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내리사랑

입력 2014-02-19 21:15   수정 2014-02-20 05:21

고기잡는 법 대신 평생 떠먹여주는 부모
진정한 자식사랑 의식개혁 캠페인이라도…

강호갑 < 한국중견기업연합회장 khg@ahpek.or.kr >



며칠 전 뉴욕은 눈도 많고 춥기까지 했다. 유대인 유산박물관(Museum of Jewish Heritage)으로 가는 길은 교통도 엉망이었다. 나치 독일이 그 당시 세계 유대인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600여만명을 학살한 역사를 증명하고 있는 곳. 그 잔인함에 분노와 안타까움을 느낀 것도 잠시, 지금은 당당하게 성공한 유대인들의 새 역사를 보며 또 다른 희망을 발견한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얼마 전 신문에서 읽었던 우리 자식농사의 현주소가 겹쳐지며 가슴 한쪽이 저려 왔다. 과연 우리가 우리의 미래세대에 희망을 걸어도 되는지 의구심이 생겨난 것이다. 내용인 즉, 중학생 아들 녀석이 어느 날 학교를 다녀오자마자 책가방을 휙 집어 던지며 부모님께 악을 쓰고는 자기 방으로 쾅 들어가 버리더란다. 수업 준비물을 부모가 잘 챙겨 주지 않아 학교에서 창피를 당했다나.

가시고기는 암컷이 알을 낳고 사라지면 수컷이 미동도 않은 채 지킨다. 급기야 알들이 부화되기 시작하면 기력을 다한 수컷은 그 몸마저 새끼들 먹이로 주고는 생명을 다한다. 우리 부모님들도 식민지와 전쟁, 가난으로 그렇게나 갖은 고초를 겪으면서도 당신들의 생명으로, 가시고기보다 더한 희생과 사랑으로 우리를 여기까지 키워오고 또 지켜주시지 않았나.

옛말에 “치사랑이 내리사랑에 못 미친다”라는 말이 있다. 주변을 둘러보면 자식을 키우는 사람들 대부분 다 그런 것 같다. 아무리 종종걸음 쳐봤자 부모님들 흔적의 절반도 따라가지 못하면서도 그 무슨 질긴 숙명인지 내리사랑 방식만큼은 똑같은 DNA를 물려받아 앞서 가신 부모님 길을 되풀이하거나 더 하고 있으니 말이다.

요즘 일부 부모들은 자기 자식 돌보는 것이 매일매일 학원 보내고, 그 시간에 학교 숙제 대신해주고, 다음날 수업 준비물까지 챙겨주는 것이 돼버렸다니 기가 찰 일 아닌가. 그것이 자식 사랑인 줄 알고 있다니 말이다. 고기 잡는 법을 가르치지 못하고, 죽을 때까지 자식 입에 밥을 떠 넣어주어야 한다면 이건 진짜 참담한 일이다. 결국은 자식을 ‘식물인간’으로 만든다는 것을 알지 못한 채….

홀로코스트의 모진 과거를 넘어 지금은 당당히 희망을 전하는 ‘유대인 유산박물관’의 현장보다 더한 것을 우리는 자식들에게 전하고 지켜나가도록 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국가나 사회 차원에서 ‘의식개혁 재무장운동’ 같은 것을 통해서라도 ‘진정한 내리사랑’의 ‘신(新)문화’를 만들어 나갔으면 한다.

강호갑 < 한국중견기업연합회장 khg@ahpek.or.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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