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막기에 급급…원격진료 차질·건보료 인상 등 후유증 클 듯

입력 2014-03-17 21:00  

정부, 의료계에 사실상 '백기투항'
의료수가 결정에 의사들 목소리 더 커져
전공의 근무 단축…영리 자회사도 제동



[ 이준혁 기자 ]
정부가 오는 24일 예정된 의사들의 집단휴진(파업)을 앞두고 의사협회의 요구사항을 거의 다 수용했다. 건강보험 제도 개편, 원격의료 시범사업 먼저 시행, 전공의(인턴·레지던트) 근무환경 개선 등 의료계가 주장한 핵심 안건들이 이번 합의안에 모두 포함됐다. 정부가 의사협회에 사실상 백기투항한 셈이다. 24일 의료계 파업은 철회될 가능성이 높아졌지만 정부의 의료선진화 정책 퇴행, 건강보험료 인상 등 후유증이 예상된다.

◆의료계 요구대로 합의

정부와 의협은 원격의료를 ‘오는 4월부터 6개월간 시범사업’으로 먼저 시행한 뒤 입법을 추진하기로 했다. 시범사업의 기획·구성·시행·평가는 정부와 의협이 공동으로 진행한다. 먼저 법을 시행한 뒤 필요한 것이 있으면 보완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은 무너졌다. 의협이 요구한 대로 ‘선시범사업, 후입법’으로 후퇴했다.

의료법인의 ‘영리 자회사’ 설립에도 제동이 걸렸다. 진료수익의 편법유출 가능성을 이유로 의협·병원협회·치과협회·한의협·약사회 등 범의료계가 논의기구를 구성하기로 했다.

주당 108시간가량 일하는 전공의(레지던트)들의 처우 개선에 대해서도 합의가 이뤄졌다. 의협과 정부는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방안을 5월까지 마련키로 했다. 전공의 유급 조항을 폐지하고 의사 인력 공백에 대한 보상 방안도 올해 말까지 수립하기로 했다.

◆건강보험료 인상 우려

관심을 모았던 의료수가 인상 문제는 협상 의제에 포함되지 않았다. 의협은 “보험수가 인상은 투쟁목표가 아니었기 때문에 처음부터 의제에 포함되지 않았고 이면 합의도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의협은 의료수가를 결정하는 정책기구인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 개편을 이끌어냈다. 현재 건정심은 일반인과 시민사회단체 등 가입자대표(8명)와 의협 등 공급자대표(8명), 정부·학계 인사가 참여하는 공익대표(8명) 등 24명으로 구성돼 있다.

합의안에는 공익대표를 바꾸는 내용이 포함됐다. 가입자(시민단체 등)와 공급자(의협 등)가 동수로 추천해 공익대표를 재구성하자는 것이다. 의협 등은 공익대표에 정부 편을 드는 사람이 많아 객관적이지 못하다고 주장해왔다.

이번 합의로 의협은 의료계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 공익대표 지명권을 확보하게 됐다. 향후 건강보험수가나 건강보험정책 결정 과정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 것이다. 건정심에서 의료수가 등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별도의 ‘조정소위원회’를 두기로 했다.

의협 핵심 관계자는 “의료수가를 한 차례 올리는 것보다는 근본적인 의료수가 결정에서 권한을 늘리는 것이 훨씬 유익하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남은경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회정책팀장은 “건정심은 의료수가뿐만 아니라 각종 보건복지 정책도 결정하는 곳”이라며 “이해당사자의 영향력이 지나치게 커지는 것은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가 집단휴진을 막기 위해 너무 많은 것을 양보하면 국민 불만이 높아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집단휴진은 철회 가능성 커져

의협은 이번 협의 결과를 20일까지 전체 회원 투표에 부쳐 파업 철회 여부를 결정한다. 합의안이 부결되면 전면 무효화된다. 대형병원의 한 관계자는 “의료계도 장기간 파업을 강행하는 것에 대해 부담스러워하고 있고 건강보험제도 개편 등이 주된 요구사항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집단휴진을 강행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준혁/고은이 기자 rainbo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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