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제적 자살 시스템, 규제는 해체될 것인가

입력 2014-03-19 20:53   수정 2014-03-20 04:22

오늘 청와대가 규제개혁 장관회의를 갖는다. 끝장토론이라고 한다. 대통령은 오후 일정을 모두 비웠다고 한다. 참석자들도 각오를 다질 것이다. 그러나 오늘 회의가 규제공화국에 번지고 있는 암덩어리를 해체하고 암세포들을 걷어내는 기념비적인 ‘바로 그 회의’가 될 수 있을 것인지는 의심스럽다. 회의에서는 엉터리 규제 사례들이 발표될 것이다. 180m 공장 내 도로를 닦는 데 8년이 걸린 이야기를 비롯해 공사장 안전헬멧조차 현대화하지 못하는 등의 이야기들은 참석자들의 가슴을 짓누를 것이다. 대통령은 이미, 진돗개를 말했고, 쳐부술 원수를 언급했고, 규제를 암덩어리라고 선포한 사안이다.

한국인에 규제 친화적 성향있다

그러나 말이다. 청와대 회의 분위기는 청와대 회의실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공간으로까지만 그 울림의 파장이 한정될 가능성이 크다. 돌아보면 외환위기를 당했던 98년 한햇동안의 극히 짧은 시기를 제외하면 규제는 결코 극복된 적도, 개혁된 적도, 혁파된 적도 없다. 규제개혁위원회가 만들어진 1998년 4월 이후 일시 주춤하던 규제는 시간이 지날수록 늘어만 가고 있는 것이 증좌다. 최근 4년 동안은 해마다 1만5000건씩 규제가 늘어나 가히 규제의 암세포가 전신으로 퍼지는 형국이다. 그러나 이 숫자조차 실은 가공이요 분식이다. 공무원들은 규제 성과를 계산하면서 두 개를 하나로 묶거나, 법을 명령으로, 명령을 규칙으로, 규칙을 지도로 치환하면서 숫자를 속여왔다.

대한민국이 규제공화국으로 전락한 원인은 무엇인가. 원인을 알지 못하면 변죽만 울릴 뿐이다. 장관들이 뜨악한 표정을 짓는 이 기묘한 분위기는 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 사실 정치 대중은 규제를 지지하고, 대부분 언론들도 사건만 터지면 규제를 외쳐댄다. 우연적 사건은 언론과 정치의 무자비한 질타 과정을 거쳐 필연적 규제로 이어진다.

법을 지키는 것이 투쟁이 되는 나라

역사적이며 전통적인 규제친화적 성향은 명분이 드높은 규제로 가면 그 한계조차 없애버리고 만다. 세상에서 법을 지킨다는 것이 투쟁의 수단이 되는 준법투쟁의 나라는 대한민국밖에 없다. 최근의 의료법만 하더라도 법을 지키는 의사는 병원문을 닫아야 할 지경이다. 법이 명분론에 매달리는 그 순간 규제의 암덩어리는 자가증식의 메커니즘을 타고 온몸으로 번져나간다. 그러나 바로 그것 때문에 준법투쟁이라는 말이 나온다. 입법과 처벌의 격차는 행정관료들의 먹거리요 밥그릇이 된다.

암덩어리 쏟아낸 경제민주화

규제를 만들어 내는 성향은 사회주의적 정책에 이르면 더욱 극적으로 증폭된다. 사회주의는 기본적으로 시장의 자유를 제한하려는 유혹을 받는다. 사법(私法)의 영역을 공법(公法)으로 치환하거나 사적 계약을 정부 정책으로 전화하려는 거의 모든 시도는 덩어리 규제를 만들어 낸다. 지난 1년 동안 만들어진 경제민주화 법은 새누리당 나성린 의원에 따르면 모두 24개다. 이 24건의 법률은 내년부터 체계적으로 시장을 파괴할 전망이다. 그렇다. 경제민주화야말로 규제의 암덩어리다. 사적 계약의 영역에 있는 것을 끌어내 온갖 종류의 계약규제 행위규제로 시장을 폐소 공포상태로 몰아넣고 만다. 경제의 바다를 수족관으로 만드는 어리석음이다. 이런 풍토에서는 그 어떤 기업가도 신산업도 성장할 수 없다. 기업경영의 본질은 원가관리이지만 원가후려치기라는 단어가 등장하면서 자유로운 경영활동은 봉쇄되고 말았다. 일부에서는 공무원에게 규제완화는 면책해주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이것도 쉽지는 않다. 공무원은 법에 의해 일하는 사람이다. 재량은 완장이 되고 완장은 월권이 된다. 법치는 무너지고 부패는 확산된다.

규제에 찌들고 보조금에 중독되었다

경제는 규제에 질식하고 정부 보조금에 찌들어 있다. 중소기업 육성을 위한 수백 가지가 넘는 지원책들은 정부 보조금을 타먹게 해주는 브로커들만 배불릴 뿐이다. 지원과 육성의 대부분은 규제를 폭발시킨다. 동반성장이라는 아름다운 이름의 그 시장파괴적 정부개입을 보라. 시장은 외국기업에 넘어갔을 뿐이며, 골목길 새마을식당이 대로로 진출하는 것을 틀어막았을 뿐이며, 소비자들의 주말 쇼핑을 방해하고 있을 뿐이다. 자발적인 내수혁명이었던 시장의 발전을 틀어막은 이 규제법의 이름은 유통산업발전법이다.

공정거래법 하도급법은 기업경영의 자유를 박탈하고 계약의 자유를 짓누르면서 중소기업의 경쟁과 혁신체제를 방해한다. 증권시장을 오늘의 빈사상태로 만들어 놓은 그 수백 가지 상장기업 규제를 생각해 보라. 기업공개 출산율은 제로다. 증권시장에 독약을 풀어놓은 것과 다를 바 없는 이 기형적인 규제는 전혀 개혁되지 않고 있다.

장관들이 못마땅한 표정 짓는 이유 있다

이름난 명의도 환자를 더 받으면 안되고 병원에 환자가 몰려도 병실을 더 짓지 못하도록 한 것은 불과 1주일 전 박근혜 정부의 보건복지부였다. 스마트폰에 장착된 건강진단 앱은 장난감으로는 가능하지만 의료용으로는 안 된다는 판정 역시 박근혜 정부가 바로 어제 내린 판단이다. 노동부는 통상임금과 근로시간에 대한 유권적 해석이 모조리 법원에서 부인된 다음에조차 지금도 유권해석을 내고 행정지도서를 발송하고 있다. 아마 이런 규제를 없애면 노동부를 폐지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 예산을 미끼로 전국의 대학총장이 교과부 과장의 자리에 무릎을 조아리도록 만든 이 기이한 보조금 제도를 폐지하면 교육부는 필시 문을 닫아야 할 것이다. 그러니 장관과 공무원들은 실눈을 뜨고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며 대통령을 째려보게 된다.

자애로운 어버이 국가관부터 버려야

중소기업을 보호하고 농민을 육성하며 골목을 보호한다는 등의 온갖 종류의 어버이 국가관이 존재하는 한 규제공화국은 경제적 자유를 부인하면서 결국은 자기 자신을 파괴하게 되는 자살충동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문제는 어버이 국가주의의 핵심에 바로 국회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규제하고 명령하며 벌주고 처벌하는 온갖 규제는 국회에서 만들어진다. 기업의 이윤추구 행위를 처벌하고 싶은 도덕지상주의에 사로잡힌 정치인들이 존재하는 동안은 박근혜 정부의 규제혁파는 겉돌게 된다.박근혜 대통령은 진정 맞서 싸울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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