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은행·기업, 美·유럽서 자산 대거 회수…'경제제재 대비 모드'

입력 2014-03-16 21:03  

이슈 포커스

러, 우크라이나 본토 군사 도발…금융시장도 전운

FT "러중앙銀, 보유 美국채 제3국 은행 이관"
서구은행·기업들은 러시아 탈출 잇따라
크림자치공화국, 러 귀속 여부 주민투표 실시



[ 김동윤 / 뉴욕=유창재 기자 ] 러시아 군대가 지난 15일 우크라이나 본토에 대한 첫 군사도발을 감행하면서 미국 등 서방국가들과 러시아 간의 긴장이 냉전 종식 이후 최고조에 달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크림자치정부는 16일부터 러시아로의 합병 여부를 결정짓는 주민 투표에 돌입했다.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금융시장에도 ‘전운’이 감돌고 있다. 러시아 중앙은행과 상업은행, 기업 등이 서방의 경제제재에 대비하는 모습이 속속 포착되고 있는 것이다. 일부 시장 참가자들은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서방·러시아 간 긴장 ‘최고 수위’

우크라이나 현지 통신인 우니안 등에 따르면 러시아 공수부대원 약 40명은 15일 오후 1시30분(한국시간 오후 8시30분)께 우크라이나 동부 헤르손주의 해안마을 스트렐코보예에 공중 침투했다. 이 작전에는 네 대의 헬기와 세 대의 장갑차가 동원됐다. 스트렐코보예엔 아조프해 지역에서 생산되는 천연가스를 육상으로 운송하는 가스 공급기지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우크라이나 군대가 즉각 반격해 러시아군이 이전 위치로 돌아갔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지 군사 전문가들 사이에선 러시아군이 여전히 이 지역에 머물고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크림자치공화국은 전기 가스 같은 인프라가 우크라이나에서 독립돼 있지 않다”며 “러시아의 이번 행동은 인프라 확보를 위한 추가 도발을 앞두고 서방 국가들의 반응을 떠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미국은 러시아를 강력 비판했다. 서맨사 파워 유엔주재 미국대사는 “러시아가 크림에서 한 일에 더해 우크라이나 본토까지 진출했다면 이는 아주 충격적인 긴장 고조 행위”라는 성명을 내놨다.

○러시아가 美 국채 빼돌렸나

러시아 중앙은행과 은행 기업들은 자산을 서방국가들의 영향력이 미치지 않는 곳으로 옮기고 있다. 자산동결을 포함한 서방국가들의 경제제재에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첫 신호는 미국 중앙은행(Fed)에서 감지됐다. Fed가 최근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외국 중앙은행들이 Fed에 맡겨놓은 미국 국채 수탁액 규모가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5일까지 1주일 새 1050억달러나 줄었다. 노무라증권에 따르면 1050억달러 감소는 평균적인 주간 변동량의 약 10배에 해당하는 규모다. 시장에서는 러시아 중앙은행이 Fed에 맡겨놨던 미국 국채를 미국 정부의 영향력이 닿지 않는 러시아나 제3국 수탁은행으로 옮긴 것으로 보고 있다.

상업은행과 기업들도 미국과 유럽에 산재해 있는 현금자산을 대거 회수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러시아 양대은행인 스베르방크와 VTB, 에너지 기업인 루크오일 등이 미국과 유럽 은행들에 맡겨놓은 현금 수십억달러를 최근 인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베르방크와 VTB는 러시아 정부가 지분 일부를 소유하고 있다. 서구 은행과 기업들의 러시아 ‘엑소더스’도 줄을 잇고 있다. 특히 미국 은행들은 러시아 채권을 빠르게 팔아치우고 있다. 러시아 익스포저(자산 보유)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다. 모스크바의 한 은행가는 “90%의 투자자가 이미 러시아에 대한 경제제재가 시작된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 기업에 대한 해외 은행들의 대출도 줄기 시작했다. FT에 따르면 은행들은 서방의 경제제재가 얼마나 가혹한지 일단 지켜보기 위해 6건의 러시아 대기업 대출 프로젝트를 중단했다.

○세계 금융시장 요동칠 듯

위기감이 증폭되면서 러시아 금융시장은 이미 대혼란에 빠졌다. 러시아 정부의 10년만기 국채 금리는 14일 연 9.7%까지 치솟았다. 올 1월까지만 해도 연 8%를 밑돌았다. 루블화 가치는 14일 달러당 36.7루블로 사상 최저치까지 떨어졌다. 러시아 증시는 올 들어 현재까지 약 20% 하락했다. 이에 따라 알리셰르 우스마노프를 비롯한 러시아 10대 부호의 재산도 지난주에만 66억달러나 줄었다고 FT는 전했다. 신흥시장 조사 회사인 트레스티드소스의 크리스토퍼 그랜빌 사장은 “경제에 타격을 주기 위해 실제 경제제재에 나설 필요는 없다”며 “제재에 대한 우려만 가지고도 충분히 경제를 망가뜨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자산동결이 시작되면 시장 혼란은 걷잡을 수 없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알렉세이 쿠드린 전 러시아 재무장관은 “경제제재가 현실화되면 러시아에서 분기당 500억달러의 돈이 빠져나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런 가운데 크림자치공화국은 16일 러시아 귀속 찬반을 묻는 주민투표에 들어갔다.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크림반도와 우크라이나 과도정부 간 관계는 회복되기 어려워 금융시장에 일대 후폭풍이 몰아칠 것이란 전망이다.

뉴욕=유창재 특파원/김동윤 기자 yooc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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