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금 기부…코이카 임원의 '아름다운 퇴임'

입력 2014-03-21 21:48   수정 2014-03-22 04:44

장현식 선임이사 "시리아·아이티 어린이들에 공책 한 권 마련해주고 싶었다"

23년 근무…사재 포함해 1억 마련
유학 시절 미국 원조 활동 부러워
이제야 외국에 진 빚 갚는 기분



[ 홍선표 기자 ] “2010년 1월 아이티 대지진 현장에서 함께했던 한국국제협력단(KOICA·코이카) 단원들과 119구급대원 의료진의 모습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반 세기 전 우리나라가 외국 젊은이들에게 진 빚을 조금씩 갚는 것 같았거든요.”

이달 말이면 23년간 근무한 직장을 떠나는 장현식 코이카 선임이사(58)는 21일 “6·25전쟁으로 폐허가 된 땅에서 구슬땀을 흘렸던 외국 젊은이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한국이 있을 수 있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장 이사는 코이카를 떠나며 받는 퇴직금에다 자신의 사재를 보태 마련한 1억원을 사내에 기부하기로 해 화제를 모았다.

그가 내놓기로 한 1억원은 다음달 중순 출범할 코이카 복지재단(가칭)의 종잣돈이 된다. 지구촌 빈곤아동들에 대한 지원과 코이카 직원 복지를 위해 쓰일 예정이다. 장 이사는 “내전과 재난에 시달리는 시리아, 아이티 어린이들을 보면서 가슴이 아팠다”며 “적은 돈일지라도 그 아이들에게 축구공 하나, 공책 한 권이라도 마련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유학 시절 지켜봤던 미국의 활발한 해외구호활동이 부러웠다는 그는 미 펜실베이니아주립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뒤 곧바로 코이카에 연구원으로 입사했다. 당시만 해도 공적개발원조(ODA)에 대한 밑그림 자체가 없었던 시절이라 해외 원조기관들을 숱하게 방문하며 처음부터 하나씩 배워야 했다. 장 이사는 “1997년부터 2년 동안 파리에 있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개발원조위원회 사무국에서 일하면서 선진국의 원조정책을 배울 수 있었다”며 “2010년 한국이 개발원조위원회에 정식으로 가입하며 한국 ODA 모델을 전 세계에 알리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장 이사는 직접 개발도상국의 원조 현장을 누비며 살아 있는 지식을 배우고 싶다는 마음에 입사 3년 만에 연구직에서 실무직으로 바꿨다.

그는 “지금 44개국에서 100명의 코이카 직원과 2000명의 봉사단원들이 곳곳을 누비고 있다”며 “처음 코이카에 발을 디뎠을 때와 비교하면 격세지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장 이사는 “해외 활동을 흔쾌히 동의해준 아내에게 가장 고맙고 미안하다”며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주는 나라로 탈바꿈한 우리나라의 경험을 후배들에게 계속 전달하고 싶다”고 말했다.

홍선표 기자 ricke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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