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하나 뿐인 정답은 없다'…해결책 찾는 과정이 통찰력 키워

입력 2013-12-13 06:58  

경영학 카페

논리적인 반론·이견 제기, 하버드式 케이스 스터디
창의적 사고 배양에 도움



하버드대로 MBA(경영학석사) 유학을 가지 않고도 하버드 유학의 효과를 내는 공부 방법이 있다. 전문가 몇 명에게만 알려진 비법이 아니라 조금만 노력하면 상세한 방법론까지 알아낼 수 있을 만큼 내용도 공개돼 있다. 방법을 안다고 해서 모두가 똑같은 효과를 누리지는 못한다. 마치 명문대 입학생들이 ‘나는 이렇게 공부했다’ 식의 책을 출간해도 그 책을 읽은 고등학생 모두가 원하는 대학에 가지는 못하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일단 방법을 알아두는 것은 충분히 의미가 있을 테니, 하버드로 유학을 떠나보자. 하버드대 법과대학은 1870년부터 1895년까지 재임한 크리스토퍼 랑델 학장이 개발한 ‘케이스 방법론’으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케이스 방법론이란 실제 있었던 재판 결과(케이스)를 갖고 교수가 학생들 간 토론을 유도하는 수업 방식이다. 케이스 방법론은 하버드를 대표하는 고유한 교육방법으로 자리매김하면서 널리 알려져 다른 법과대학에서도 많이 사용하고 있다.

이후 하버드대 내 경영학과도 이 방법을 차용해 케이스 스터디 방법론을 개발했다. 학생들이 실제 비즈니스 사례를 분석하고 상호 토론하면서 학습하는 방법이다. 학생들이 열띤 토론을 하고 나면 교수가 토론 내용을 정리하면서 관련 경영이론과 기법을 소개한다.

교수는 이 수업을 준비하기 위해 학생들의 흥미를 끌 수 있는 비즈니스 사례를 발굴하고, 관련 정보와 인과관계를 집중적으로 조사해 자료를 만든다. 수업 중에는 학생들 간 토론을 부추기고 대화가 엉뚱한 방향으로 벗어나지 않도록 적절한 질문과 힌트로 토론을 유도한다. 마지막으로, 토론 내용을 정리하면서 관련 경영이론과 기법 등을 소개해 통찰을 끌어내도록 유도한다.

이때 교수가 잊지 말아야 할 중요한 원칙이 하나 있는데, 이것이 오늘날 비즈니스 리더들이 늘 기억해야 하는 금과옥조다. ‘단 하나뿐인 정답이란 없다’는 원칙이다. 교수가 사례를 개발하는 단계에서부터 논쟁의 여지가 없는 단 하나의 결론만을 내포한 사례는 배제한다. 토론수업은 정답을 암기하는 수업이 아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현장에서 활동하는 비즈니스 리더들이 정답이 없는 토론의 효과를 믿는다면, 가장 훌륭한 코칭을 할 수 있다. 문제마다 정해진 답을 암기하는 것이 학습 목표가 아니라,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얻는 논리적 사고 훈련이 학습 목표이기 때문이다. 토론 끝에 결국 적절한 답을 찾아내지 못할 수도 있다. 그래도 괜찮다.

의견이 다른 것이지, 답이 틀린 것은 아니다. 구체적 상황에 대한 이해 차이와 자신이 믿는 경영철학의 차이를 감안하면 공부하는 학생이 사례의 주인공과는 다른 선택을 하는 것이 당연하다. 중요한 것은 자신이 도달한 결론이 왜 가장 적합한지를 설명할 수 있는 논리적 사고와 근거를 확보하는 것이다. 이처럼 논리적 사고, 창의적 사고는 정답 없는 토론 문화에서 싹튼다.

개인적으로 하버드 유학 효과를 만끽하려면 구체적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책을 읽을 때 일부러라도 저자와 다른 결론을 내리려고 노력하는 것은 좋은 연습이 된다. 저자의 의견에 시비를 걸고 논리적인 반론을 제기하는 연습을 하는 것이다.

일을 구상할 때에는 정답을 가정하지 않고 여러 가지 가능성을 상상해보는 훈련을 할 수 있다. 선배가 이미 했던 방식은 일부러라도 피하려고 노력한다. 일을 진행할 때에는 상사의 지시를 곧이곧대로 실행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방법을 탐색해보는 것을 습관화한다.

상사는 후배사원에게 바로 지시를 내릴 것이 아니라 “자네 생각은 어때?”라고 묻기를 생활화할 수 있다. 일을 마칠 때에는 자신에게 ‘만약 그때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무엇을 할 수 있었을까?’라고 스스로 묻는 연습을 한다.

얼마 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이민관련법을 설명하는데 한국계 학생이 불법이민자를 배려해 달라고 요구하며 소리를 질러댔다. 놀랍게도 오바마는 보안요원이 학생을 제재하지 못하게 하고, 대신 차분하고 논리적으로 자신의 입장을 설명했다. 그의 차분하고 논리적인 대응에 참가자들은 박수로 화답했다. 우리 사회에서도 이견을 받아들이고 토론하는 문화를 기대해본다.

김용성 < IGM 세계경영연구원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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