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서머타임의 경제학…에너지 줄이고 생산성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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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3-28 18:00  

[Focus] 서머타임의 경제학…에너지 줄이고 생산성 높아진다?


1907년 영국 건축가 윌리엄 월릿은 ‘일광의 낭비’란 책에서 서머타임(일광절약시간제) 도입을 적극 주장했다. 서머타임을 실시하면 일찍 일하고 일찍 잠들게 돼 등화가 절약되는 경제적 이유 때문이다. 또 아침의 신선한 공기와 함께 장시간 일광을 쪼이면 건강이 증진된다는 이유도 내세웠다. 그는 의회에 법안까지 제출했지만 서머타임은 결국 부결됐다. 이후 1915년 독일에서 서머타임이 처음 시행된 이래 100여년이 지났다. 하지만 아직도 서머타임의 경제효과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에너지 절약과 생산 유발 등 경제효과뿐만 아니라 교통사고율을 낮추는 등 부수 효과까지 주장하는 반면 일부에서는 서머타임 경제효과 자체를 부인한다.

“여름엔 더 일찍 일하자”

서머타임은 연중 낮의 길이가 긴 4~10월에 시곗바늘을 한 시간 앞당겨 일광시간 동안 활동을 늘리는 제도다. 에너지 절약과 저녁 여가시간의 활용 증대가 이 제도의 본질적 목적이다. 시간이 60분 빨라진 만큼 일몰 시각이 한 시간 늦어지는 효과가 있으므로 일과 중에 조명 수요가 감소한다. 더운 여름철에 상대적으로 서늘한 아침 시간의 활용도가 높아지면서 냉방용 전력 수요도 줄어들게 된다.

서머타임을 처음 착안한 인물은 ‘시간은 돈이다’는 명언을 남긴 벤저민 프랭클린이다. 미국의 정치가이자 과학자, 발명가인 그는 “여름에 더 일찍 일하면 밤에 양초 소모량을 줄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혼란만 야기한다는 이유로 실질적으로 시행되지 못했다. 1915년이 돼서야 독일이 서머타임을 처음 도입했다. 1차 세계대전 중 연료를 절약하고 공습에 대비한다는 목적에서다.

이후 영국 러시아 등이 잇따라 시행했고 미국도 1차 세계대전에 참전하던 1918년에 서머타임을 채택했다. 두 차례 세계대전 중 도입과 폐지를 반복하던 서머타임은 현재 미국 캐나다 유럽 등 전 세계 77개국에서 시행되고 있다.


1조3천억원 생산유발 효과

유럽연합(EU)은 1976년 서머타임 도입 후 매년 200억달러에 달하는 에너지 절감 및 부수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추산한다. 미국 교통국은 연간 가정용 전기 사용량의 1%가 절약되고 서머타임 기간 동안 교통사고율이 감소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1976~2003년까지 미국 전 지역 교통사고 분석결과 서머타임 시행기간 동안 보행자와 관련된 자동차 사고의 8~11%가 감소했다. 실제 교통사고는 퇴근 시간대인 오후 4~10시에 가장 많이 발생하는데 서머타임이 교통량을 분산시키고 야간운전 수요를 줄여 사고율을 낮춘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한국 일본 아이슬란드 등 3개국만 서머타임을 실시하지 않는다. 아이슬란드는 백야현상이 있어 서머타임제도가 필요 없는 나라다. 일본은 두 차례 석유파동 후 정부 및 산업계를 중심으로 서머타임제 도입을 위해 지속적인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한국도 매년 여름철 전력대란이 우려되면서 서머타임이 심심치 않게 거론된다.

한국에 서머타임이 도입되면 얼마만큼 경제효과가 발생할까. 서울대 경제연구소는 일광시간을 한 시간 연장할 경우 레저·여행·소매업 등과 같은 서비스업의 소비 증가 등 경제 전체적으로 1조2900억원의 생산유발 효과를 추정했다. 또 라이프 스타일이 ‘일 중심’에서 ‘생활 중심’으로 전환되고 야외 스포츠, 영화 관람, 가족과 시간 보내기 등 삶의 질 향상에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았다. 전경련은 월 전력 사용량의 0.42~0.98%가 절약돼 연 500억~1180억원 정도 에너지 비용 절감을 예측한다. 정부 관계자도 “고유가 및 온실가스 감축의무 부담 등을 감안할 때 서머타임 시행은 에너지 절약의 유효한 수단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에너지 절감효과 불투명

하지만 서머타임 경제효과를 부인하고 실질적으로 에너지 절약 효과가 있는지 의문을 갖는 의견도 팽팽하다. 2007년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서머타임과 전기사용량 사이에 특정한 상관관계가 없다고 발표했다.

국내에서도 ‘서머타임 경제효과 자체가 크지 않을 뿐 아니라 이를 입증하기도 힘들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한국개발·에너지경제·교통·한국문화관광 연구원등 4개 기관이 공동으로 작성한 ‘서머타임 도입 효과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에너지 절감 규모는 전체 사용량의 0.3%(800억원)로 실증 분석상 근거도 취약다고 지적했다. 한국에서 서머타임이 도입됐던 시기(1987~1988년)에 기계·전력 소비가 특별히 축소됐다는 증거도 찾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생활리듬을 혼란케 해 개인 건강 및 생산성을 저하시키고 근무시간 연장 가능성 및 항공산업 스케줄 조정비용 등 사회적 비용이 발생한다는 반대론이 만만치 않다. 한국의 경우 출근시간은 대체로 정확히 지켜지지만 퇴근 시간은 일정치 않아 근로시간만 늘어난다는 우려가 있다. 일몰이 남아 있을 때 퇴근하는 데 대한 부담을 근로자들이 갖게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올림픽 앞두고 1987년 도입…“생체리듬 깨진다” 불만에 1989년 결국 폐지


한국은 1988년 서울올림픽을 개최하면서 1987~1988년에 서머타임을 실시했다. 1987년에 ‘표준시에 관한 법률’로 서머타임 실시 근거를 마련했다. 단 ‘한시간’을 앞당겼을 뿐이지만 그 변화는 작지 않았다. 이 제도가 실시되자 당시 오후 7시가 넘어도 날이 훤했고 주류 소비 증가율이 전년 대비 3.1%에서 2.3%로 감소했다. 대신 헬스클럽 볼링장 실내수영장 극장 등 취미·레저산업 매출은 서머타임 기간 동안 10~20% 증가했다.

그러나 변화된 시간패턴에 대한 신체 생활리듬의 적응이 어렵다는 시민들의 불만과 근무시간 연장 등의 문제점이 제기됐다. 특히 외국인 TV 방영시간에 맞추기 위한 ‘올림픽용’이라는 국민적 거부감으로 1989년에 폐지됐다.

2000년대 들어 세계적으로 고유가 상황이 지속되고 에너지 절약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서머타임은 지속적으로 논의됐다. 한국의 산업구조가 에너지 다소비형이고 주요 에너지 자원을 해외에 의존하고 있어 에너지 위기 시에 대처가 어렵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에 전경련 자원대책위원회가 에너지 소비문화 개선을 위해 서머타임 도입을 제기했다. 2006년에는 한·일 양국 관광업계 대표들이 양국의 서머타임제 동시 도입을 촉구한 바 있다. 최근 여름철마다 예비전력량 부족으로 전력대란이 우려되면서 서머타임 도입이 다시 거론되고 있다.

중국은 1986년에 서머타임제를 도입했다. 하지만 경도의 범위가 60도나 되는 넓은 국토를 가지고 있고 동·서부의 태양시 차이가 세 시간이 나는 등 표준시 제도의 본질적인 문제로 중단됐다.

손정희 한국경제신문 연구원 jhs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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