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향기] 멕시코 칸쿤, 요즘 가장 '핫'한 신혼여행지

입력 2014-01-20 06:57  

미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곳

해안 절벽 위 城 '툴룸'
365개 돌계단 피라미드, 마야문명의 속살 마주하다



[ 최병일 기자 ]
어떤 이는 말했다. “멕시코 칸쿤에선 영혼까지 바싹 마를 각오를 해야 한다”고. 공항을 나서면 사정없이 쏘아대는 햇살을 피할 길이 없다. 적도에서 가장 가까운 북반구여서일까. 유카탄 반도의 끝 카리브해와 맞닿은 곳에 자리한 칸쿤에는 사시사철 태양이 작열한다. 사람들은 허물을 벗어던지는 파충류처럼 옷가지를 벗어던진다. 비키니에 스카프 하나만 걸친 채 거리를 활보하는 모습은 여기서는 일상의 풍경이다. 단지 몸에 걸친 옷만 벗는 것이 아니다. 영혼의 가식마저 벗어던진다. 산호초가 부서져 만든 은빛 해변 뒤로 보이는 카리브해는 이상하게 낯설다.

미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휴양지 칸쿤은 최근 들어 한국인들에게도 신혼여행지로 각광받고 있는 곳이다. 현대식 리조트와 브랜드 호텔, 이국적인 마야문명의 흔적을 한자리에 볼 수 있는 칸쿤은 이색여행을 꿈꾸는 이들이 가장 가고 싶어하는 곳이기도 하다.

무지개가 끝나는 곳에 있는 바다

언제나처럼 바다는 또다른 얼굴로 다가왔다. 파도 소리가 스치고 지나가고 바람 한 점이 햇살을 피해 이리저리 흔들린다. 산호가루로 형성된 순백색의 눈부신 모래사장이 펼쳐져 있는 해변과 함께 칸쿤의 바다는 아름답다. 또한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산호산맥이 이곳 칸쿤에서 온두라스까지 이어져 있어 해저 경관 역시 화사하기 그지 없다. 칸쿤은 원주민인 마야족의 언어 ‘칸쿠네(cancune)’를 줄인 말. ‘무지개가 끝나는 곳에 있는 매’라는 낭만적인 뜻을 담고 있다.

지금은 거대한 성채처럼 우람한 호텔과 리조트가 해변을 빼곡하게 덮어버렸지만 칸쿤은 불과 35여년 전만해도 마야인들이 모여 살던 한적한 어촌이었다. 라스베이거스의 호텔 자본이 들어오면서 이 일대는 상전벽해(桑田碧海)와도 같은 변화를 겪었다. 해변을 따라 들어선 호텔들이 만들어놓은 거대한 장벽만 무려 23㎞에 달한다. 자동차로 달려도 20분 이상 가야 한다. 이곳에 극장과 쇼핑몰 카지노 등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다. 이 일대를 보통 이슬라 칸쿤이라 부른다.

칸쿤에는 세계적인 트렌드가 반영된 클럽이 20여개나 있지만 그중에서도 압권은 극장식 나이트클럽인 코코봉고다. 칸쿤의 밤 문화를 제대로 체험할 수 있는 명소다. 유명세 때문에 입장하는 것도 쉽지 않다. 긴 줄을 견디며 겨우 입장하면 요란한 음악이 폭포수처럼 귀에 내려꽂힌다. 재미있는 것은 비틀스나 마돈나, 레이디가가 등의 유명 스타들을 닮은 이들이 나오는 독특한 짝퉁쇼. 클럽에서 음악을 즐기다보면 이국적인 여행의 맛이 제대로 살아난다.

신비한 마야문명의 속살

멕시코다운 정서를 조금이라도 느끼고 싶다면 호텔가에서 1시간 정도 떨어진 풍물시장에 가보는 것이 좋다. 멕시코 전통 의상이나 모자부터 일상 용품까지 다양한 물건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그러나 칸쿤의 매력을 이슬라 칸쿤에서만 찾는 것은 곤란하다. 이슬라 칸쿤을 벗어나는 순간 시간은 빠르게 되돌려져 과거의 어느 날로 우리를 안내한다. 칸쿤에서 배로 30분 거리인 이슬라 무헤레스도 그중 하나다. 동서 8㎞, 남북 1㎞인 이 섬은 바다에 뜬 거대한 조개껍질 같다. 우윳빛에서 하늘색, 다시 코발트블루로 깊어지는 산호초 바다의 현란한 물빛은 자연이 빚은 예술이다. 그 바다를 즐기다 지치면 레몬향이 톡 쏘는 시원한 코로나 맥주를 들이켠다. 이글이글 타는 태양도 그 순간 만큼은 숨을 죽인다.

칸쿤은 또한 마야를 빼놓고 말할 수 없다.

칸쿤에서 남쪽으로 약 120㎞ 떨어진 카리브해 절벽에 자리한 툴룸은 마야인들의 유적 중 가장 널리 알려진 곳이다. ‘벽’이라는 뜻의 툴룸은 입구가 5개나 있는 일종의 궁성이다. 작은 돌담을 중심으로 툴룸에는 귀족들이, 또 다른 쪽에는 서민들이 거주했다. 궁성안 중심에는 ‘카미노 블랑코’라고 불리는 하얀 길이 있다. 이 길에서 북쪽으로 가면 칸쿤이고 남으로 가면 지금의 콰테말라가 나온다.


치첸이트사에서 고대문명이 말을 걸다

유카탄 반도 중앙에 있는 치첸이트사는 마야문명의 최대 유적지다.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이기도 한 치첸이트사는 풍광이 독특하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높이 24m의 피라미드인 엘카스티요다.

엘카스티요는 이집트의 피라미드보다 크기는 작아도 건축 비율로는 더 뛰어난 것 같다. 계단의 수는 모두 364개. 여기에 중앙 계단을 합치면 365개다. 이 도저한 천문학적 지식은 어디서 온 것일까. 피라미드 내부는 하루에 두 번만 공개하니 시간을 잘 맞춰서 가야 한다. 피라미드 내부에는 기력을 잃는 태양을 달래기 위해 인간의 심장을 바치던 제단이 있다. 전사의 신전이나 투구, 방패 등의 유물에는 찬란하게 빛났던 마야인의 그림자가 짙게 배어 있다.


■ tip

칸쿤으로 가는 직항은 없다. 미국이나 캐나다를 경유해야 한다. 대표적인 코스는 로스앤젤레스를 경유하는 것. 이 경우 미국 비자가 필요하다. 미국 비자가 없다면 캐나다 토론토를 경유하면 된다. 아메리카항공(AA)을 이용하면 편리하다.

칸쿤의 치안은 대체로 안정된 편이다. 특히 이슬라 칸쿤은 밤에 다녀도 좋을 만큼 안전하다. 이슬라 무헤레스 또한 워낙 작은 섬인 데다 관광이 중심 산업이라 치안이 안정됐다. 그러나 칸쿤 시내를 밤에 혼자 다니는 것은 좋지 않다.

칸쿤에서 치첸이트사나 툴룸까지는 자동차로 3시간 거리다. 대부분의 호텔에 마련돼 있는 당일투어를 이용하는 게 안전하고 편리하다. 40~50달러 안팎이다.

멕시코 음식은 한국인의 입맛에도 잘 맞는다. 특히 싱싱한 고추를 다져 만든 살사소스는 매콤해서 입에 착 달라붙는다. 돼지고기나 쇠고기를 작게 썰어 채소와 함께 철판에 볶은 후 얇게 부친 옥수수 전병에 싸먹는 토르티야는 언제 먹어도 군침이 돈다. 칸쿤에는 우리가 알고 있는 세계적인 호텔 체인이 대부분 있어서 취향에 따라 고르면 된다.

칸쿤=최병일 여행레저전문기자 skycb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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