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은 소비 아닌 투자"

입력 2013-12-09 06:58  

양무승 < 한국여행업협회장 >

해외여행 1500만명 시대
여행사도 글로벌 경쟁력 갖춰야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주변 국가는 사활 걸고 있어



[ 최병일 기자 ] “해외여행은 소비산업이라는 인식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주로 저개발 국가로 해외여행을 가는데 거기서 소비하는 행위 자체가 이들 나라의 산업발전에 지대한 역할을 하는 것은 물론 외교와 통상에도 기여하는 겁니다.”

양무승 한국여행업협회(KATA) 회장은 1200만명 이상의 외국인 관광객이 들어오고, 내국인 해외 여행객이 1500만명을 넘어선 시대에는 여행산업의 패턴이 달라져야 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내국인의 해외여행 수요는 역으로 외국인 관광객 유치의 중요한 수단으로 작용한다는 것. 서로 교류하면서 문화와 산업 발전을 두루 도모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여행산업이라는 얘기다.

“국제적으로 경쟁할 수 있는 글로벌 여행기업이 나와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 국내에서 공급만 과잉된 상태에 머문다면 다같이 죽게 될 겁니다. 그러려면 무엇보다 여행상품의 품질이 고급화돼야 해요. 고품격 관광에 고품격 체험을 할 수 있는 품격 있는 여행상품들이 많이 나와야 합니다.”

하지만 국내 여행시장에는 여전히 저가 패키지 상품이 난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양 회장은 이런 현상에 대해 우려하면서도 “문제는 여행상품 가격이 아니라 그에 합당한 ‘상품의 질’이며 가격대에 따라 상품군이 다양한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집을 지어 팔 때 빈 집만 파는 경우도 있고 다양한 옵션을 포함해서 파는 경우도 있잖아요. 여행도 마찬가지예요. 가격에 따라 호텔의 등급이나 옵션의 종류와 숫자 등이 다를 수 있습니다. 소비자를 기만하는 수준의 저가가 아니라면 자신의 취향에 맞게 취사선택하면 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여행상품에 대해 소비자들이 믿을 수 있는 풍토 조성이다. 한국여행업협회가 지난달 27일 한국소비자원, 한국관광공사와 함께 ‘국외 여행상품 정보제공 표준안 실천 협약식’을 개최한 것도 소비자들의 믿음을 얻겠다는 의지의 표시다.

“표준안은 여행과 관련된 소비자 분쟁을 줄여보자는 취지에서 시작됐습니다. 여행사가 해외 여행상품을 판매할 때 해당 상품에 관한 정보를 보다 명확하고 알기 쉽게 제공하는 ‘핵심정보 전면표시제’를 시행하는 한편 소비자들도 여행상품을 구입할 때 스스로 체크해볼 수 있는 ‘소비자 표준안’을 마련하자는 것입니다. 요컨대 양자가 서로 상품에 대해 정확하게 알고 선택하자는 것이죠.”

양 회장이 요즘 각별하게 신경 쓰고 있는 또하나는 여행자들의 안전의식이다. 여행객이 대규모로 오가고 가족단위의 개별여행이 늘면서 여행자 안전이 무엇보다 중요한 화두가 됐기 때문이다.

“우리 협회가 해외 건전여행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벌이는 것도 소비자의 안전의식이 대단히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동남아 국가에서는 우리 국민이 여행 도중 피해를 당하기도 했습니다. 여행시장이 점점 커지고 있는 만큼 안전의식도 높아져야 합니다.”

여행사 투어2000의 대표이사 사장인 양 회장은 요즘 여행사 경영자로서 시름이 깊다. 한국인들이 선호하는 해외 여행지인 필리핀 태국 일본 등의 여행시장이 각각 태풍, 시위, 방사능 등으로 인해 극도로 위축됐기 때문이다.

“필리핀이 가장 큰 피해를 입었지만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할까요. 태풍이 지나간 타클로반은 필리핀 중부 지역이어서 한국인들이 많이 가는 보라카이, 세부는 그다지 큰 피해를 입지 않았습니다. 다만 심리적인 영향으로 당분간 필리핀 여행의 수요는 줄어들 것 같아요. 태국은 불안하기는 하지만 방콕이 폐쇄된 것도 아니고 푸껫이나 치앙마이 등 분산해서 갈 만한 좋은 지역이 많아서 아직까지 큰 우려는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들 지역을 대체할 수 있는 대만이나 홍콩, 말레이시아 등의 여행지를 마케팅하는 데 주력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지난 1월 KATA 회장을 맡은 그는 최근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놓고 주변 국가들이 사활을 걸고 경쟁하고 있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내수(자국내 여행수요)가 워낙 튼튼해 인바운드(외국인의 자국여행) 정책이 없었던 일본마저 경쟁에 가세한 상태다.

“일본은 이전에도 ‘비지트 재팬’이나 ‘요코소 재팬(어서오세요 일본)’ 같은 캐치프레이즈를 만들고 외국인을 겨냥한 캠페인을 벌였지만 치열하지는 않았어요. 그런데 2011년 쓰나미 이후 외국인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위기의식을 느꼈고, 한국의 다양한 외국인 유치 캠페인을 벤치마킹해 적극적인 유치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태국과 중국, 인도네시아 등도 가세해 치열하게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형국이죠.”

‘굴뚝 없는 산업’인 여행산업에 그야말로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셈. 그렇다면 국내 여행업계는 어떻게 해야 치열한 경쟁을 뚫고 더 많은 외국인을 유치할 수 있을까. 양 회장은 최근 홍콩에서 홍콩여행협회장과 주고받은 이야기를 들려주며 나름의 해법을 제시했다.

“한국에선 해마다 홍콩에 108만명이 여행을 가는데 홍콩에선 한국에 35만명밖에 안 오니까 불공평한 것 아니냐고 물었어요. 그랬더니 홍콩협회장은 ‘한국에는 베이징어가 아니라 광둥어를 쓰는 가이드가 없다’고 불평하더군요. 그래서 우리 정부의 광둥어 가이드 양성 계획을 설명하고, 홍콩공항에도 한국 관광객을 위해 한글표지판을 만들어 달라고 했죠.”

양 회장은 “서로의 불편을 들어주면서 선순환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새로운 수요가 만들어진다”며 “그것이 바로 창조경제 아니겠느냐”고 했다. 그의 말대로 한국에서 비행기로 6시간 거리에 있는 나라들에 무려 15억명이 살고 있다. 그가 “1200만명의 외국인 관광객이 들어왔다고 하지만 아직도 성장 가능성은 무궁하다”고 자신하는 이유다.

최병일 여행·레저 전문기자 skycb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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