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부 야스유키 파소나그룹 CEO, 100여 기업 낙방한 취업준비생…"임시직 수요 는다" 역발상 창업

입력 2013-11-08 06:58  

파견사원에 연금 '파격대우'…사장도 파견…글로벌 기업 '우뚝'

풀타임 정규직만 필요한건 아니다
오사카 허름한 빌딩 사무실 한칸…돈 없어 건물주에 통사정해 빌려
약혼녀, 약혼녀 친구와 창업

청년들 농촌으로 보내자
"농업, 인류 먹여살릴 비즈니스"
본사 1층에 '실내 농장' 만들고 파견 근로 시스템 농촌으로 확대



[ 이미아 기자 ]
“당신들처럼 능력 없고 일 안 하는 정규직 사원들이 있기 때문에 우리 같은 파견사원이 있는 겁니다.”

2007년 일본에서 파견직 근로자들의 애환을 다뤄 큰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파견의 품격’에서 여주인공 ‘오마에 하루코’가 3개월 계약으로 파견 나간 회사 직원들에게 쏘아붙이는 말이다. 파견의 품격은 최근 KBS에서 ‘직장의 신’이란 제목으로 방영된 드라마의 원작이다.

1985년 파견법을 제정하며 파견 근로제를 본격 도입한 일본에선 1990년대부터 자산거품 붕괴로 ‘잃어버린 20년’ 시기에 접어들면서 오마에와 같은 ‘파견 근로자’들이 급속도로 늘어났다.

파견 근로자는 기업에 직접 고용되는 비정규직과는 달리 인재파견 업체에 수수료를 낸 뒤 자신의 신상정보를 등록하고, 그 회사로부터 경력과 급여상담 등 각종 인사관리를 받는 근로자들을 말한다. 인재파견 회사가 연결해준 기업에 나가 수개월 또는 수년간 계약직으로 일한다. 이런 일본 인재파견업 시장의 약 70%를 차지하고 있는 기업이 있다. 파소나그룹이다. 이 회사를 이끄는 사람은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사와다 히데오 HIS 회장과 더불어 ‘일본 벤처 3총사’로 꼽히는 난부 야스유키 파소나그룹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사진)다.

○취업난이 인재파견회사 창업으로 이끌어

파소나그룹이 설립된 건 1976년. 난부 야스유키 CEO가 스물 세 살 때였다. 당시 그가 젊은 나이에 회사를 차린 건 대단한 꿈이 있어서도 아니었고, 물려받은 유산이 많아서도 아니었다. 자신의 고통스러운 취업난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1952년 일본 고베시에서 태어난 난부는 오사카 간사이대 공학부에 다니던 평범한 학생이었다. 대학 4학년이던 1976년 졸업을 코앞에 둔 그는 취업을 위해 100여곳이 넘는 기업에 문을 두드렸지만 모두 허사였다.

난부는 이 회사 저 회사 다니며 취직 면접을 보면서 한 가지 특징을 발견했다. 면접을 보러 간 회사 사무실의 풍경을 보면 어느 부서는 매우 바쁘게 돌아가고, 어느 부서는 한가롭게 놀고 있는 모습을 본 것이었다. 그때 난부의 머릿속엔 두 가지 생각이 스쳤다. ‘회사 밖엔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발을 구르는 사람들로 넘쳐나는데 이게 무슨 일인가’라는 자괴감과 ‘꼭 정규직 사원을 두지 않아도 될 자리에까지 풀타임 정규직을 둘 필요는 없지 않은가’라는 의문이었다. 난부는 여기서 인재파견업체 창업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난부는 자신의 생각을 당시 약혼자였던 여자친구에게 말했고, 여자친구는 기꺼이 그와 함께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오사카 변두리에 있는 허름한 빌딩의 사무실 한 칸을 빌려 회사를 차렸다. 임대료가 없어 건물주에게 무릎을 꿇고 통사정을 했다. 직원은 단 3명이었다. 난부 자신과 그의 약혼자, 그리고 약혼자의 친구였다.

○비정규직 처우, 정규직 수준으로 끌어올려

난부가 맨 처음 파소나그룹의 ‘목표 고객’으로 삼은 건 주부들이었다. 초기 창업 시기인 1980년대부터 일본에선 결혼 및 육아로 경력이 단절됐다가 다시 새 일자리를 찾으려는 기혼여성 인력들이 점점 늘고 있었다. 난부는 ‘사회생활을 다시 시작하는 모든 주부님들을 응원합니다’란 광고 문구를 내걸고, 재취업을 원하는 주부들을 모집했다. 주부들이 일과 가정생활의 병행을 위해 풀타임 정규직보단 시간제 계약직을 더욱 선호한다는 점을 간파한 것.

그의 예상은 적중했다. 파소나그룹의 광고를 본 주부들이 그에게 잇따라 파견근로 상담을 해 왔다. 난부가 맨 처음 파견 근로를 보낸 사람은 한 대학의 청소부로 간 중년 주부였다. 파소나그룹은 점점 구직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동시에 파소나그룹에 파견 근로자로 등록하는 사람들의 연령대와 파견 직종 범위도 점점 넓어졌다. 여대생에서 정년퇴직자에 이르는 다양한 사람이 지원했으며 파견 대상 업종도 주먹밥 배달에서 비서나 경호원 등으로 확대됐다. 심지어 한 중소기업에선 임시로 사장 역할을 맡아 줄 파견 근로자를 찾기도 했다.

1990년대 후반부터 덩치가 커지면서 2000년대 들어 파소나그룹은 명실상부한 일본의 대기업으로 도약했다. 현재 자체 직원 수는 5900여명, 파소나그룹이 관리하는 파견직원 수는 약 13만명에 이른다. 자회사 수는 41개이고, 해외에도 20여개국에 진출해 있다. 파소나그룹과 파견 근로 계약을 맺은 기업들만 1만5000여곳을 헤아린다.

난부는 “프리터족(특정 직업 없이 아르바이트나 단기 계약직으로만 생활하는 사람)을 무시하면 안 된다”며 “비정규직도 정규직과 비슷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1주일에 3일을 일하든, 매일 일하든, 몇 시간을 일하든 누구든 자신에게 맞는 일을 한다면 그에 합당한 사회보장을 받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그래야 기업 입장에선 고용의 유연성을 한층 높이고, 근로자 입장에선 업무 의욕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파소나그룹에선 파견 근로자들에게도 개인연금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일본 파견법에선 이를 강제하고 있지 않다.

○“파견 분야 농업으로 확장할 것”

난부가 최근 새로운 테마로 들고 나온 건 농업이다. 그는 2005년 도쿄에 있는 파소나그룹 본사 빌딩 1층에 ‘실내 농장’을 만들어 귀농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빌딩 내부에 첨단 장비를 동원해 논과 밭을 만들어 쌀과 채소, 과일 등을 직접 키우는 것이다. 파소나그룹은 이 시설을 농촌 지역 파견 근로자들의 농업기술 교육에 활용하고 있다. 도심에서 성공한 파견 근로 시스템을 농촌으로도 확대하기 위한 차원이다.

그는 “농업은 사양산업이 아니라 인류를 영원히 먹여 살릴 비즈니스”라며 “인재파견 사업을 농업과 연계시켜 청년들의 진출을 확대시키고자 하는 것이 또 하나의 목표”라고 말했다. 또 “귀농 프로젝트를 시작한 초반엔 중·장년층이 많았는데 최근엔 20~30대의 참여가 높아지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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