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엔알시스템 김명한 사장, 공장서 숙식 해결하며 13년간 테스트 기계 200종 국산화

입력 2013-10-18 06:59  

김낙훈의 기업인 탐구 - 케이엔알시스템 김명한 사장

초창기 직원 1년간 월급 못 줘도 한 명도 떠나지 않고 개발 힘써
KISTI 도움으로 해외시장 개척…美기업과 매칭 통해 GM에 납품 성과
침 한방울로 DNA추출 장비도 개발

김낙훈 중기전문기자 nhk@hankyung.com



경기 용인시에 있는 케이엔알시스템의 회사 소개 브로슈어에는 이 회사가 개발한 제품이 실려 있다. 책 한 권에 이른다. 주요 제품만 실어놓은 게 그 정도다. 창업 후 13년 동안 개발한 기계가 무려 200여종에 이른다. 매년 약 20종에 달하는 셈이다. 어떻게 그 많은 설비를 개발할 수 있었을까.


용인 천덕산 자락에 있는 케이엔알시스템을 멀리서 보면 멋진 카페가 연상된다. 유리창으로 뒤덮인 식당과 잔디밭 연못 정자가 보인다. 사무동으로 들어서면 통기타가 놓여 있는 카페에서 은은한 커피향이 흘러나온다.

1층 카페에는 징이 한 개 놓여 있다. 한 번 울리면 묵직한 소리가 오랫동안 이어진다. 이 징은 어려웠던 창업 초기 영업부에서 ‘한건’을 수주해오면 모든 직원이 들을 수 있도록 치던 것이다. 저녁에 이 징소리가 들리면 모든 직원은 환호성을 울리며 박수를 쳤다.

케이엔알시스템(사장 김명한·46)은 단단한 회사로 커가고 있다. 작년 매출 155억원, 수출 약 400만달러, 종업원 243명에 이른다.

이 회사가 만드는 품목은 주로 테스트장비다. 자동차용이 가장 많고 철도차량용, 토목공학용, 원자력발전소용과 재료 테스트용 장비 등이다.

예컨대 자동차용 테스트장비는 이런 것이다. 자동차는 2만개가 넘는 부품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 부품이 단단하게 잘 결합돼야 한다. 비포장 도로 같은 험난한 조건에서 오랫동안 주행하더라도 분해되거나 망가지지 않아야 한다. 완성차를 만든 뒤 출고해 검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전에 테스트를 하는 게 더욱 중요하다. 그래야 불량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원하는 부품이나 골격을 전후·좌우·상하로 흔들고 돌리면서 일정 시간 동안 테스트하는 장비다.

김명한 사장은 “이들 중 대당 8억원이 넘는 등속조인트용 테스트장비는 세계에서 서너 개 업체만이 만들 수 있는 장비”라며 “우리가 개발했다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수준 높은 설비”라고 말했다. 등속조인트는 엔진의 힘을 바퀴로 전달하는 중요한 부품이다. 이를 개발해 외국산 장비의 약 절반 가격으로 국내 연구소에 납품했다. 몇몇 테스트장비는 미국에 공급하고 있다.

아울러 철도 선박 항공 분야의 초소형 부품에서 대형 장비에 이르기까지 테스트할 수 있는 시스템과 재료·부품에 힘을 가해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이를 시각화하는 재료테스트시스템, 풍력 원자력 같은 에너지 관련 테스트장비, 로봇을 이용한 장비 등 다양한 제품을 설계 제작하고 있다.

하지만 이 회사는 불과 10년 전만 해도 무척 작고 어려운 업체였다. 김 사장은 성균관대 기계공학과에서 학사·석사·박사 학위를 마친 뒤 2000년 7월 창업했다. 한때 자동차부품연구원에서 근무했던 인연으로 자동차 테스트장비 개발에 나섰다.

지인의 사무실 한쪽을 얻어 시작한 뒤 경기 화 성시 봉담 부근으로 이전해 작은 월세공장을 얻어 설비 개발에 나섰다. 김 사장은 “창업 초기엔 공장에서 스티로폼을 깔고 잠을 자며 지내기 일쑤였다”고 말했다. 하루하루를 너무 어렵게 지내다보니 한번은 직원들의 사기를 올려줄 생각으로 큰마음 먹고 직원들과 수원의 참치집을 찾았다. 여주인에게 가장 비싼 횟감을 주문했더니 여주인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세 번이나 다시 물었다. “정말 그걸 시키는 거예요?”

기름때에 전 작업복을 입고 초췌한 몰골로 들어선 이들에게 돈이 있을 리 없다고 본 것이다. 초창기에는 1년 가까이 직원들에게 월급 한푼 주지 못했다. 그래도 ‘세계적인 기술력을 가진 회사를 만들어보자’는 김 사장의 비전에 공감해 똘똘 뭉쳤다. 어떤 직원은 자기 집을 담보로 은행 대출을 받아 기술개발에 보탰다. 이런 가운데 기술신용보증의 지원은 큰 도움이 됐다. 김 사장은 “그때 고생했던 멤버들이 지금은 각 분야의 임원이나 부서장을 맡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가 지금처럼 자리를 잡은 데는 세 가지 요인이 있다. 첫째, 동아리 멤버처럼 끈끈한 협력정신이다. 김 사장은 학창시절 기타를 치며 동아리 활동을 했다. 지금도 회사 곳곳에 기타가 놓여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는 “동아리 멤버들은 자신의 취향이나 비전에 맞춰 사심 없이 모임에 참여하고 즐긴다”며 “이런 정신으로 일한다”고 말했다.

그 핵심은 ‘3불정신’이다. 부단·불패·불멸(不斷·不敗·不滅)이다. 어떤 경우에도 기술 개발의 끈을 놓지 말고, 남에게 지지 않으며, 영속하는 회사를 만들자는 것이다. 이런 협력정신 덕분에 공장에서 잠을 자면서도 각종 테스트장비를 개발했다. 영업부서 직원들은 저녁에 ‘기쁨의 징’을 치기 위해 열심히 발로 뛰었다.

둘째,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의 지원이다. 김 사장은 “중소기업은 기술력이 있어도 세계시장의 흐름이나 제품의 전망을 파악하기가 어렵다”며 “어떤 제품을 어떤 방식으로 개발해야 국내외 시장에 적합한지 KISTI에서 도와줬다”고 말했다. 그는 “KISTI가 텍사스대와 공동으로 추진한 한국과 미국 기업 매칭행사를 통해 미국 시장을 개척하는 성과도 거뒀다”며 “이를 계기로 베어링 시험장비를 GM에 납품하는 길을 트게 됐다”고 덧붙였다. 정부 출연연구소인 KISTI가 방대한 과학·기술 정보를 토대로 해당 기업에 어떤 분야가 유망한지 찾아주고 컨설팅해준 것이다.

셋째, 초심경영이다. 김 사장은 사업을 하다보면 예기치 않은 일들이 많이 생기는데 그때마다 초기 멤버들과 함께 우리가 왜 회사를 만들었는지를 논의하며 초심으로 돌아가자고 권유한다. 이 멤버들 역시 마찬가지다. 제대로된 회사, 기술력있는 회사, 당당한 회사를 만들고 이런 가치를 실현해나가자고 다짐한다.

이 회사는 생산 제품을 대부분 한 대씩 납품한다. 이 중에는 수백만~수천만원짜리도 있고 수십억원에 이르는 고가 장비도 있다. 고속철도차량의 바퀴 내구시험장비는 약 40억원에 이른다. 대부분 한 대 정도 공급하기 때문에 끊임없이 개발해야 한다. 특히 자동차의 경우 매번 기업의 요구에 맞춰 최적화된 장비를 공급해야 하기 때문에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이 회사는 최근 미국의 작은 벤처회사와 협력해 침 한 방울로 15분 내 DNA를 추출하는 첨단장비도 개발했다. 자체 연구소에서 다양한 로봇장비도 연구하고 있다.

이 회사의 목표는 무엇일까. 김 사장은 “국내를 넘어 세계 1위의 테스트장비업체로 성장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21명의 연구원들은 10년 앞을 내다보는 장비를 개발하기 위해 오늘도 연구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김낙훈 중기전문기자 n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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