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시장 '협동조합의 천국' 볼로냐 시장을 만나다

입력 2013-11-07 21:49   수정 2013-11-08 05:42

박 시장-비르지니오 메롤라 시장 대담

市는 시민이 참여하는 과정을 돕는 역할
저소득층은 재정지원보다 독립능력 키워줘야
초기 협동조합과 달리 이념적 성향 사라져



[ 강경민 기자 ] “협동조합이 성공하려면 모든 의사결정이 아래에서 수렴돼 위로 올라가야 합니다. 그 반대인 ‘톱 다운’ 식으로 운영되면 틀림없이 실패합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주민 절반이 협동조합원인 ‘협동조합의 도시’ 이탈리아 볼로냐의 비르지니오 메롤라 시장을 만났다. 지난 5일 서울시청에서다. 두 시장은 협동조합의 성공 요인과 관련한 대담을 했다. 메롤라 시장은 서울시가 5~6일 주최한 ‘2013 국제사회적경제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했다.

박 시장은 메롤라 시장에게 “한국 최고 경제지인 한국경제신문 독자들을 위해 협동조합의 성공 배경을 전해달라”고 요청했다. 볼로냐는 성공적인 협동조합 운영을 통해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4만1900달러로 이탈리아 평균(3만6200달러)보다 높으며 실업률은 4%대로 이탈리아 전체 실업률(12%)보다 훨씬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메롤라 시장은 “볼로냐에서 협동조합이 주택, 교육, 첨단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 진출해 있지만 많은 시간이 걸렸다”며 “수많은 조합을 하나로 묶는 컨소시엄 협동조합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특히 “협동조합이 성공하려면 밑에서 의견이 모이는 ‘보텀 업(bottom-up)’ 방식이 절대적”이라고 강조했다. “시청은 시민이 참여하는 과정을 도울 뿐”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시는 2018년까지 8000개의 협동조합을 만드는 방안을 세웠다.

메롤라 시장은 협동조합이 정치적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초기에 사회주의자 등이 주로 협동조합을 설립해 그런 인식이 있었지만 지금은 주민들이 이념과 관계없이 참여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소비자 분야는 성공을 거뒀으나 최근 경제위기로 주택·건설 협동조합은 어려움이 있다”고 털어놨다.

두 시장은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창조경제 실현에 의견을 같이했다. 박 시장은 “서울의 글로벌 도시 경쟁력은 세계 6위지만 삶의 질 측면에선 여전히 부족하다”며 “삶의 질 향상을 통한 창조경제 실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메롤라 시장은 “저소득층에 대한 재정적 지원보다는 스스로 독립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 게 필요하다”고 밝혔다.

메롤라 시장은 내년 한국과 이탈리아 수교 130주년을 맞아 서울과 볼로냐의 문화예술 협력을 당부했다. 그는 “볼로냐 출신의 유명 화가인 조르조 모란디(20세기 초반 대표적인 형이상학파 화가)의 전시회가 내년에 서울에서 열린다”며 “서울과 볼로냐의 예술가 간 교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메롤라 시장은 2015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리는 엑스포에도 서울시가 적극 참여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는 “2015년 엑스포는 ‘지구촌 식량 공급, 생명의 에너지’란 주제로 열린다”며 “이 기회를 통해 서울과 밀라노, 볼로냐가 긴밀한 협력관계를 맺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시장과 메롤라 시장은 이날 △문화예술·관광 △창조산업 △협동조합 등의 분야에서 상호 경험 및 선진 사례를 공유하고 협력을 약속하는 협약서도 체결했다.

'협동조합 천국' 볼로냐

이탈리아 중북부에 위치한 인구 40만여명의 도시로, 에밀리아로마냐의 주도(州都)다. 지역 기업 10곳 중 6곳이 협동조합이다. 시민 2명 가운데 1명이 협동조합원이어서 ‘협동조합의 천국’으로 불린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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