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장례식 조문객은 화사한 복장에 꽃을 들고 참석해달라"

입력 2013-12-23 06:58  

삼성생명과 함께하는 라이프디자인 - <30> 나의 장례식을 계획해 보자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는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인간은 영원히 죽지 않을 것처럼 살지만 한 번 제대로 살아보지도 못하고 죽는다.”

누구나 죽는다는 건 모두가 아는 진실이다. 하지만 막상 자신의 죽음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미래의 행복을 위해 지금 나의 가족과 보낼 시간이나 건강을 희생하며 살아간다.

평생 제대로 효도 한번 못해 드린 부모님이 갑자기 돌아가시면 애달픈 마음에 최고급 외제차나 꽃상여로 가시는 길을 서럽지 않게 해드릴 뿐이다. 하물며 본인의 장례식은 미리 생각조차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최근 한국의 장례 문화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2001년 38.3%에 불과하던 화장률이 2011년 71.1%로 크게 증가했다. 특히 30대 이하 젊은층의 화장률이 다른 연령층보다 높게 나타났다. 젊은층이 기성 세대에 비해 화장을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결과다.

매장문화에서 화장문화로 급변하면서 자연장에 대한 수요도 늘고 있다. 자연장은 화장한 유골의 뼛가루를 나무나 화초, 잔디 아래에 묻는 장례법이다. 정부가 장례문화 인식 개선의 일환으로 자연장 홍보를 강화하면서 사람들의 부정적인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자연장 이용률은 2011년 5%에서 2012년 14%로 증가했다.

한국인 대부분이 죽음을 준비할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존엄사(무의미한 연명 치료를 중단하고 죽음을 받아들이기로 결정)에 대해서 대체로 찬성한다는 의견이 많아졌다. 기대수명 증가와 저출산으로 인해 인구 고령화가 가속화하면서 최근 몇 년간 사회 전반적으로 노후 준비에 대한 이런저런 논의가 뜨겁다.

노후 준비는 이제 잘 사는 웰빙(well-being)을 실천하는 것뿐만 아니라 잘 죽는 웰다잉(well-dying)을 준비하는 것까지 포함하게 됐다.

지난 6월에 별세한 남천 송수남 화백은 현대 수묵화의 거장으로 불린다. 고인은 평소 꽃을 좋아했는데 세상을 떠나면서 장례식 조문객들이 화사한 복장으로 꽃을 들고 참석해 달라는 유언을 남겼다.

경남 거제시 외도의 보타니아 해상농원을 일궈온 최호숙 여사는 2003년 별세한 남편 이창호 씨의 묘를 아름다운 꽃밭으로 만들었다. 이곳은 지금 사람들에게 부부간의 사랑과 정성을 느끼게 하는 쉼터 역할을 하고 있다.

나의 죽음 그리고 장례식은 어떤 풍경이기를 바라는지, 내가 죽은 뒤 사람들은 나를 어떻게 기억했으면 좋을지 한번쯤 찬찬히 생각해볼 일이다.

박기출 < 삼성생명 은퇴연구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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