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안동, 햇살·바람·달빛과 함께 느림의 행복을 만나다

입력 2013-10-28 06:58  

국내여행


햇살과 바람과 달빛이 드나드는 풍경에 누워, 마음이 달뜨는 하루를 즐기고 싶다면 안동으로 가보라. ‘어부가’로 알려진 조선시대 문인 농암 이현보가 살았던 농암종택에서 느긋하고 고즈넉하게 하루를 보내고 꽃향기 넘치는 허브테마농원에도 들러보자. 성진골 벽화마을에서 예술의 향기를 느끼고 하회별신굿탈놀이를 보며 시간을 보내노라면 느리게 사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 실감하게 될 것이다.

○이현보의 흔적 녹아 있는 농암종택

농암종택의 기와 하나 서까래 하나에도 세월이 들어 있다. 농암이 금방이라도 종택의 별채에서 느긋하게 걸어 나올 것만 같다. 농암선생의 종택은 그의 시속에 그대로 녹아 있다.

“굽어보니 천길 파란 물 돌아보니 겹겹 푸른 산/ 열 길 티끌 세상에 얼마나 가려 있었던가/ 강호에 달 밝아오니 더욱 무심하여라”(‘어부단가’ 2장)

농암은 한 시대를 풍미했던 대(大) 문장가였다. 그의 시는 퇴계의 ‘도산 12곡’과 윤선도의 ‘어부사시사’에도 영향을 미쳤다. 대문장가의 종택이지만 그의 거처는 그리 화려하지 않다. 협소하고 간결하다. 하지만 그의 집은 “서책으로 가득 차 있었고 마루 끝에는 화분이 놓여 있으며 담 아래에는 화초가 심어져 있었고 마당의 모래는 눈처럼 깨끗하여 그 쇄락(灑落)함이 마치 신선의 집과 같았다”고 한다.

농암종택의 백미는 애일당(愛日堂)이다. 지금부터 500년 전에 지어진 애일당은 ‘하루 하루의 날을 사랑하는 집’이다. 농암이 연로한 부모님을 위해 지은 별당으로, 얼마 남지 않은 날을 아껴 효도하겠다는 마음을 담아 당호를 붙였다고 한다. 농암은 여기서 아버지를 포함한 노인 아홉 명을 모시고 수연을 베풀었다. 게다가 어린아이처럼 색동옷을 입고 춤을 추며 노인들을 즐겁게 했다고 한다. 백발 성성한 농암의 재롱을 보며 만면에 웃음을 띠었을 부모를 생각하니 괜스레 마음 한구석이 뜨거워진다.

애일당 뒤 별채는 강각(江閣)이다. 강각은 그림과 문헌에만 남아 있던 정자인데 최근 농암종택을 복원하면서 새로 세웠다. 그래서인지 애일당에 비해 고아하지는 않다. 최근에 지은 건축물이지만 강각의 매력은 마루에 올라 풍광을 굽어볼 때 느낄 수 있다.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과 주위를 둘러싼 산과 강이 어우러지며 풍류를 느끼게 한다. 강은 휘고 돌아 옥빛 물줄기를 만든다. 수직으로 솟은 절벽을 만나 잠깐 사나워지는가 싶더니 또 금세 순해진다.

농암종택에서 강변을 따라 이어지는 길을 ‘예던길’이라고 부른다. 안동의 선비들은 이 길을 따라 걸으며 사색에 잠겼다고 한다. 굽이굽이 강물을 쫓아 들어가니 나뭇결에 새겨진 세월이 마중 나온다.

○온 뜰에 피어난 꽃향기, 온뜨레피움

‘온 뜰에 허브를 피운다’는 뜻의 온뜨레피움은 이름처럼 수백 가지 허브를 직접 만져보고 가까이서 느껴볼 수 있는 허브 테마공원이다.

본격적인 허브여행은 파머스랜드에서 시작된다. 이곳에서는 정겨운 흙 내음을 맡으며 철마다 다른 열매를 맺는 갖가지 농작물을 살펴볼 수 있다.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오이, 고추, 호박에서부터 케일, 야콘 등 특용작물까지 다채롭게 심어져 있어 이름을 맞혀가며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비탈진 길을 따라 오르면 양옆으로 허브와 꽃들이 가득하다. 다섯 가지 테마를 따라 100여종의 허브를 관찰할 수 있는 ‘허브정원’, 크고 작은 바위 사이로 앙증맞은 초록 식물이 숨바꼭질하듯 어우러진 ‘바위정원’, 천연 이끼로 만든 캐릭터 나무를 만날 수 있는 ‘토피어리 정원’ 등이 일상에 지친 몸과 마음을 향기롭게 어루만진다.

공원 가장 높은 곳에는 240여종 1만7000여그루의 식물이 심어진 ‘초록별온실’이 들어섰다. 야자수, 바나나 나무, 바오밥나무 등 큼지막한 열대·아열대 식물들이 아기자기한 다육식물, 수생식물과 어우러지며 울창한 숲을 이룬다. 그 모습이 꽤나 이국적이다. 아울러 온뜨레피움에서는 천연 허브를 주재료로 한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도 즐길 수 있다. 허브비누, 허브향초, 토피어리 등 대부분 실생활에서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어 더욱 매력적이다.

○성진골 벽화마을의 꽃단장한 골목

가파른 언덕길을 따라 수십 채의 집들이 들어선 신세동 성진골은 담장을 따라 다정한 이야기가 펼쳐지는 벽화마을이다. 작품을 만나는 구간은 동부초등학교 입구에서 성진골까지 약 350m. 이곳 주민들을 모델로 한 초상화부터 고운 옷으로 갈아입은 슈퍼 간판까지 눈길을 끄는 작품 30여점이 골목을 따라 들어섰다.

먼저 입구에서는 옥탑방 건물 벽면을 메운 대형 초상화가 한눈에 들어온다. 넉넉한 인심으로 동네에서 ‘복덩이 할머니’로 불리는 김화순 할머니와 손자, 손자의 친구가 그림의 주인공이다. 맞은편 학교 담장에는 다양한 표정의 얼굴이 액자처럼 걸렸다.

슈퍼를 지나 왼쪽 골목으로 돌아서면 담벼락에 오토바이를 타고 한 손에 철가방을 든 중국음식 배달원이 그려져 있다. 맞은편 오르막길 담에는 이 마을에서 가장 멋쟁이로 소문난 아저씨가 자전거를 배경으로 수줍게 웃고 있다. 또 중간중간에는 고운 빛깔의 진달래와 해바라기, 국화, 나팔꽃이 화사하게 피었다.

뿐만이 아니다. 골목에는 전봇대를 향해 오줌을 누는 개, 담 너머로 시내를 굽어보는 백구, 담벼락을 오르는 개구리 등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조형물들이 예기치 않은 웃음을 자아낸다.

작품 전체를 둘러보는 데 걸리는 시간은 30분 남짓. 다소 짧은 구간에 쉬이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면 벽화마을 들머리에 있는 카페에서 차 한잔의 여유를 즐겨도 좋다.

○웃음꽃이 활짝, 하회별신굿탈놀이

중요무형문화재 제69호 하회별신굿탈놀이는 마을의 평화와 농사의 풍년을 기원하던 별신굿과 함께 행해지던 탈놀이다. 신을 즐겁게 함으로써 재앙을 물리치고 복을 받으려는 염원이 담긴 놀이다.

하회별신굿탈놀이는 지난 9~10월에 열린 국제탈춤페스티벌 기간에 이어 11~12월에도 매주 수·토·일요일 오후 2시 하회마을 입구 전수관(054-854-3664)에서 상설 공연된다. 총 9개 마당 가운데 상설 공연에서는 6개 마당(무동마당, 주지마당, 백정마당, 할미마당, 파계승마당, 양반선비마당)이 펼쳐진다. 관람료는 없다.

9개의 탈을 쓴 배우들은 꽹과리가 중심이 되는 풍물꾼들의 연주에 맞춰 개성 넘치는 춤사위를 선보인다. 특히 중탈의 엉큼한 표정과 초랭이탈의 장난끼 어린 모습, 이매탈의 바보스러운 표정은 보는 이로 하여금 큰 웃음을 자아낸다. 공연 중에는 배우들과 함께 덩실덩실 춤을 추는 기회도 마련돼 노는 즐거움이 어떤 것인지 몸소 느껴볼 수 있다.

한바탕 놀이가 끝나면 하회마을 입구에 있는 하회동탈박물관에 들러보자. 하회별신굿탈놀이에 사용된 탈뿐만 아니라 30여 개국 2500여점에 이르는 국내외 탈이 나라별로 정리돼 있다.

여행 팁

농암종택(nongam.com)에서는 시원한 바람과 자연 속에서 쉼을 얻을 수 있다. 농암종택 숙박체험((054-843-1202)은 5만~20만원. 강각 15만원(성수기 20만원), 애일당 12만원(성수기 15만원)이며 최대 4인까지 묵을 수 있다. 온뜨레피움은 오전 10시~오후 5시(성수기 6시)까지 입장할 수 있으며 매주 월요일엔 쉰다. 대인은 1000원, 소인은 500원. 허브비누·허브향초·탈 만들기 각각 7000원. 안동은 먹거리로도 유명하다. 전국적으로 유명한 안동찜닭은 물론 안동 간고등어는 본고장에 와야 제대로 맛을 느낄 수 있다. 한우로도 유명하다. 안동에서 자란 한우는 쾌적한 환경에서 깨끗한 물과 공기를 먹고 호흡하며 자라 고기 맛이 좋다. 구수함을 느낄 수 있는 생갈비는 물론 간장으로 양념을 더한 양념갈비, 간장과 마늘을 넣고 무쳐낸 마늘갈비도 인기다.

영양만점의 주전부리도 다양하다. 마와 보리를 넣어 만든 참마보리빵과 하회탈을 본 떠 만든 하회탈빵 맛이 일품이다

최병일 여행·레저 전문기자 skycb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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