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성 현대중공업 회장 "책임·준법경영 강화…뛰어난 기업 넘어 위대한 기업 만들겠다"

입력 2013-12-06 06:58  

Cover Story - 현대중공업

인터뷰 - 이재성 < 현대중공업 회장 >

조선·해양사업 부문 매출 증가…전기전자·건설장비도 곧 회복
친환경·고연비 선박 지속 개발…중국과 격차 더 벌려나갈 것



[ 김대훈 기자 ]
현대중공업은 책임 경영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달 21일 부문별 총괄사장제를 도입했다. 또 민계식 전 회장 퇴임 후 없어진 회장 직함을 부활해 이재성 사장을 회장으로 승진, 발령했다. 1975년 입사한 이 회장은 38년 만에 회장 직함을 달고 세계 1위 조선사인 ‘현대중공업호(號)’를 이끌게 됐다.

이 회장은 취임 직후 사내 소식지를 통해 “개개인이 현대중공업 대표라는 자긍심을 갖고 업무에 임해야 한다”며 “현대중공업을 ‘뛰어난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 만들어나가자”고 강조했다. 이어 “위대한 기업을 일구기 위해선 직원들 개개인의 변화와 윤리경영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급변하는 시장과 시대 흐름을 인식하고 나부터 변하겠다는 각오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이 회장은 한경 BIZ Insight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경영철학을 소상하게 설명했다.

▷올 들어 수주 실적이 좋은데, 비결은.

“조선과 해양·육상 플랜트 부문에서 고르게 수주한 것이 주효했습니다. 고객의 다양한 요구사항을 반영하면서 세계적 추세인 친환경·고연비 선박 연구개발(R&D)에 힘을 쏟은 결과입니다. 시장 상황도 개선되고 있습니다. 올 들어 11월 말까지 주력 선종인 8000TEU급(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 이상의 초대형 컨테이너선 발주량이 작년 동기 대비 6배 이상 늘었습니다. 일본 후쿠시마 대지진 이후 액화천연가스(LNG)선 수주도 잇따랐습니다. 특히 미국에서 셰일가스 생산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면서 초대형 액화석유가스운반선(VLGC)을 대량으로 수주하기도 했습니다.”

▷지속적으로 ‘세계 조선업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비결이 뭡니까.

“현대중공업에 선박을 발주하는 고객사는 대부분 재정건전성과 신뢰도가 우수한 글로벌 선주사들입니다. 상대적으로 글로벌 금융위기의 영향을 덜 받았습니다. 물론 상황이 녹록지만은 않았습니다. 고객사와 서로의 입장을 의논하면서 납기일과 대금지급 조건을 조정하는 등 상호이해와 신뢰로 어려움을 극복했습니다. 그 결과 금융위기를 겪으면서도 대부분의 프로젝트를 납기 지연 등의 어려움 없이 계약대로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올 들어 영업이익률이 다소 하락했는데.

“최근 들어 수주 잔량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면서 이제 내실경영과 원가절감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또 선박 가격이 저점을 통과해 상승 국면으로 접어들었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습니다.”

▷사업부별 실적과 수주 상황은 어떻습니까.

“조선, 해양사업 부문 매출은 드릴십과 해양설비 비중이 늘어남에 따라 전년보다 크게 증가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다만 엔진기계와 건설장비 부문은 아직 어렵습니다. 중국과 브라질 등 신흥국 경기 부진에 따른 수주 감소의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11월 말 기준으로 조선 78억달러, 부유식 원유생산·저장·하역·설비(FPSO) 등 해양부문 62억달러, 육상플랜트 및 기계사업부를 통틀어 252억달러의 수주를 올렸습니다. 12월 중으로 계약 예정인 프로젝트도 많아 올해 전체로는 작년보다 40% 이상 늘어난 수주실적을 거둘 것으로 전망합니다.”

▷최근 조선 경기가 살아나고 있는데.

“2008년 하반기 시작된 조선 경기 하락세가 2012년을 저점으로 멈췄고, 올 들어선 반등을 시작했습니다. 선종별로는 초대형 컨테이너선, LNG선, LPG선 등의 발주량이 크게 늘었고 선가도 조금이나마 올랐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세계경기 전망은 불확실합니다. 본격적으로 회복세가 시작됐다고는 말하기 어렵습니다. ”

▷한국 조선업이 처한 상황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신규 발주가 줄어들면서 대형 조선사들은 해양플랜트 분야로 발빠르게 전환했습니다. 해양플랜트 분야는 상선에 비해 수익성이 양호했고, 불황기에 안정적으로 일감을 확보하는 데 큰 도움이 됐습니다. 하지만 상선을 건조하던 규모가 작은 조선사들은 대응이 늦어 지금도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상선시장은 여전히 어렵지만 작년에 비해선 발주가 상당폭 늘어났습니다. 선가도 조금씩 오르고 있어 내년에도 이 추세가 계속된다면 한국 조선소의 상황은 한결 나아질 것으로 봅니다. 다만 발주가 늘어난다고 생산시설을 늘리거나 유휴설비를 재가동하는 것은 독(毒)이 될 수 있습니다.”

▷중국 조선사들이 위협적이라는데.

“올해 수주량 기준으로 중국 조선업계가 한국을 추월했습니다. 그러나 중국은 ‘국수국조(國輸國造·중국의 화물은 중국 선박으로 수송하고, 중국 선박도 중국 조선소에서 건조한다)’ 정책의 일환으로 저가 수주를 통해 시장점유율을 늘려온 측면이 있습니다. 아직까지는 중국 등 후발 국가들과 비교하면 한국 조선업계는 기술력과 품질경쟁력에서 우위에 있습니다. 물론 안심해선 안 됩니다. 친환경 선박과 고연비 선형을 개발하고 해양플랜트 부문에서 꾸준하게 격차를 벌려나가는 게 중요합니다.”

▷내년도 사업 전망은 어떻게 봅니까.

“내년 조선·엔진사업본부는 나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다만 올해에 비해 선박 발주량은 소폭 감소할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고효율·친환경 선박과 연료절감 엔진 등의 고부가가치 제품 수요에 적극 대응한다는 방침을 세웠습니다. 해양사업본부는 최근 해양플랜트 부문에서 심해저(subsea) 위주의 개발이 지속됨에 따라 발주량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전기전자·건설장비·그린에너지사업본부는 내년이면 저점에서 벗어나 회복될 것으로 봅니다. 이 부문에선 신시장을 공략하고 품질 및 AS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예정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내년도 시장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부문별로 선제적인 투자에 나설 것이라는 점입니다. 성장을 계속하기 위해선 안정적으로 일감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회장 승진 후 장기 비전이 궁금합니다.

“작은 어촌 마을에서 사업을 시작한 현대중공업이 세계 최고의 중공업 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임직원 한 사람 한 사람이 꿈을 갖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위대한 회사’를 만드는 것입니다. 짧게는 최근 도입한 총괄사장제를 통해 사업본부별 책임경영체계를 확립할 것입니다. 또 국제적 기준에 맞는 준법경영을 통해 선진기업으로서의 위상을 확고히 갖춰 나가겠습니다. 장기적으로는 연구개발과 인재 육성에 매진해 새 성장동력을 찾아내겠습니다. 회사가 갖춘 경쟁력을 활용해 미래 산업으로 각광받고 있는 심해저 분야와 에너지 관련 인프라사업에서 경쟁력을 끌어올릴 것입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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