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車 현주소 下]자율주행車 시험운행이 불법?···국내 R&D 늦추는 규제 풀어줘야

입력 2014-01-20 09:43  


[ 김정훈·최유리 기자 ] 운전자가 핸들을 잡지 않아도 자동차가 스스로 도로를 달리는 '자율주행차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노트북을 펴고 밀린 업무를 보거나 편히 쉬는 동안 차가 목적지까지 데려다주는 광경은 더 이상 영화 속 판타지가 아니다.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2020년 이내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선언하면서 관련 시장의 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시장조사전문업체 내비건트 리서치에 따르면 오는 2020년 4%에 불과한 자율주행차의 점유율은 2035년 75%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들 연구개발 총력戰…정부 지원으로 속도 탄력

‘미래 먹거리’ 자율주행차를 향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무한경쟁은 이미 시작됐다.

IT(정보통신) 기업 구글이 2012년 ‘구글카’로 자율주행 분야에서 앞서 나가자 완성차 업체들도 속속 자율주행차 전략을 발표했다. 2018년을 목표로 완전 무인이 아닌 ‘반무인’ 자동차를 상용화하겠다는 것. 까다로운 주행 조건에선 운전자가 개입하고 긴급 상황 시 버튼을 눌러 조치하는 방식이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이미 S500 인텔리전트 드라이브 연구 차량으로 100km 가량 자율주행 시범주행에 성공했다. 이를 기반으로 상용 자율주행차를 내놓는 첫 자동차 업체가 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닛산은 자율주행차의 상용화 시점을 2020년으로 내걸었다. 향후 10년 이내 자사의 전 차종에 관련 기술을 장착, 법규제가 정비된 국가부터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글로벌 업체들의 속도전이 탄력을 받은 배경에는 정부의 제도적 지원이 있다. 자율주행차의 가장 중요한 과제인 ‘안전성’을 입증하기 위한 시범주행의 길을 터준 것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2012년 자율주행차의 일반도로 시험운행을 법적으로 허용했다. 네바다주와 플로리다주도 관련 법안을 통과시켰다.


일본의 경우 제도는 없지만 정부가 나서 자율주행차 개발을 독려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아베 신조 총리가 직접 도로에서 닛산, 도요타 등 자국 브랜드의 자율주행차를 시승하면서 분위기는 급물살을 탔다.

김정하 국민대 자동차공학과 교수는 “일본은 아베 총리의 시승 이후 자율주행차의 시험 주행이 용인되는 사회적 분위기가 만들어졌다”며 “국가적으로 2020년 도쿄올림픽에서 자율주행차를 선보인다는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 IT업체와 협업 거북이 걸음…제도적 지원도 시급

국내 완성차 업계도 선진국과 비슷한 시기에 자율주행기술을 선보일 예정이다. 현대차 남양연구소는 향후 4년 내 상용화를 목표로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주행 중 다른 차량이 끼어들면 차가 알아서 속도를 늦추는 등 관련 시험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완성차와 IT 분야 간 협업 없이는 선진국의 상용화 속도를 따라잡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국내 자율주행차 연구의 약점인 인식 기술을 보완하기 위해선 IT 업체와 파트너십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삼성, LG 등 국내 대표 전자업체의 경우 스마트 기기와 자동차를 연동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미래 스마트카 관련 기술은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들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지만 자율주행 분야는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가 없다"고 말했다.

최근 손잡은 구글과 현대차의 기술 제휴 역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적용한 서비스 개발에 국한됐다.

단기간에 성과를 낼 수 있는 기술 개발에 집중하다보니 자율주행차를 목표로 한 협업은 늦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측은 "현대차를 비롯해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곧 가시화될 수 있는 기술 개발을 원해 파트너십을 구축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고 토로했다.

이에 따라 자동차의 위치와 주행 환경을 인식하는 데 필요한 IT 기술은 해외에 의존하고 있다. 위성항법장치(GPS)나 센서, 라이더(LiDAR·전파에 가까운 성질을 가진 레이저관선을 이용해 범위를 감지하는 기술) 등 자율주행에 필요한 핵심 부품을 해외에서 수억 원에 들여오는 실정이다.

자율주행차 연구를 뒷받침할 제도적 지원도 거북이 걸음이다.

우선 국내 도로교통법상 자율주행차가 일반 도로에서 달릴 수 없다는 점이 큰 걸림돌로 꼽힌다. 때문에 자율주행차를 개발해도 시험해 볼 만한 장소가 마땅치 않다.

한우용 ETRI 자율주행시스템연구실장은 "자율주행차는 현재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았고 시험용 테스트 차량이라는 이유로 공도 주행에 제한이 따른다"며 "일반도로와 유사한 환경을 갖춰 놓고 실험을 해야 하는데 실제 도로와 비슷한 환경을 만들긴 힘들다"고 지적했다.

연구용 차량에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점도 개선해야 할 대목이다. 한 실장은 "안전성을 높이려면 다양한 시스템 오류에 대비한 실험이 필요하다"면서 "그러나 개조된 자율주행차에 사고가 날 경우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어 리스크가 크다"고 강조했다.

시범주행의 안전성을 검증하기 위한 기준도 마련돼 있지 않은 상황이다. 국내 대학 한 연구원은 “미국 일부 주는 안전 기준을 충족시킨 자율주행차에 한해 시범 주행을 허용한다”며 “이에 비해 국내는 기준도 없이 주행을 허가해주지 않아 테스트 할 수 있는 환경이 열악하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김정훈·최유리 기자 lenn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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