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해법, 소셜투자로 찾는다] 노숙인 줄이기 등 SIB 투자대상 다양화

입력 2013-12-01 21:25   수정 2013-12-02 03:47

소셜투자 성공하려면 정부 큰 그림 갖고 관련 시장 조성 나서야


[ 조진형 기자 ]
사회성과연계채권(SIB)은 소셜 투자 분야의 ‘떠오르는 스타’로 꼽힌다. 나온 지 3년밖에 안 된 ‘새로운 실험’인데도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어서다.

순식간에 미국 캐나다 호주로 확산됐고, 적용 대상도 노숙인 줄이기, 당뇨병 예방, 취학 전 아동 교육, 청소년 직업 알선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인기 비결은 ‘심각한 사회 문제에 대처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라는 데 있다. 특히 정부 입장에선 공공정책의 실패 위험을 민간 투자자에게 전가할 수 있다는 것이 매력 포인트다. 납세자 입장에서도 ‘성공한 정책’에만 세금을 낸다는 점에서 손해 볼 게 없다.

자선단체와 기업들도 대체로 반기는 분위기다. 과거엔 기부한 돈이 어떤 데 쓰이는지, 효율적으로 관리되는지 알 수 없었지만 SIB로 바뀌면 원하는 곳에 투자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감독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일회성 기부와 달리 ‘꼬리를 무는 소셜 투자’를 할 수 있다는 것도 SIB의 장점이다. SIB가 성과를 내면 자선단체들은 돌려받은 투자금을 새로운 SIB에 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원금을 회수하지 못할 경우 과거처럼 그냥 기부한 셈 치면 된다. 임창규 한국사회투자 사무국장은 “SIB는 정부, 투자자, 납세자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윈-윈-윈 게임’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SIB를 모든 공공사업에 적용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예컨대 노동 능력을 상실한 고령자의 생계를 위해 정부가 지출하는 연금은 SIB로 대체하기 힘들다. 전문가들은 △심각한 사회적 비용을 야기하고 △조기 개입을 통해 문제의 근원을 상당 부분 없앨 수 있고 △객관적인 성과 평가가 가능한 사업 위주로 SIB를 적용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평가 방식이 사업자에게 유리하면 세금을 낭비할 수 있고, 정부에 유리하면 투자자를 모으기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국내에서 SIB가 성공하기 위해선 탄탄한 소셜 투자 인프라를 갖추는 게 급선무다. 록펠러재단 포드재단 맥아더재단 등이 활동하는 미국처럼 소셜 투자의 ‘큰손’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출소자에 대해 사회적응 프로그램을 오랜 기간 운영해온 영국 자일스트러스트와 같은 실력 있는 사회단체도 여럿 나와야 한다.

제인 뉴먼 소셜파이낸스 디렉터는 “정부가 소셜 투자에 대한 큰 그림을 갖고 관련 시장을 조성해야 SIB는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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