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청국장

입력 2014-03-27 20:32   수정 2014-03-28 05:21

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


“거적문이 문이냐, 멸치가 고기냐, 청국장이 장이냐”는 말이 있다. 뭔가 하찮은 것을 무시할 때 인용하던 말이라고 한다. 그만큼 청국장은 오랫동안 별 볼 일 없는 음식 취급을 받아왔던 모양이다. 그도 그럴 것이 제대로 익는 데 몇 달을 기다려야 되는 된장과 달리 2~3일이면 뚝딱 만들 수 있다. 물에 불린 콩을 푹 삶은 뒤 소쿠리에 볏짚을 깔고 천 등으로 덮어 더운 방에서 며칠 발효시키면 간단하게 청국장이 완성된다.

막음식으로 여겨진 것은 유래와도 관련 있어 보인다. 언제부터 먹기 시작했는지에 대해서는 삼국시대부터, 병자호란 때부터 등 여러 주장이 있다. 비교적 의견이 일치되는 부분은 전쟁시 비상 식량으로 먹기 시작했을 것이라는 점이다. ‘전쟁터에서 먹는 장’이라는 뜻의 전국장(戰國醬), ‘청나라 군인들이 먹는 장’이라는 청국장(淸國醬) 등의 이름이 산림경제와 같은 옛 문헌에 등장한다는 게 그 이유다. 군인들이 삶은 콩을 말 안장 밑에 넣어 다녔는데 말의 체온에 의해 우연히 발효된 것이 원조가 됐다는 것이다.

비록 야전식량으로 출발했지만 효능을 알면 결코 막음식으로 부를 수 없는 게 청국장이다. 항암, 동맥경화 및 고혈압 예방, 혈전 방지, 간 기능개선, 골다공증 예방, 빈혈 예방 등 다 나열하기 힘들 정도다. 하지만 과학적으로 입증된 것은 그리 많지 않고 성분 분석을 통해 추정한 효능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한국식품연구원이 청국장이 면역력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는 실험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청국장에 포함된 다당을 2주 동안 쥐에 먹였더니 암세포를 죽이는 면역 세포가 2배나 늘어났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특히 면역 효과가 시중에서 판매되는 항암제의 절반에 이를 정도로 탁월하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청국장의 효능을 과학적으로 본격 규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건강식품으로 해외에 알리는 데도 일조할 것으로 기대된다. 문제는 냄새다. 같은 콩발효 식품이고 성분도 청국장과 비슷하지만 냄새가 거의 없는 일본의 낫또를 참고할 필요도 있다. 일본은 낫또 발효에 쓰이는 균의 종류를 정부가 엄격하게 통제하고 생산과정도 철저하게 관리해 냄새를 없앴다고 한다.

요리법도 개선의 여지가 크다. 찌개로 팔팔 끓이면 몸에 좋은 바실러스 균은 대부분 죽어버린다. 프로골퍼 최경주는 마스터스대회에서 우승해(챔피언이 만찬을 베푸는 관례에 따라) 외국 선수들에게 청국장을 맛보게 하고 싶다고 했다. 냄새는 어떡하고? 다양한 조리법이 개발됐으면 한다.

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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