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산악인 엄홍길 "히말라야 등반하며 빚져…이제는 베풀 차례죠"

입력 2014-02-21 14:54   수정 2014-02-22 12:15

한국 산악계의 대부, 엄홍길 대장

"도전을 가능하게 만든 원동력은 자신과의 싸움을 포기하지 않는 의지"
"휴먼재단 설립, 산이 나에게 가르쳐 준 것…네팔 휴먼스쿨 16개 건립이 꿈"




2007년 세계 최초로 히말라야 16좌를 완등한 엄홍길(53·사진) 대장이 17좌 등정이라는 제 2의 꿈을 펼치고 있다. 네팔 오지 마을에 학교 16개를 건립하겠다는 그의 17좌 원정 목표에는 생의 끈을 붙잡아준 히말라야에 대한 보은의 뜻이 담겨있다.

히말라야 고도 8000미터 16좌라는 기록을 달성하기까지 20여년. 그의 인생에 모든 것을 바쳤던 시간이였다. 이 과정에서 발가락 몇개가 잘려나갔고, 수차례의 수술을 할 만큼 큰 상처도 남았다. 그뿐만이랴, 생사고락을 함께 나눈 쉐르파나 형제 같은 동료들을 눈앞에서 떠나보내야 했다. 하지만 엄 대장은 삶에 큰 빚을 졌다며 겸손함과 소박한 웃음을 잃지 않았다.

"제가 산악인으로서 살아오면서 수많은 인연을 맺었고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제 갚아나가야 할 큰 빚이죠. 산들과 신이 저를 살려 보내 준 이유는 소중한 인연들에게 받은 도움을 되돌려주라는 뜻 같습니다."

"6년간 큰 성과…인맥의 힘"

그는 2008년 5월 엄홍길휴먼재단을 설립하고 산악인이 아닌 희망을 전하는 힐러 역할을 하고 있다.

"해외 지원사업으로서 히말라야 봉우리지역의 아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랫동안 히말라야의 오지를 많이 다니면서 너무나도 어려운 환경 속에서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자라나는 아이들을 봐왔죠. 가슴이 아팠습니다. 그들의 삶을 벗어날 수 있는 길을 마련해주기 위해 학교를 지어야겠다고 생각했죠."

또 강북구청 관내에 있는 16개 중학교 아이들을 선발해 등산교실도 운영하고 있다. 자신이 산에서 배우고 느낀 감동의 아름다움, 겸허한 철학을 알려주기 위해서다.

"마냥 편한 것만 좋아하고, 나태하고 안일한 것만 찾는 요즘 청소년들에게 도전정신과 기상, 시련을 이기는 정신을 알려주고 싶어요. 목표를 정하고 실패를 해도 또 일어서면서 얻는 기쁨과 행복을 등산을 통해 몸으로 깨닫게 할 수 있죠."

엄홍길휴먼재단은 사람들의 기부를 통해 운영된다. 평생 자연의 산에 도전하던 그에게 사람의 산은 낯설고 어렵게 느껴질 만도 하지만 그의 인격 때문일까. 6년 만에 이룬 성과는 대단했다.

"사람이 평소에 좋은 생각을 가지고 있으면 연이 이어지는 것 같아요. 재단을 설립을 하고 좋은 일을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공감을 얻고 동참이 이어지게 되었죠. 마음을 비우니 모든 것이 채워지더라고요. 내 욕심만 채우려면 배탈이 나는 법이니까요."


"산을 보면 아직도 가슴이 뛴다"

'산이 인생의 모든 것'이라고 말하는 그. 1960년 경남 고성에서 태어나 네 살 때 부모님을 따라 서울로 올라왔다. 도봉산 중턱에서 등산객을 상대로 음식을 팔던 부모님 덕분에 도봉산을 놀이터처럼 뛰어놀았다. 그에게 산은 삶의 좌표를 정해준 스승 같은 존재이고, 자신을 항상 받아준 어머니 같은 존재이기도 하다.

"꿈을 이루고 나니 뿌듯한 게 아니라 허탈하고 허무해지더군요. 내 청춘을 다 바쳤는데 그것도 옛날이야기가 되는구나 싶구요. 아직도 히말라야를 보면 가슴이 뜁니다. 언제라도 다시 올라가고 싶은 마음이죠."

그에게 행복은 정상에 섰을 때 찾아오지 않았다. 오만함이 아니라 겸손함이 가장 큰 무기이자 힘이라는 걸 알려주려고 그는 또 다른 도전을 하고 있다.

"정상은 진정한 성공이라고 볼 수 없죠. 내려가다 사고를 많이 당하거든요. 인생도 마찬가지입니다. 정점에서 유지를 하는 것이 늘 어려운 거에요. 첫 출발 했던 베이스캠프로 돌아와 차 한 잔 할 때의 만족감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그때 제일 행복한 것 같아요."

글 = 김현진 기자 sjhjso1234@hankyung.com / 사진 = 변성현 기자

■엄홍길 대장은
한국외국어대 중문과를 졸업. 아시아 최초로, 인류 역사상 8번째로 히말라야 8000m 급 14좌를 완등했고, 8000m 급의 위성봉 얄룽캉을 완등했다. 마침내 2007년 5월31일 8400m의 로체샤르의 맨 꼭대기에 서면서 세계 최초로 16좌 완등에 성공한 인물로 기록되고 있다.

엄 대장은 현재 엄홍길 휴먼재단 상임이사를 맡아 세계 저소득층 계층 아이들을 위한 교육과 의료지원사업을 펼치고 있다. 2000년 한국 유네스코 올해의 인물로 선정됐으며, 2001년 체육훈장 청룡상, 2001년 대한민국 산악대장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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