해 여야 합의로 결정한 제주 해군기지 건설에 온갖 부류의 외부인들이 수시로 몰려가 예사로 폭력을 휘두르고 있다. 죽창과 쇠파이프는 애교 수준이 돼 버렸다. 평화적 시위는 드물고, 농성이라도 벌어지면 아직도 한편에는 테러범을 방불케 하는 화염병까지 등장한다. 밀양 송전탑 건설현장에는 교수대 올가미까지 내걸렸다. 미국에서라면 어떻게 됐을까.

제복경찰에 폭력을 행사하는 지경이니 법치라는 단어는 꺼내기도 민망하다. 제1 야당이 대한민국 한복판의 서울시청 앞에 제멋대로 텐트를 치고 확성기를 동원해 장기간 가두농성을 벌여온 판에 폴리스라인은 남의 나라 얘기다. 법치는 다른 것이 아니다. 경찰에 대한 복종이 바로 법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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