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경제학회 지상중계] Fed, 금융위기 잘 대응했지만…출구전략 '복병' 만날 수도

입력 2014-01-05 20:59   수정 2014-01-06 03:57

'버냉키 유산' 뜨거운 공방

'자신만만' 버냉키
양적완화 정책 없었다면 마이너스 성장 배제 못해…회복 더딘 건 세금인상 탓

만만찮은 후유증
2015년부터 국채매입 중단땐 금리 年 0.75%씩 오를 것…새로운 위기 '씨앗'만 키워



[ 필라델피아=장진모 기자 ]
“미국 중앙은행(Fed)의 양적완화와 초저금리 정책이 없었더라면 경제는 마이너스 성장을 했을지도 모른다.”(벤 버냉키 Fed 의장)

“Fed가 통화정책을 정상화하는 과정(출구전략)에서 엄청난 시장 혼란이 닥칠 수 있다.”(찰스 플로서 필라델피아 연방은행 총재)

지난 3, 4일 폭설이 내린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미국경제학회(AEA) 연례총회의 최대 화두는 1월 말 퇴임하는 ‘버냉키의 유산’이었다. 초점은 전례 없는 양적완화(중앙은행의 발권력을 동원해 시중 채권을 매입하는 정책)와 5년째 지속 중인 초저금리 정책의 성과, 그리고 이 같은 비전통적인 통화정책을 정상화하면서 나타날 잠재 위험에 관한 것이었다.

○버냉키의 ‘유산’

지난 3일 오후 2시30분 필라델피아 메리어트호텔 그랜드볼룸. 버냉키 의장이 재임 8년간의 통화정책을 ‘자평’하는 20여분 동안 청중석에 앉은 500여명의 경제학자들은 숨을 죽였다. 버냉키 의장은 연설의 상당 부분을 통화정책의 투명성과 소통에 할애했다. 특히 그가 처음 도입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통화정책 결정기구) 직후 기자회견을 언급했다. 그는 “유례 없는 경제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예외적인 조치(양적완화)를 취했고 시장의 지지를 얻고 확신을 주기 위해 그런 소통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버냉키 의장은 또 논란이 되고 있는 양적완화 정책을 적극 옹호했다. 그는 “3조달러 규모의 자산 매입 등 비전통적인 통화정책이 금융위기 이후 미국 경제를 회복시켰다”며 “이런 통화정책이 없었다면 미국의 경제성장은 지금보다 상당히 약해졌거나 심지어 마이너스로 떨어졌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양적완화가 새로운 위기의 씨앗(자산 버블)을 뿌렸을 뿐 성과는 미미했다는 비판을 반박한 것이다. 이에 대해 존 테일러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는 이날 다른 강연에서 “경제 회복 속도가 양적완화가 없었던 과거 경기 회복기보다 훨씬 느렸다”며 버냉키의 통화정책은 실패작이라고 꼬집었다.

버냉키 의장은 양적완화 효과에 대한 청중의 질문을 받고 “2011년 이후 경기 회복세가 느렸던 것은 정부의 예산 삭감과 세금 인상이 소비지출과 투자·고용을 늘리려는 Fed의 노력을 상쇄시켰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이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며 경기 회복 속도를 늦췄다는 것이다.

패널로 참석한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는 “금융위기에 대처하는 Fed의 비범한 창의성에 감동했다”고 호평했다. 아닐 카샤프 시카고대 교수는 “미국은 자칫 2차 대공황에 빠질 수 있었다. 버냉키의 리더십이 없었더라면 상황이 달라졌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출구전략의 3대 위험

버냉키 의장이 지난달 ‘결자해지’ 차원에서 단행한 출구전략(양적완화 축소)의 파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많았다. 찰스 플로서 필라델피아 연방은행 총재는 이날 연설에서 비전통적인 통화정책을 정상화하는 과정에서 △급격한 금리 인상에 따른 인플레이션 △왜곡된 자산가격(거품)의 붕괴 △초저금리 장기화에 따른 디플레이션 가능성 등 3가지 위험 요인이 도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양적완화에 줄곧 반대해온 플로서 총재는 올해 FOMC에서 투표권을 갖는다.

그는 “경제 회복으로 시중금리가 올라가면 은행들이 대출을 늘리거나 수익률이 높은 자산에 투자하기 위해 초과지급준비금(2조5000억달러)에서 돈을 빼낼 것”이라며 “이 경우 급격한 인플레이션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대럴 더피 스탠퍼드대 교수(뉴욕연방은행 금융자문위원)는 “Fed는 2018~2027년에 만기가 돌아오는 미국 국채의 절반을 갖고 있다”며 “Fed가 내년부터 국채 매입을 중단하면 5년 만기 국채 금리는 2018년까지 매년 0.75%씩 오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장기간 지속된 저금리가 다양한 시장에서 거품을 만들었기 때문에 금리가 오르면 시장이 큰 혼란에 빠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필라델피아=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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