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기업신문고-이런 규제 없애라] 관세청, 稅인하 혜택 준다더니…세관은 무더기 세금 추징

입력 2014-03-12 20:39   수정 2014-03-13 03:44

삼성전자·포스코 등 29개社, 수십억씩 세금 폭탄
육상 풍력발전소 사업도 환경부 등 반발로 부진



[ 이태명 / 강현우 / 조미현 기자 ]
중소기업 A사는 중국 현지에서 가방을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만들어 국내에 들여와 판매한다. 중국 선전의 제조업체가 만든 A사 가방은 홍콩항까지 트럭으로 운송된 뒤 화물선을 통해 부산항으로 들어온다. 이렇게 들여오는 가방에는 관세 10%가 붙는데 A사는 그동안 6~7%의 관세만 내고 들여왔다.


아시아·태평양무역협정(APTA) 회원국에 속하는 기업의 물품 운송에 대해선 관세를 낮춰주는 혜택 덕분이다. APTA는 한국과 중국, 인도, 스리랑카, 방글라데시, 라오스 등 6개국이 맺은 협정이다. 2007년 각국 간 무역을 촉진하기 위해 물품 관세를 30~40%씩 인하해주는 게 골자다. 관세 인하 혜택을 보기 위해선 제조지에서 제3국을 거치지 않고 국내까지 직접 운송했다는 것을 증명하는 ‘통과선하증권’이란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다만 중국에서 만들어 홍콩항을 거쳐 국내에 수입하는 것처럼 지리적으로 환적해야 할 사정이 있는 경우 중국세관의 물품반출신고서인 ‘청단’이란 서류를 내도 관세를 인하해준다. A사도 작년까지 ‘청단’을 제출해 관세 인하 혜택을 봤다.

그런데 작년 5월 갑자기 서울세관으로부터 관세 추징 통보가 날아왔다. 2011년 8월 시행규칙을 바꿔 통과선하증권 제출을 의무화했는데 지금까지 ‘청단’만 내서 관세 인하 혜택을 봤으니 2년여간 덜 낸 10억원 상당의 관세를 추징하겠다는 통보였다.

추징 대상은 A사뿐만이 아니었다. 삼성전자, 삼성전기, LG전자, 포스코, 현대제철 등 굴지의 대기업을 비롯해 리노스, 미미월드 등 중소·중견기업 29개가 대부분 수십억원씩을 추징당했다. 앞으로 수백개 중소·중견기업으로 추징 대상이 확대될 가능성도 크다. A사 사장은 “시행규칙이 바뀌었다지만 그동안 관세 인하 혜택을 보기 위해 ‘청단’만 제출해도 관세당국에서 아무런 문제 제기가 없었다”며 “이제 와서 갑자기 추징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비판했다.

사정이 이렇자 관세를 추징당한 기업들은 작년 일제히 조세심판원에 부당 추징 여부를 다투는 심판을 청구했다. 7년간 관세청의 지침을 따랐을 뿐인데 하위기관인 서울세관이 이를 뒤집어 추징하는 건 부당하다는 점에서다. 조세심판원의 최종 판단은 오는 23일 나온다. 관세 추징을 당한 기업 관계자는 “관세청과 서울세관이 같은 기관인데 한쪽(관세청)에선 경제 활성화를 위해 규제를 제로베이스에서 검토하겠다고 하고, 다른 쪽에선 하루아침에 지침을 되돌리는 코미디 같은 상황이 벌어졌다”고 꼬집었다.

이 같은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동일 규제·정책을 놓고 부처 간에도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게 재계 지적이다. 작년 11월 미래창조과학부가 내놓은 지식재산서비스산업 활성화 대책도 그렇다. 미래부는 이 대책에서 지식재산서비스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한국표준산업분류에 별도 분류 코드를 신설하는 안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별도 분류코드가 있어야 해당 산업 분야 실태를 파악할 수 있고, 이를 기반으로 지원정책의 방향을 결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그러나 미래부의 대책은 통계청의 반대에 밀려 추진되지 못하고 있다.

작년 5월 대통령 주재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논의됐던 ‘육상 풍력발전소 건설 사업계획’도 부처 간 이견으로 제대로 추진되지 않고 있다.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주도해 만든 이 사업 계획은 까다로운 풍력발전소 입지 허가를 완화해주는 것인데, 환경부 등은 산림 훼손을 이유로 소극적으로 대처해 왔다.

4대 그룹의 한 전략기획담당 사장은 “대통령이 아무리 규제는 원수라고 강조해도 정부부처가 발 빠르게 움직이지 않으면 해결되는 건 아무것도 없다”며 “공무원들에게 규제는 곧 밥그릇이란 인식이 규제 개혁의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태명/강현우/조미현 기자 chihir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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