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 게임3] 웃지 말고 박 터지게 많이 싸우자

입력 2014-04-01 07:02   수정 2014-04-01 07:08

<p>[한경닷컴 게임톡 창간 2주년 새 연재] '인디 정신이 미래다' 3. 박선용</p> <p>드디어 한경닷컴 게임톡 '인디 열정사랑방'이 열렸다. 창간 2주년을 맞아 예고한대로 당대 내로라하는 개발 독립을 꿈꾸는 재야 개발자 고수가 칼럼진과 기획진을 구성했다.</p> <p>필진은 김성완 부산게임아카데미 교수를 비롯한 박선용 인디게임 스튜디오 터틀 크림 대표, 장석규 도톰치게임즈 대표, 전재우 인디게임개발자그룹 GameAde 운영자, 국내 최초로 인디개발자 총회와 지스타 인디게임전시회를 개회한 이득우씨, '별바람'으로 유명한 김광삼 청강대 게임학과 교수다. 그 세 번째는 박선용씨가 개발팀 모두의 게임 만들기를 집필해주었다.
[편집자 주]</p> <p>게임 개발자로서 '인디'의 의미는 무엇일까. 아마도 많은 인디 개발자들은 '자유'라는 단어를 가장 먼저 떠올릴 것이다. 장소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시간에 게임을 만들 수 있는 자유. 그 중에서도 가장 큰 자유는 바로, 어느 누구의 간섭도 없이 '내가 만들고 싶은 게임'을 만드는 자유일 것이다. 나 역시도 이 '자유'의 매력에 빠져 수년 째 인디 게임 스튜디오에서 내가 만들고 싶은 게임을 만들고 있다.</p> <p>국내외를 막론하고 인디라는 바닥에는 '존잘님'(너무 잘난 사람)들이 수두룩하다. '마인크래프트'를 혼자 만든 마커스 페르손, 밀리언셀러 '브레이드(Braid)'를 만든 조나단 블로우 같은 외국 개발자들이 있는가 하면, 이 칼럼을 함께 집필하고 있는 별바람님과 도톰치님, 재작년 말 1인 개발한 '언데드 슬레이어'를 출시한 김동규님 등 수많은 국내 개발자들도 혼자서(!) 멋진 게임들을 만들고 있다.</p> <p>그렇지만 안타깝게도 나는 코딩을 할 줄 모르는, 그림을 잘 못 그리는 게임 디자이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까지 항상 팀 작업으로 게임을 만들어 왔는데, 한창 게임을 개발하는 와중에 이 '자유'라는 단어를 떠올릴 때마다 내 자신에 이런 질문을 하곤 한다.</p> <p>'그래. 지금 만들고 있는 이 게임, 내 게임인 건 확실해. 그렇다면 과연, 이 게임이 내 옆에서 코딩하고 있는 저 녀석의 게임이기도 한가?'. 그런데 얼마 전, 함께 일하는 동료가 나에게 충격적인 고백을 했다. '나 요즘, 그냥 형이 시키는 대로, 형 게임 만들어주고 있는 것 같애.'</p> <p>
▲ '1인 개발로 시작된 '마인크래프트'. 나 혼자 팀이 되면 내 게임이 팀 모두의 게임이 된다! https://mojang.com
</p> <p>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우린 기껏해야 2인 팀인데, 지금껏 내가 그의 의견을 묻지 않고 내 의견대로만 만들었나? 그렇지는 않았던 것 같다. 우리는 항상 대화를 통해 게임 속의 모든 것들을 결정해왔다. 그렇다면 내가 자연스럽게 그의 의견을 묵살해왔나? 도대체 무엇이 '우리의 게임'을 '나 혼자만의 게임'으로 만들어버린 걸까.</p> <p>오랜 시간의 대화 끝에, 우리의 문제는 '웃으며 개발해왔던 것'에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떤 사안을 결정해야 할 때, 우린 항상 대화를 했다. 우린 서로의 분신이 아니기 때문에, 많은 경우 의견이 갈릴 수밖에 없었다. 돌이켜보면 거의 언제나 그가 자신의 의견을 포기하고 내 의견을 따랐던 것 같다. 얼굴을 붉히기 싫었으니까. 그냥 좋게좋게 게임을 만들고 싶었으니까. 그러는 사이 상처는 계속해서 곪아갔고, 결국 터져버린 것이다.</p> <p>게임을 혼자 만들지 않는 이상, 의견 대립은 수시로 일어날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우린 인디 팀이니까, 모두의 의견이 게임에 반영되어야 한다. 그럼 한 번은 내 의견, 한 번은 동료의 의견에 따라 게임을 만들면 '우리의 게임'이 될 수 있을까? 내 생각은 그렇지 않다.</p> <p>결국 팀의 목표는 멋진 게임을 만드는 것에 있다. 그러기 위해선 싸움을 피하지 말아야한다. 의견이 다르다면, 당연히 '더 좋은 의견'을 선택해야 한다. 그리고 그 '더 좋은 의견'은, 어느 한쪽의 희생 없이 팀원 모두가 납득하는 의견이어야 한다. 그랬을 때 비로소 우리의 게임이 팀원 각자의 작품이 될 수 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건 '내 게임'이 아니라, 우리의 게임' 이니까.</p> <p>'
▲ '슈퍼 미트 보이(Super Meat Boy)'를 만든 팀 미트(Team Meat). 사진 속에선 웃고 있지만, 사실 이들도 엄청 많이 싸웠을거다. http://supermeatboy.com/about/
</p> <p>이런 방식의 의사 결정은 규모가 큰 프로젝트에서는 매우 비효율적일 수도 있다. 수십, 수 백명이 참여하고 있는 게임 개발 프로젝트에서 팀원 모두가 의견을 제시하고, 싸워서, 가장 좋은 의견을 선택하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다.</p> <p>그렇지만 우린 작은 인디 팀 아닌가. 시간도 많다! 물론 우리 같은 인디들에겐 우리가 쓰는 시간이 곧 돈이겠지만. 나는 확신한다. '애들은 싸우면서 큰다'는 말처럼, 우리가 더 많이 싸울수록 우리가 만드는 게임도 더 멋져질 것이다. 남들에게는 어떨지 몰라도, 최소한 우리 모두의 맘에 드는 게임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p> <p>지금 이 시간에도 마냥 웃으며 게임을 만들고 있는 인디 개발자들에게 말한다. 서로 많이 싸우자. 싸워서 이기려고 노력하자. 내가 이기든 지든, 우리 배는 우리가 원하는 곳으로 간다. 그곳이 작은 호수일지 태평양일지는 게임을 출시해봐야 알겠지만.</p> <p>한경닷컴 게임톡 박선용 기자 sun@turtle-cream.com</p> <p>
■ 박선용은?
인디 게임 스튜디오 터틀 크림 대장으로 5년차 인디 개발자다. 팀에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역할을 하면서 인디 게임 '슈거 큐브: 비터스위트 팩토리(Sugar Cube: Bittersweet Factory)'와 '6180 더 문(6180 the moon)'의 개발을 총괄했다.</p> <p>'작지만 유니크하라(Small but Unique'라는 모토 하에 '지금껏 보지 못한 게임 플레이'를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한편으로는 '새로운 것'에 목매느라 정작 '재미'는 놓치고 있는 것이 아닌지를 항상 고민하고 있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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