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소비자'가 사라진 유통관련법

입력 2013-12-03 21:31   수정 2013-12-04 05:52

유승호 생활경제부 기자 usho@hankyung.com


[ 유승호 기자 ] 작년 초까지만 해도 소비자들은 1년 365일 언제든지 대형마트나 기업형 슈퍼마켓(SSM)에서 필요한 물건을 살 수 있었다. 작년 3월부터는 조금 달라졌다. 대형마트와 SSM이 월 1~2회씩 문을 닫고 매일 자정부터 오전 8시까지는 물건을 안 팔기 때문이다. 올 들어서는 영업을 안 하는 날이 평일에서 공휴일로 바뀌고, 문을 여는 시간도 매일 오전 10시로 늦어지며 더 불편해졌다.

앞으로 형편이 나아지기는커녕 불편이 더 심해질 것 같다. 국회의원들이 최근 발의한 법 개정안이 그대로 시행된다면 말이다. 우원식 민주당 의원은 지난 2일 지방자치단체장이 대형마트와 SSM에 대해 일부 품목의 판매를 제한할 수 있도록 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법대로라면 지자체장이 두부나 채소를 팔지 말라고 하면 대형마트는 매장에서 거둬들여야 한다. 대형마트에서 못 사는 것은 동네시장에 가서 구입하라는 것이다. 서울시조차 지난 3월 추진하다가 ‘분쟁 상권에만 적용하겠다’고 한발 물러선 상품판매 규제를 아예 법으로 강제하겠다는 얘기다.

이언주 민주당 의원은 지난 9월 대형마트와 SSM 의무휴업일을 현행 월 2회 공휴일에서 월 4회 공휴일로 늘리는 내용의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개정안에는 대형마트에서 독점적으로 상품을 공급받고 해당 기업의 상호를 간판에 사용하는 중소형 슈퍼마켓을 의무휴업 대상에 포함시키는 내용도 들어 있다. 집 앞 슈퍼 중에도 매주 일요일 쉬는 곳이 나오게 생겼다.

정치권에서 입법을 추진하고 있는 이 같은 유통관련 법안의 특징은 논쟁의 중심에 소비자가 배제됐다는 것이다. 대형마트에서 원하는 물건을 사지 못하게 하고, 매주 일요일엔 대형마트에 가지 못한다면 소비자의 불편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소비자가 불편을 감수하는 만큼 전통시장이 좋아지는 것도 아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10월 전국 소상공인 359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82.7%가 대형마트 규제 후 ‘매출 증대 효과가 거의 없다’고 답했다. 정치인들이 실효성조차 의문시되는 전통시장 보호에 집착하는 사이 소비자 불편은 커져만 가고 있다.

유승호 생활경제부 기자 usho@hankyung.com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