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스위스와 금융한류

입력 2014-01-26 20:43   수정 2014-01-27 04:20

금융산업이 GDP 11%인 스위스처럼
UBS같은 '금융의 삼성전자' 키워내야

박종수 <금융투자협회장 parkjs0908@kofia.or.kr>



최근 스위스를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은 스위스 금융경쟁력을 높이 평가하며 양국 간 금융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명품시계, 아름다운 알프스로 유명한 스위스에서 금융협력이라니 일반인에게는 다소 낯설게 들릴 수도 있다.

그러나 실제 스위스는 2012년 2조9000억달러의 운용자산을 보유한 세계 1위의 자산운용허브이자, 국내총생산(GDP) 대비 금융산업 비중이 11.1%에 달하는 금융강국이다. 이제야 금융산업의 GDP 비중을 현재 7%에서 10년 내 10%로 끌어올리겠다는 ‘10-10 밸류업 금융비전’을 추진하고 있는 우리로선 부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 면적의 절반도 안 되는 스위스가 금융강국이 된 배경에는 독특한 ‘은행 비밀주의’도 기여했겠으나, 무엇보다 UBS와 크레디트스위스라는 유수의 글로벌 금융회사 배출을 빼놓을 수 없다. 그야말로 ‘금융의 삼성전자’인 셈이다.

UBS의 전신인 SBC는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국내 영업에 치중한 스위스 3대 은행에 불과했다. 그러나 1998년 자국 대표은행인 유니언뱅크오브스위스와 합병을 통해 지금의 UBS 모습을 갖췄다. 그 후 페인웨버와 메릴린치 및 ABN암로 사업부문 인수로 글로벌 영업을 강화하며 2007년 세계 6위로 도약했다. 금융위기 때 어려움을 겪기도 했으나 UBS는 강력한 사업조정, 해외사업 강화를 거쳐 여전히 세계 최대 운용자산을 보유하고, 해외에서 76%의 세전이익을 내는 글로벌 투자은행(IB)이 됐다.

협소한 자국시장을 넘어 적극적인 해외 진출과 주력사업 중심의 공격적 인수합병(M&A)을 통해 10여년 만에 글로벌 금융그룹이 된 UBS의 행보는,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을 배경으로 성장한 골드만삭스 모델보다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최근 국내에서도 금융투자업권의 해외 진출 필요성이 활발히 논의되고 있으나, 고객관계와 평판을 기반으로 하는 IB업무 특성을 간과한다면 ‘금융 한류’는 요원하다.

해외 진출의 성패는 무엇보다 장기투자 의지와 적극적 M&A를 통한 영업기반 확대, 철저한 현지화 전략에 달려 있다. 이미 후발주자인 중국 중신증권, 말레이시아 CIMB는 크레디리요네, RBS 사업부문 등을 적극 인수하며 해외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우리가 가진 인적자원, 정보기술(IT) 등의 잠재력에 더해 철저한 사전준비, 10년 이상 투자하겠다는 배짱이 뒷받침된다면 국내 금융투자산업에서도 UBS의 탄생이 가능하리라 기대한다.

박종수 <금융투자협회장 parkjs0908@kofi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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