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심판이 선수로 뛰더니…결국 실패로 끝난 '한국판 카길'

입력 2013-11-20 21:23  

정부 주도로 만든 aT그레인컴퍼니(AGC)가 시카고 현지에서 청산절차를 밟고 있다고 한다. 식량자원을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있도록 한국판 카길을 만들겠다던 정부 계획은 예상대로 3년여 만에 무위로 끝났다. AGC는 2010년 4월 다급하게 설립될 당시부터 논란이 분분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주축이 되고 민간이 동참하는 구조였지만 정부가 반강제로 기업들을 투자자로 끌어넣었다. 투자 손실을 우려한 CJ가 불참을 선언하면서 자본금 250만달러 중 aT가 55%, 삼성물산 한진 STX가 각각 15%씩 지분을 넣고 이 사업에 참여했다.

그러나 사업이라고는 콩 1만1000t 도입이 사실상 유일했다. 2015년부터 연간 215만t의 곡물을 조달한다는 원대한 계획은 물거품이 됐다. 카길 등 소위 4대 곡물메이저들이 100년의 아성을 쌓아온 국제곡물시장을 너무 쉽게 봤던 것이다. 철저한 사전조사도 없이 덤벼들었다가 헛돈 쓰고 시간만 낭비한 AGC의 낭패기를 일일이 복기하자면 끝이 없다.

안정적인 식량공급라인을 확보하려는 노력은 당연히 필요하다. 2008년처럼 국제곡물 폭등기를 거치면 OECD 최저인 식량자주율(23.6%, 2012년) 높이기뿐 아니라 당장 수급망 확보도 중요하다. 그러나 사업은 정부 아닌 기업이라야 성공하는 법이다. 심판 할 일이 따로 있고 선수 역할이 따로 있다. 프로들이 사력을 다해 뛰는 거친 국제 비즈니스 판에 정부 관료들이 뛰어서 성과를 낼 수는 없다. 이번 AGC건은 최근 들어 정부가 직접 혹은 간접으로 시장에 뛰어들었다가 실패한 시리즈의 하나다. 알뜰주유소가 그렇고 대부분 공기업의 실패들이 모두 그렇다. 치열한 장삿속 없이 어설픈 공무원 정신으로 사업을 벌여 성공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난센스다.

정부는 규칙을 제정하고 시장을 관리하는 조직이지 장사꾼 흉내를 내는 곳이 아니다. 또 원리상 그럴 수도 없다. AGC의 실패는 욕심 부린 관료들의 당연한 실패다. 문제는 그런 사업이 정부 부처마다 널려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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