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문화의 특별한 만남] "한국영화도 이젠 글로벌시대…1억명 보는 작품 만들어야죠"

입력 2013-11-03 21:15   수정 2013-11-04 04:58

김동호 문화융성위원장-정태성 CJ E&M 영화사업 부문장

김동호 위원장
"투자·인재·제작 기술 '3박자'로 시네마 영상문화 융성시대 열어
괴짜 50명 모은 창의성 캠프 준비"

정태성 부문장
"'설국열차' 167개국 수출 최다…해외서만 2천만달러 벌어들여
中선 합작영화 '이별계약' 돌풍"

사회=최명수 문화부장



[ 유재혁 기자 ] 한국 영화산업이 전성기를 맞았다. 올해 한국영화 관객 수는 1억명을 이미 넘어섰고, 외화까지 합친 관객 수는 2억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한국 영화 100년 사상 최다 관객이다. 김동호 대통령 직속 문화융성위원장 겸 부산국제영화제 명예집행위원장과 정태성 CJ E&M 영화사업 부문장이 전성기를 이끄는 리더다. 두 리더가 지난달 29일 서울 사간동 한 카페에서 만나 최명수 한국경제신문 문화부장의 사회로 한국 영화와 문화콘텐츠산업의 세계화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두 분은 부산영화제에서 한때 함께 일하셨죠.

김동호 위원장=1996년 제1회 부산국제영화제를 창설했을 때부터 15년간 집행위원장을 지냈습니다. 1997년 부산영화제 사무국을 서울 원서동에 있는 영화수입사 백두대간 건물로 옮기면서 당시 백두대간 상무였던 정 부문장을 처음 만났죠. 정 부문장이 영어, 중국어, 일본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것에 매료됐어요. 영화사를 운영해봤고, 시장에도 밝아 부산영화제에 신설한 영화마켓인 PPP(부산프로모션플랜) 운영위원장으로 영입했습니다. 정 부문장은 오늘날 부산영화제의 마켓 활성화에 크게 기여했지요.

정태성 부문장=1998년부터 2003년까지 6년간 PPP를 책임졌습니다. 이때 한국영화를 처음 수출하기 시작했어요. 부산영화제가 산업적인 역할을 한 것이죠. 김 위원장께 많이 배웠습니다. 전 세계로 뛰어다니며 주요영화제 집행위원장과 교류해 부산영화제 위상을 높였거든요.

▷마켓활성화가 부산국제영화제 성공 요인입니까.

김 위원장=그렇습니다. 마켓을 우리가 선점했죠. 도쿄영화제와 홍콩영화제도 나중에 따라왔어요. 마켓은 단순히 작품을 사고파는 장터가 아니라 프로젝트에 투자받을 수 있는 곳입니다. 아시아의 유능한 감독들이 자신의 프로젝트를 갖고 투자를 받기 위해 부산을 찾았죠. 여기에 신인감독을 발굴하고 좋은 영화를 선보이면서 아시아 최대 영화제로 발돋움했습니다. 올해 관객 동원 수 21만7865명, 월드프리미어(세계 최초 상영) 작품 수 94편 등으로 아시아에서 단연 으뜸입니다.

▷김 위원장은 예술영화, 정 부문장은 상업영화의 글로벌화에 앞장섰는데 서로 어떤 영향을 줬나요.

김 위원장=부산영화제가 한국 예술영화를 전 세계에 알리며 상업영화 수출을 이끌어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부산영화제가 창설되기 전 한국 영화인들은 해외 수출에 관심이 전혀 없었어요. 한국 영화 수출 실적이 영화제 초기인 1997년 49만달러에서 1998년 300만달러로 급증했고, 2005년엔 7600만달러까지 솟구쳤어요.

정 부문장=한국 영화가 큰 변화를 맞은 계기는 1999년 대형 상업영화 ‘쉬리’(제작비 39억원)가 성공한 뒤 제작비 100억원, 200억원 규모의 한국형 블록버스터 출현이 가능해진 겁니다. 이제는 대형 상업영화를 제작할 때 국내 1000만 관객이 아니라 해외 관객 1억명을 겨냥해야 할 시점입니다. 바로 곁에 13억명의 거대한 중국시장이 있으니까요.

▷영화의 특징은 무엇입니까.

정 부문장=영화는 음악, 공연, 연기, 컴퓨터그래픽(CG), 음향기술 등 모든 것이 녹아 있는 문화의 집합체라 할 수 있죠. 종합 예술적인 면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사회적인 임팩트가 크고 세계적으로도 킬러 콘텐츠가 됩니다. 저렴한 가격으로 즐길 수 있는 문화여서 생활에 강한 영향을 미칩니다.

김 위원장=21세기는 영상의 시대이며 이미지와 콘텐츠 시대라고 합니다. 영상은 모든 분야에서 핵심적인 콘텐츠예요. 문화융성위원회 입장에서는 문화와 정보기술(IT)이 융합해 새로운 콘텐츠를 일으키도록 지원하는 방안을 찾고 있는데, 영상은 모든 분야의 기본입니다.

▷문화융성위원장으로서 영화뿐 아니라 다른 장르도 융성시키기 위해 어떤 일을 하시나요.

김 위원장=한국 문화를 융성하도록 뒷받침하는 대통령 정책자문 역할을 합니다. 인문학, 전통문화, 문화예술, 문화산업 등 문화 전반에 걸쳐 생태환경을 조사해 10년, 100년의 장기대책을 정리해 대통령에게 보고할 예정입니다. 창의력을 증진시키기 위한 행사도 개최할 계획입니다. 가령 크리에이티브크레이지캠프(CCC)를 열 계획인데, 20~30대 괴짜 50명을 모아 1주일간 합숙시키면서 융합형 콘텐츠를 개발토록 하는 프로젝트죠.

▷정 부문장께선 ‘설국열차’ 투자배급의 성공을 어떻게 이끌었습니까.

정 부문장=‘설국열차’는 감독, 작가, 배우 등 한국의 콘텐츠 역량을 글로벌 문화코드와 융화시킨 새로운 형식의 콘텐츠예요. 하이라이트 영상만으로 전 세계 167개국에 배급을 확정하면서 수출액이 2012년 한국 영화 전체 수출과 맞먹는 2000만달러를 넘어섰습니다. 국내 관객도 930만명에 달했고요. 지난달 30일 프랑스에서는 할리우드 대작과 비슷한 300여개 스크린에서 개봉했어요. CJ E&M이 제작비 400억원 이상을 투자한 것은 리스크가 컸지만 위대한 도전이었습니다.

▷한·중 합작영화 ‘이별계약’과 한국 공포영화 ‘더웹툰:예고살인’도 해외에서 인기를 끌었죠.

정 부문장=중국시장을 겨냥해 만든 오기환 감독의 ‘이별계약’은 지난 4월 개봉해 5주 동안 2억위안(약 370억원)의 입장수입을 거뒀어요. 한·중 합작영화 사상 최고액일 뿐 아니라 역대 중국 로맨스 영화 중 8위의 기록이죠. 창조경제의 새로운 모델입니다. CJ가 현지시장을 분석해 기획한 뒤 중국과 공동으로 제작했고 중국 최대 국영배급사 CFG(차이나필름그룹)가 배급을 맡았어요. ‘이별계약’이 성공한 뒤 CFG는 한국 영화 ‘권법’에 투자했습니다. 공포영화 ‘더 웹툰:예고살인’은 베트남에서 개봉해 90만명의 관객을 모아 역대 한국영화 중 흥행 1위에 올랐어요.

▷한국 영화가 전성기를 맞은 이유와 그 배경을 꼽는다면 무엇일까요.

김 위원장=김영삼 정부 때 검열이 완화됐어요. 소재 선택이 자유로워지자 영화가 다양해졌죠. 김대중 정부는 영화에 국고 1500억원을 지원했고, 노무현 정부는 영화 발전기금 4000억원을 조성했습니다. 1998년 멀티플렉스가 등장한 것도 획기적인 일이죠. 멀티플렉스가 등장하기 전 연간 관람객 4000만명에서 이제는 2억명으로 늘었으니까요. 효율적인 제작 관리와 합리적인 투자 시스템도 정착했고요. 매년 대학에서 영화 전공자들이 2000명 정도 배출되면서 좋은 인재들이 유입되는 것도 중요한 요인입니다.

정 부문장=10대나 중장년 등 다양한 계층이 새로운 소비자로 등장했어요. ‘7번방의 선물’이 흥행에 성공한 배경에는 40대 이상 관객들이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10대 관객에게 큰 호응을 얻으며 흥행에 대성공했죠.

▷영화와 문화콘텐츠의 글로벌화에 가장 큰 걸림돌은 무엇입니까.

김 위원장=외국과의 공동 제작 협정 등 제도적 장치가 부족해요. 공동 제작 협정은 프랑스, 캐나다와만 체결돼 있고 중국과는 아직 안돼 있어요.

정 부문장=문화 산업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제작자의 ‘지식재산권’을 보호해 주는 장치가 부족합니다. 불법 다운로드와 파일 공유에 대해 정부가 더 강력히 제재해야 합니다. 콘텐츠를 합법적으로 사용토록 권하는 ‘굿다운로더’ 캠페인도 확산시켜야 하고요.

▷정부나 기업인들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요.

정 부문장=글로벌시장에 진출할 때 소요되는 비용 등에 대한 조세감면 혜택이 필요합니다. 초기 단계의 리스크가 사라지면 세계시장 진출이 더 활발해질 겁니다. 또한 CG와 시각효과, 3D 등 기술 부문 연구개발(R&D) 투자에 대한 공제 혜택, 해외 수주 CG 물량에 대한 조세도 감면해줘야겠지요.

김 위원장=독립영화 전용관을 전국적으로 건립할 필요가 있습니다. 상영관을 잡지 못한 채 사라지는 우수 작품들이 많거든요. 재계에서도 콘텐츠산업 진흥과 투자에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습니다.


<u>김동호 대통령 직속 문화융성위원장</u>
1937년 강원 홍천 출생.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뒤 영화진흥공사 사장, 예술의전당 사장, 공연윤리위원회 위원장, 문화부 차관을 역임했다. 부산국제영화제 초대 집행위원장을 맡아 아시아 최대 영화제로 키웠다. 2010년 부산국제영화제 명예집행위원장으로 물러나 단국대 영화콘텐츠전문대학원 원장직을 맡고 있다. 박근혜 정부에서 문화융성위원장으로 발탁됐다.

<u>정태성 CJ E&M 영화사업 부문장</u>

1964년 서울 출생. 상문고를 나와 미 남캘리포니아주주립대 중국어과를 졸업했다. 영어 중국어 일본어 등 유창한 외국어 실력을 바탕으로 영화 수출입 분야에서 일하며 영화사 백두대간 상무, 제네시스픽쳐스 대표, 부산국제영화제 마켓부문 운영위원장, 쇼박스 투자본부장 등을 거쳐 지난해 6월부터 CJ E&M 영화사업 부문장을 맡아 ‘설국열차’를 최다 국가에 수출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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