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연해주 동토의 '태극전사'들

입력 2013-11-12 21:47  

이해성 우수리스크/증권부 기자 ihs@hankyung.com


[ 이해성 기자 ] 러시아에서 알코올 중독은 심각한 사회현상이다. 영하 40도까지 내려가는 긴 겨울의 극심한 추위 탓에 실외 생활을 제대로 못하다 보니 생긴 문제다. 러시아 극동지역 연해주도 마찬가지다.

코스닥에 상장한 이지바이오 계열사 서울사료의 연해주 농장 지주회사인 에코호즈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바가틀카 등 4개 농장에서 현지 인력 400여명을 고용했다. 지금은 절반인 200명 선으로 줄었다. 알코올 중독자 등 업무효율이 떨어지는 인원들이 구조조정 대상이었다. 박광순 서울사료 연해주 총괄 대표는 “월급날 이후부터 술만 먹느라 출근을 며칠씩 안 하는 경우가 다반사”라며 “해고도 쉽지 않아 몇 달 동안 골치가 아팠다”고 했다.

에코호즈는 지원철 이지바이오 회장과 경기고 동문인 조성환 칭다오풍유유한공사 회장이 해외 식량전진기지를 만들겠다는 사명감 하나로 만든 곳이다. 두 사람은 반년 동안 필리핀 인도네시아 베트남 몽골 등을 샅샅이 뒤진 뒤 2008년 말 연해주를 낙점했다. 날씨는 궂지만 버려져 있는 광활한 토지가 식량기지로 삼기에 최적이었기 때문이다.

에코호즈에 그동안 최소 400억원을 투입했지만 건진 돈은 거의 없다. 지난해 12월에는 무릎까지 쌓인 눈 속에서 옥수수를 거두느라 사투를 벌였다. 올해도 눈 속 수확은 예외가 아니다. 이달 말부터 한국으로 보낼 옥수수 1만5000t은 이달 국제시세 기준으로 250만5000달러(약 26억원)에 불과하다. 2017년까지 5만t으로 생산량을 늘릴 계획인데, 수지를 맞추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조 회장은 “이익을 낼 생각이었다면 사업 자체를 시작하지도 않았다”고 했다. 현지 한국인 직원은 조 회장과 박 대표를 포함해 6명뿐이다. 조 회장은 거의 매일 4개 농장 현장 점검에 나선다. 박 대표는 땅 임대를 제안하며 찾아온 현지 브로커와 한푼이라도 더 아껴보자는 심산으로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최영훈 서울사료 해외자원개발본부 부장은 스트레스로 머리가 반이나 벗겨졌다고 했다. 13일 열릴 한·러 정상회담과 함께 무르익는 양국 간 신협력시대에 이들 ‘연해주 태극전사’의 악전고투(惡戰苦鬪)가 소중한 밀알이 될 게 분명하다.

이해성 우수리스크/증권부 기자 i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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