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상아탑 흔드는 'MOOC 열풍'…'온라인 유학'이 뜬다

입력 2013-12-13 17:06  






최근 ‘MOOC(온라인 대중공개 강좌)’라는 새로운 교육 방식이 대학 교육의 문턱을 낮추고 있다. 배움을 갈구하는 모든 사람에게 대학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게 된 것이다. 지금까지 대학 교육은 교수와 학생들이 정해진 시간과 공간에 모여 서로 얼굴을 맞대고 지식을 전달하는 시스템이었다. 하지만 이제 MOOC로 세계 어디서든 돈이 있든 없든, 시간·장소의 제약을 벗어나 최고 대학의 최고 교수에게 최신 지식을 접할 수 있게 되었다. MOOC 수업을 함께 듣는 사람끼리 토의하고 같이 공부하는 모임까지 생겨나고 있다. 일부에서는 강의의 질이나 대학 브랜드 가치가 떨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공짜로 듣는 세계적 석학강의

스탠퍼드, 하버드, 메사추세츠공대(MIT) 등 미국 유명 대학들이 잇따라 MOOC 강좌를 개설하고 있다. 이른바 무크 열풍이 미국의 상아탑을 흔들고 있다. MOOC는 massive open online course의 약자로 온라인 대중공개 강좌를 말한다. 인터넷을 통해 대학 강의를 무료나 싼값에 이수할 수 있는 새로운 대학 교육 시스템이다. 수강생은 동영상 강의를 듣는 것뿐만 아니라 교수에게 질문하고 시험을 볼 수도 있다. 정규 교육을 보완하는 시스템이자 직장인 재교육 프로그램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세계 3대 MOOC 플랫폼은 코세라(www.coursera.org)와 에덱스(www.edx.org), 그리고 유다시티(www.udacity.com)다. 코세라는 2012년 스탠퍼드대 컴퓨터공학과 교수인 앤드루 응과 대프니 콜러가 공동 창업한 영리기업이다. 스탠퍼드, 예일, 시카고, 도쿄대, 로잔공대, KAIST 등 세계 100여개 대학이 참여하고 있으며 총 개설과목은 450여개로 공학, 인문학, 약학, 사회과학, 수학 등 대학 내 거의 모든 과목이 개설되어 있다. 수강생은 500만명에 달해 현재 세계 최대 MOOC 플랫폼이다. 에덱스는 MIT와 하버드대가 6000만달러를 투자해 세운 비영리기관으로 MIT, 하버드, 버클리, 코넬, 베이징대, 서울대 등 29개 대학이 참여하고 있다. 유다시티는 파트너 대학 없이 스탠퍼드 출신 교수들이 직접 강의하는 사이트로 컴퓨터공학 중심의 25개 과목이 개설 중이다.


#집에서 받는 하버드대 수료증

온라인으로 세계 명문 대학의 강의를 듣는 것이 새로운 일만은 아니다. 이미 2002년부터 MIT는 오픈코스웨어(OCW)라는 이름으로 학부와 대학원 과정의 수업자료와 강의 동영상 2200개를 공개했다. 하지만 현재 MOOC는 형태나 파급력 면에서 기존 온라인 교육과는 완전히 다르다. 김형률 숙명여대 교수는 “MIT OCW가 단순히 강의 자료였다면 1~2년 전부터 나타난 MOOC는 온라인에 맞게 강의 동영상을 다시 찍고 학생들의 질문에 교수가 답도 해주는 진일보한 형태”라고 설명했다.

가장 유명한 MOOC 플랫폼인 코세라, 에덱스, 유다시티 세 곳을 살펴보면 MIT OCW와 많은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다. MOOC에서는 MOOC만을 위한 강좌가 매번 새롭게 개설된다. 수업 진도가 다 끝나면 강좌가 닫히고 사라지기 때문에 학생들은 그 전에 수강 신청해 수업을 들어야 한다. 강좌는 4~13주까지 다양하다. 숙제를 기한 내에 제출하면 피드백을 받을 수도 있다. 교수와 학생이 게시판을 통해 토론을 벌이기도 하고 시험도 치러야 한다.

무엇보다 MOOC에서는 일정 학비를 내면 숙제를 제출하고 시험을 본 뒤 강의 수료증을 받을 수 있다. 아직 초기단계지만 MOOC에서 하버드대나 스탠퍼드대 수료증이 취업과 대학 진학 때 큰 힘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수업 완료는 10%도 못 미쳐

온라인 대중 공개강좌는 오프라인 대학 수업도 변화시키고 있다. 지식전달은 온라인 강의 동영상을 통해 진행하고 실제 수업시간에는 사례 연구나 토론, 실험실습, 질의응답 등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는 것이다. 이태억 KAIST 교수는 “현재까지 대학 교수들이 수업 진도를 나가느라 칠판에 적어가며 설명하기 바빴다”며 “앞으로 온라인으로 강의를 듣고 오프라인에선 교수에게 모르는 것을 묻는 식으로 수업이 변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온라인 교육은 도중에 그만두기 쉽다는 단점이 있다. MOOC 강좌에서도 수업을 끝까지 듣는 비율은 7~9%에 그친다. 지난해 가을 듀크대에서 개설한 ‘바이오전자공학’ 수업은 1만2725명이 등록했지만 비디오를 시청한 사람은 7761명, 숙제를 제출한 사람은 3658명이었다. MOOC에 참여 중인 대학 내 관계자들 중에는 학교의 브랜드 가치가 떨어질까 염려하는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세계적 석학 강의가 배타성을 잃고 세계 어디서나 누구나 인터넷으로 강의 내용에 접근할 수 있다면 애써 세계적 명문대에 입학하려는 학생들의 수요가 줄어들 수도 있다는 것이다.

MOOC '미지근'한 국내대학…온라인 강의 60% 제한

전문가들은 국내에도 온라인 공개강좌(MOOC) 플랫폼이 시급히 만들어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국어로 된 강의가 제공된다면 더 많은 사람이 혜택을 받을 수 있고 대학들도 강의 질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미 MIT의 학습자료 공동 활용 서비스를 본떠 국내에서도 단순히 대학 강의를 공개하는 사이트는 많지만 MOOC처럼 수강생과 상호 작용하며 수료증을 주는 곳은 KAIST와 서울대 정도다. 강성모 KAIST 총장은 “올해 60여 과목을 온라인 공개강좌로 진행하는데 학생과 교수들의 호응이 높고 국내외 관심이 많다”며 “3대 MOOC 플랫폼인 코세라를 통해 우수한 강의 무료교육을 확대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내 대학 가운데 보다 다양한 학교에서 무크 플랫폼 개설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우선 옛날 기준으로 만들어진 관련 법을 수정해야 한다. 현재 한국에서 원격 교육을 통해 학위를 주기 위해서는 ‘사이버대 설립 및 운영 규정’에 따라 별도로 사이버대를 세워야 한다. 또 고등교육법 시행령 제53조 제3항에 따라 MOOC처럼 시간제 등록생을 대상으로 하는 수업은 수업 일수의 60% 이내로 원격 강의 비율을 제한하고 있다. 일반 대학이 한국에서 MOOC를 하려면 수업의 40%는 오프라인으로 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태억 KAIST 교수는 “이 같은 규제는 세계의 큰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게 발목을 잡는 부작용이 있다”고 지적했다. 대학과 교수 사회의 인식 변화도 MOOC 활성화를 위한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한 대학 교수는 “논문은 잘 쓰지만 강의에는 자신이 없는 교수들은 외부에 자신의 강의를 공개하는 것에 큰 부담을 느낀다”고 귀띔했다.

손정희 한국경제신문 연구원 jhs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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