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인간 누구 책임인가…국내 첫 '열린 의료재판'

입력 2013-10-22 21:17   수정 2013-10-23 04:16

전문의 4명·시민 5명 참여
환자 측 "초기 진단 못해"
병원 측 "의심증상 없었다"



22일 오전 10시30분 서울 자양동 동부지방법원 15호 법정. 의료 과실 여부를 다투는 재판으로는 국내에서 처음 의사와 시민이 자문단으로 참여한 ‘열린 의료재판’이 열렸다. 자문단은 이번 사건과 관련 있는 복부·흉부영상의학과 등 4개 분야 전문의와 동부지법법률참여센터에서 활동 중인 시민 5명으로 구성됐다.

이날 재판은 2011년 생후 1주일된 박모군이 K대학병원에서 진료를 받는 과정에서 제대로 된 진단·치료가 이뤄지지 않아 장애가 발생했다며 박군의 부모가 병원 측을 상대로 11억1600만원을 지급하라고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마지막 변론기일이었다. 열린 재판에서는 원고 측과 피고 측의 열띤 공방이 이어졌다. 원고 측 변호인은 “K대학병원 의료진이 중장염전(소장이 새끼줄 모양으로 꼬여 소장에 피가 공급되지 않는 응급 질환)을 초기에 진단하지 못해 개복술을 실시하지 않았고, 박군이 식물인간 상태에 이르게 됐다”며 의료사고임을 지적했다. 이에 대해 피고 측은 “중장염전의 3대 증상인 담즙성 구토와 혈변이 박군에게 나타나지 않았다”며 “중장염전을 포함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치료에 임했는데 결과만 놓고 민사상 책임을 묻는 것은 과하다”고 반박했다.

낮 12시부터 한 시간 휴정한 재판부는 오후 1시부터 비공개로 자문단의 의견을 들었다. 자문단 의견도 나뉘었다.

피고 측 입장의 자문위원들은 “선천성 기형이어서 치료를 제때 했더라도 장애가 발생하지 않았으리라고 장담할 수 없다”며 “모든 책임을 병원 측에 묻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견해를 재판부에 전했다. 원고 측 입장의 자문위원들은 “저산소성 뇌손상의 경우 적절한 조치만 취했다면 막을 수 있었다”며 “의료진이 조금 더 세심하게 치료했다면 치명적 신체장애로 이어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큰 만큼 의료 과실에 대한 부분적 책임을 면할 수 없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시민자문단으로 참석한 주부 오경실 씨(54)는 “전문지식이 부족해 엄마의 입장에서 이번 사건을 바라본 견해를 재판부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박군의 아버지 박경읍 씨(36)는 “전문 영역인 의료 소송에서 피해자는 약자일 수밖에 없는데 전문 식견을 가진 자문단이 재판에 참여한다는 사실 자체가 힘이 된다”고 반겼다.

재판부는 법정자문단의 의견이 법적 효력은 없지만 최대한 참작해 판결할 예정이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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