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포럼] 아마존 악몽, 이케아 공포

입력 2014-03-11 20:34   수정 2014-03-12 04:03

오형규 논설위원 ohk@hankyung.com


서점가와 가구업계가 공포에 휩싸였다. 글로벌 공룡들 때문이다. 세계 최대인 온라인몰 아마존과 가구업체 이케아가 그 주인공이다. 아마존의 작년 매출은 740억달러(약 79조원), 이케아는 279억유로(약 43조원)에 이른다.

이들이 오랜 간보기를 끝내고 한국시장에 진출한다. 아마존은 지난해 한국법인을 설립하고 올초 대표도 영입했다. 이케아는 오는 11월께 경기 광명에 1호점을 내고 경기 고양, 서울 고덕동에도 점포를 낸다고 하다.

아마존의 공략대상은 우선 전자책이 될 공산이 크다. 아마존은 아이패드 사양에 가격은 160달러(약 17만원)인 고성능 무기가 있다. 전자책 단말기 ‘킨들’이다. 방대한 콘텐츠와 간편한 결제방식은 덤이다. 일본 진출 1년 만에 전자책시장의 38%를 차지했다. 국내에도 킨들을 학수고대하는 사람이 많다.

공룡 진출, 서점·가구업계 멘붕

이케아는 저렴하고 품질 좋은 DIY 조립가구로 유명하다. 깔끔한 북유럽풍 디자인은 국내 가구업계의 교과서나 다름없다. 댄 애리얼리 듀크대 교수는 이케아 매장을 ‘어른들의 장난감 궁전’이라고 묘사했을 정도다.

국내 업계가 멘붕에 빠질 만하다. 교보문고조차 외형과 수익이 뒷걸음이고, 가구업계는 70%가 영세업체다. 공룡을 못 오게 막을 방법도 없다. 과연 그들의 한국 진출은 성공 보증수표일까? 그렇지 않다고 본다. 한국시장이 만만했다면 진작에 들어왔을 것이다.

아마존의 당일배송은 해외에선 획기적일지 몰라도 한국은 이미 반나절 배송이다. 언어 장벽도 무시 못한다. 킨들이 뛰어나도 교보문고의 ‘샘’, 예스24의 ‘크레마’도 진화 중이다. 가구도 마찬가지다. 주로 아파트에 사는 바쁜 한국인에게 조립가구는 낯설다. 이케아가 시장의 15% 이상을 점유한 나라도 없다. 8년 전 일본에 진출한 이케아 매장은 여태껏 7개다. 오히려 토종 가구업체 닛토리는 매출이 두 배로 늘고 매장이 237개에 이른다.

한번 따져보자. 한국에서 대박난 글로벌 기업이 있는가. 유니클로 정도가 떠오를 뿐이다. 유통공룡 월마트는 이마트에 백기를 들었고, 맥도날드는 롯데리아에 하프 스코어다. 폴로는 빈폴에 밀리고 소니TV는 보이지도 않는다. 한국시장이 글로벌 기업의 무덤이란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한국기업 더 강해질 계기될 것

진짜 문제는 다른 데 있다. 서점의 최대 위협은 아마존이 아니라 지독히 책을 안 읽는 국민이다. 가구업계의 공적(共敵)은 이케아가 아니라 가구가 불필요해진 라이프스타일에 있다. 1인 가구 증가와 집을 안 사는 풍조가 그것이다. 이미 제자리 뛰기도 힘겹다. 한탄만 해선 아무것도 달라질 게 없다.

역으로 긍정적 효과도 있다. 지지부진한 전자책시장은 아마존이 가세해 획기적으로 클 것이다. 아마존은 100대 베스트셀러의 90%를 전자책으로 만든다. 고사 직전의 출판계가 반기는 이유다. 이케아는 위축된 가구시장의 페이스메이커가 될 수도 있다. 물론 소비자에게는 복음같은 뉴스다.

영화인들은 한때 극장에 뱀까지 풀며 스크린쿼터 축소에 격렬히 투쟁했다. 하지만 이젠 1000만 한국영화가 수두룩하다. 메기를 풀어놓으니 미꾸라지가 더욱 쌩쌩해진 결과다. 쇄국주의자들 뜻대로 됐다면 여전히 3류 액션물, 에로물이나 봐야 했을 것이다.

파이는 아무리 쪼개도 절대 커지지 않는다. 키워야 먹을 게 생긴다. 해외 강자의 진입은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낼 것이다. 우리 기업들은 더 철저히 변신하리라 믿는다.

오형규 논설위원 o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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