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국인의 추한 자화상 일깨운 중증장애 NYT 장학생

입력 2014-03-09 20:31  

중증장애를 가진 한인 여고생이 치열한 경쟁을 뚫고 미국 뉴욕타임스(NYT) 장학생이 됐다는 소식은 훈훈한 감동을 준다. 맨해튼 스타이브슨트 고교 3학년인 오은별 양이 제16회 NYT 장학생 10명 중 한 명으로 선정됐다. 이 장학제도는 역경을 이겨낸 우수 학생들을 선발, 7500달러(약 800만원)의 장학금과 노트북을 주고 6주간 인턴과정을 통해 다양한 멘토링 기회도 부여한다. 오양은 대학에서 정치학이나 법학을 전공해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맞서는 변호사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한다. 축하와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그는 신생아 때 인큐베이터 사고로 몸의 오른쪽이 마비된 뇌성마비 2급 장애인이다. 쓰는 것도 걷는 것도 모두 불편하다. 그런 불편은 교실에서 교사의 체벌과 친구들의 따돌림으로 돌아왔다. 그녀는 고작 9세 때 한국을 떠나 미국으로 갔다. 다시 부모 곁으로 돌아와 중3 때인 2010년에는 ‘시리우스의 별’이란 소설을 써 만해 청소년문학상 대상까지 탔고 외고에도 진학했다. 그러나 주위의 어색하고 불편한 시선은 달라지지 않았다. 절망한 그에게 다시 미국으로 유학하는 것 외에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었을 것이다.

무엇이 오양이 한국을 떠나게 했는지는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차이를 차별로 몰아가고, 다양성을 수용할 관용이 결핍된 우리 사회가 등을 떠밀었다. 안현수가 빅토르 안이 되고, 추성훈이 경계인으로서 괴로워했던 이유들이다. 입으로는 포용과 소통을 말하면서 편견과 아집에 빠져 있고, 강자를 비난하면서 스스로는 약자 위에 군림하는 추한 얼굴이다.

이번 사례는 한국 사회의 부끄러운 자화상을 압축적으로 드러내 보여주는 거울과도 같다. 만약 스티브 잡스가 한국에서 태어났다면 사생아, 낙제생이란 낙인이 찍혀 폐인이 됐을 것이란 우스갯소리가 터무니없지 않다. 출연자 자살을 부른 TV프로그램 ‘짝’을 한목소리로 비난하고 막장 드라마를 욕하면서도 TV에 열광하는 이중적인 한국인이다. 천민근성에 사로잡혀 외양의 화려함밖에는 볼 줄 모르는 진짜 장애 사회가 되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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